미술강사에서 누드모델로 활동하는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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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강사에서 누드모델로 활동하는 린 Polypemon-break 제 3편 누드모델 이야기 (2015.08.24 발행) 에덴 에이전시 소속 세번째 모델 린은 10년 동안 미술강사로 일하다 현재는 누드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어렸을 때부터 동화작가가 꿈이었어요. 작가 데뷔를 빨리 하고 싶어서 미대를 다니면서 동시에 프리랜서로 그림을 그렸는데 소속된 회사가 망했어요. 그래서 동화 작가로 활동하시는 선생님이 외국 브로커를 소개해주셨고 다시 일하게 되었는데.. 회사가 또 망하더라고요. 그래서 빨리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어린이 미술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게 되었어요.”
“동화작가가 되려면 아이들의 시선과 생각을 알아야하니까 경험 삼아 시작했는데 그게 어느새 10년이 되었더라고요. 10년이란 시간 동안 그 일을 하게 된 건 아이들 때문인 것 같아요.”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학원이 2층에 있었어요. 학원 앞에 도착한 아이를 데리러 1층으로 내려가는데 갑자기 아이가 손짓으로 오라고 하더라고요. 자세히 보니 코피를 흘리고 있었어요. 고개를 젖히고 피를 닦아주면서 “안 무서워? 괜찮아?”라고 물었는데 아이가 아무렇지 않게 “괜찮아요. 맨날 흘리는 걸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왜 그렇게 코피를 흘려?” “학원을 6개 다녀서 그래요” “그때부터 학원에 있는 아이들한테 물었어요. 하루에 학원을 얼마나 다니냐고요. 기본은 3~4개씩 많게는 6~7개씩. 그리고 별에 별 학원이 다 있더라고요. 과목마다 학원이 있는데 그 중 가장 놀랐던 게 도덕학원, 윤리학원이었어요.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것들을 학원에서 배우고 있다는 게 소름끼치고 무서웠어요.” “그림을 그릴 때 자세나 그림의 색상, 모양을 보면 그 아이의 상태를 알 수 있거든요. 말은 하지 않지만 그림을 통해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게 보이니까 미술을 통해 조금이나마 즐거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미술로 치유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방법들을 연구하다가 계속 이 일에 몰두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미술학원 원장이 되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어요.”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 중 미술학원은 가장 나중에 등록하고 가장 먼저 그만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과목이었다. “제 생각과는 달리 미술학원은 아이들의 내신을 위해 잠깐 다니는 학원에 불과했어요. 미술학원에서 아이들한테 미술재료를 사오라고 하면 엄마들이 싫어하니까 학원에서 제공하겠다고 하고 학생들을 모집해요. 그러다 학원비가 너무 비싸다는 말이 나오면 조금씩 할인해주고. 그러다 보면 강사들 월급을 줄이거나 연봉이 적은 신입을 찾게 되거든요.” “미술학원에서 강사를 구인하는 사이트가 있어요. 원장들이 거기서 괜찮은 이력서를 보고 지원자한테 직접 연락을 해요. 면접을 보면 “이력서는 맘에 드는데 연봉이 높을 것 같아 부담스럽네요” 하면서 월급을 깎으려하고 강사들은 경험을 위해 그리고 학원에서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줄 수 있는 만큼만 주세요" 하며 다니게 되요. 저도 그랬고요.” “그리고 수학이나 영어와 같은 필수 과목 학원들은 원장이 관련 학력과 경력이 있어야 하고 그 외 다양한 조건들이 필요한데 미술학원은 돈만 있으면 바로 차릴 수 있어요. 그래서 원장들은 비전공자가 많고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강사에 대한 배려, 대우 개선보다는 학생 유치에 목적이 더 큰 거죠.” “저와 같은 시기에 영어학원 강사로 시작한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월급이 올라가는데 저는 10년간 일해도 월급이 항상 그대로였어요. 미대에 가려면 수능, 내신 뿐만 아니라 미술 실기까지 준비해야해요.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서 학교를 진학하고 어렵게 졸업했는데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억울했어요.” “점점 지치면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죠. 10년이란 시간 동안 뭘 하고 있던 걸까.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한참을 생각하다 바로 그만뒀어요. 그리고 집에서 쉬면서 앉아있는데 갑자기 대학 다닐 때 누드크로키 수업이 기억났어요. ‘그때 정말 재밌었는데..’ 하다가 ‘누드모델은 어떨까?’ 하면서 직업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누드크로키 수업을 처음 들었을 때 어땠는지 물었다.
“그때는 누드를 그린다는 것에 엄청 부끄럽고 민망했었어요. 첫 수업 때 여자모델이 왔는데 주변에 남학생들도 있어서 부끄럽더라고요. 그래서 도망가려고 했는데 교수님한테 붙잡혀서 맨 앞 자리에 앉게 됐어요.” “어쩔 줄 몰라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델이 ‘시작하겠습니다’ 하면서 옷을 벗었어요. 30초마다 자세가 바뀌는데 저도 모르게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포즈를 그리다보니 점점 사람이 아니라 대상으로 보게되었고 수업을 마치고 나니 온 몸의 긴장이 풀리고 지쳤어요. 그러다 그림들을 살펴봤는데 팔이 없거나 몸통만 있거나 완벽한 포즈 그림이 없더라고요. 매주 수업을 받으면서 점점 실력이 나아졌고 그렇게 누드 크로키의 중요성을 알 게 되었죠.” “생각했던 것보다 누드모델은 야하지 않고 외설적이지 않은 괜찮은 직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었죠.”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그녀의 첫 수업은 남자모델과의 듀엣 수업이었다. "처음 에이전시 면접을 보러 간 날 바디미팅과 함께 포즈도 바로 연습했어요. 이틀 뒤부터 수업을 하게 되었는데 대표님과 함께하는 듀엣이더라고요. 첫 수업이니 기대가 많았죠. 그런데 3시간 동안 고정포즈 수업이라 사실 지루했어요. 듀엣은 원래 이렇게 재미가 없나했죠." "그러다 두번째 수업을 하게 되었는데 이번에도 대표님과 듀엣이었어요. 첫 수업과는 다른 방식이었어요. 포즈들이 많았고 긴장된 상태에서 하다보니 몸이 많이 떨렸어요. 그때 대표님이 떨리는 몸을 잡아주시면서 안정감 있게 포즈를 하시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저도 훨씬 자연스러워졌고 서로 잡아주면서 포즈를 하니까 안정되고 호흡도 잘 맞았어요.” “너무 재밌었죠. 지금도 느끼는 거지만 혼자 수업하는 것보다 듀엣이 훨씬 재밌어요.”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누드모델을 하면서 느낀 주변의 시선은 그녀의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고 한다. “누드크로키가 그려진 스케치북을 들고 술자리에 갔는데 무리 중에 미술학원을 다니지 않는 남자애가 있었어요. 같이 술을 마시다 그 친구가 제 스케치북을 보고는 “야 얘 이상해 누드 그려.. 너무 야한 거 아니야?” 이러더라고요. 왜 야한지 물어봣는데 “옷 벗었으니까 야하잖아. 안 야하냐? 너 이상하다?”라고 말하더라고요.” “그 이후에도 같이 미대를 다녔던 친구에게 살짝 물어봤는데 "그런 거 민망해서 어떻게 해?" 라고 하더라고요.” “왜 우리 예전에 누드 크로키 수업 때 봤잖아!” “그리는 건 재밌는데 나는 옷 못 벗겠더라” "미술을 전공하는 친구들은 다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반응이 나오더라고요." “수업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홍대 건축과 수업이었는데 다섯 명의 누드모델이 동시에 나오는 군상이었고 영화관처럼 학생들이 모델 주변으로 퍼져 앉아있는 구조였어요. 그때 한 쪽에 있는 남성들이 “야 진짜 벗을까?”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기분이 좋진 않았어요. 그래도 수업을 시작하고 포즈를 잡는데 “와 대박 진짜 벗네?”, “와 대박이다..” 라는 말이 들렸어요. 모델로 보기보다는 옷을 벗고 서있는 성적대상으로 보는 것 같았어요. 저는 제 몸을 과시하려고 누드모델을 하는 게 아니에요. 작품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건데 절 포르노 배우처럼 보는 게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점점 더 누드모델 하는 걸 밝힐 수가 없었죠.”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주변에서는 누드모델이 옷을 벗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그런 표현이 잘못되었다고 했고 누드모델이란 직업을 이해하려면 누드 크로키 수업의 목적부터 알아야 한다고 했다. “미술을 하는 사람이 꽃이나 건물만 그리는 게 아니라 사람도 그리잖아요. 사람을 그릴 때에도 단순히 멈춰있는 포즈만 그리는 게 아니라 걷고 뛰는 움직임을 그려야 하는데 펜과 종이를 주고 당장 그려보라고 하면 못 그려요. 머릿속에 그 동세가 있어야 하고 그럴려면 연습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크로키를 하는거에요.” “달리는 포즈를 하면 근육이 움직이는 모습과 관절이 어떻게 꺾이는지도 봐야하거든요. 옷을 입으면 그런 선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옷을 벗고 누드로 포즈를 취하는 거고.” “사람마다 포즈도 다르고 체형도 다르죠. 그 체형에 맞는 선과 근육의 움직임, 골격, 비율 등을 그리려면 다양한 체형의 누드모델이 필요해요. 그래서 몸이 예쁘다고 얼굴이 예쁘다고 누드모델이 되는 건 아니란거죠.”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미술강사에서 누드모델로 활동하면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물었다. “그리는 입장에서 그려지는 입장으로 바뀌다 보니 새로웠어요. 무엇보다 이전 경험이 모델 일에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어떤 포즈가 그리기 좋은지 잘 알고 있었고 수업 후에는 학생들 그림을 보면서 “인체 그리는 거 많이 어렵죠?” 하면서 살짝 팁도 주거든요. 그럴 때마다 학생들이 고마워하며 친해지기도 해요.”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그리고 몸이 좋다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몸이 좋다는 건 그릴 때 예쁜 몸, 그릴 것이 많아서 좋은 몸이거든요. 몸매가 좋은 거랑은 달라요. 똑 같은 모델이지만 크로키를 많이 하다 보면 누구는 그릴 것이 많고 누구는 그릴 것이 없는 게 포즈의 차이, 몸의 선으로 바로 나타나요. 그런 부분에서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어요. 그래서 운동으로 스스로를 관리하게 되었죠.” “재밌는 직업병도 생겼어요. 집 베란다 창문에 전신이 비춰지거든요. 가끔 나체로 집에서 돌아다니다 베란다를 보고는 행동을 멈춰요. 그리고 포즈를 취하죠. ‘오 이 포즈 괜찮은데?’ 또 심심해서 TV를 보고 있다가 멈추고 밥을 먹다가 또는 설거지를 하다가 멈춰서 갑자기 포즈를 잡아요. 좋다 싶으면 바로 수업에 쓰고요. 좀 스스로 웃길 때가 많아요(웃음)!”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수업을 하면서 불쾌했던 경험에 대해 물었다. “수업을 하러 갔는데 저보고 누워있는 포즈를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가끔 누워있는 포즈나 앉아있는 포즈만 요구하는 수업도 있어서 ‘아 여긴 누워있는 건 안 되는구나’ 했는데 단순히 저의 누워있는 포즈가 이상하다는 말이었어요. 포즈에 대해 의견을 주는 것도 아니고 마치 ‘너 몸 뚱뚱해!’ ‘너 못 생겼어’처럼 저를 비하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진 않았어요.” “갑작스럽게 몸을 만지는 경우도 있어요. 한 남자 강사가 “자 봐봐. 이렇게 선이 보이지?” 하면서 몸을 만지는데 무방비 상태에서 그러면 정말 오싹하거든요. 순간 소름이 돋았죠. 그런 일이 가끔 있었지만 그때마다 기분 나쁘다고 만지지 말라고 할 순 없잖아요. 수업을 망치는 거니까. 나중에 에이전시에 얘기를 하고 조치를 취했죠. 어떤 직업이든 감수해야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런 일도 그런거라고 생각해요.”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누드모델이 올라가 포즈를 취하는 1평 반 정도의 공간을 모델대라고 한다. 모델대는 모델이 안전하게 포즈를 취할 수 있도록 튼튼하고 고정된 상태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크고 작은 사고가 나기도 한다. “수업을 갔는데 바퀴가 달려있는 모델대였어요. 많이 흔들리는 정도는 아니라서 조심히 해야겠단 생각으로 올라가서 수업을 했는데 집중하다보니 다양한 포즈를 해보고 싶어서 의자를 모델대 위에 올려놨거든요. 그 순간엔 바퀴가 있는 줄도 몰랐죠. 의자에 기대는 포즈를 취하는데 동시에 미끄러지면서 의자와 뒤로 넘어지는 상황이었어요.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는데 다행히 저도 모르게 착지를 잘 했더라고요. 다들 놀라면서 다행이라며 좀 쉬자고 했지만 바로 포즈를 잡고 수업을 했어요.” “또 다른 곳은 모델대가 굉장히 컸어요. 모델대 위에 얇은 매트리스를 깔고 모포를 까는데 모델대보다 매트리스가 더 크더라고요. 포즈를 하면서 모델대보다 더 나와있는 매트리스를 살짝 밟다가 화들짝 놀라 뒤로 돌아와 포즈를 취했어요. 심장이 철렁했죠.” “그런 사고들을 생각하면 진짜 아찔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바로 수업을 진행했어요. 넘어지거나 다쳤을 때 사람들이 괜찮냐고 다가오는 분위기가 어색하기도 하고 싫었거든요. 전 누드모델이고 그런 상황에 잘 대처하는 게 프로라고 생각하거든요.”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촬영 당시 그녀에게 포즈를 부탁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왈츠 음악이 흘러나왔고 춤을 추다가 멈춰 선 동작으로 포즈를 취했다. “누드모델에게는 음악이 중요해요. 처음엔 아무 음악이나 틀어놓고 포즈를 취하면 다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30초 / 1분 / 3분 / 20분 마다 포즈를 잡거든요. 수업을 하다보니 포즈와 음악이 안 어울리면서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게 아니구나’ 했어요. 다른 모델들은 어떤 음악을 듣나 물어보기도 했었고 그 음악을 틀어보고 포즈를 했었지만 제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발레, 포크댄스, 왈츠를 했었는데 그 중 왈츠 음악을 다시 듣게 되었어요. 왈츠는 남녀가 한 쌍이 되어 원을 그리며 추는 춤이거든요. 전 혼자니까 남녀의 역할을 번갈아 추면서 포즈를 취했는데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수업에서 해보기로 했죠.” “대전의 한 백화점에서 진행하는 크로키 수업이었고 모델대도 커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왈츠를 틀고 춤을 추면서 포즈를 잡았어요. 그날 따라 음악과 포즈, 감정 모두 잘 어우러진다는 느낌을 받았고 하는 내내 즐거웠어요. 시간도 굉장히 짧게 느껴졌고요. 수업을 마치고 한 회원 분이 오셔서 “즐기면서 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아요.”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너무 좋았어요. 내가 즐기고 있다는 게 누군가에게도 느껴지는 구나.”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미술강사에서 누드모델로 활동하면서 더 나아진 것이 있는지 물었다. “사실 미술강사로 일했을 때보다 돈은 더 못 벌었어요. 그리고 직장인들처럼 고정된 시간에 고정된 장소로 출근하는 것도 아니고 매일 다른 시간에 다른 장소로 가니까 수업마다 새롭고 두렵고 긴장되고. 특히 밥을 챙겨먹는 게 어려워요. 포즈를 하면 힘들어서 수업 전에 미리 밥을 먹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수업 30분전까진 도착해야하고 새로운 길이라서 못 찾을까봐 미리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이동해야하는데 밥을 먹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지방 수업으로 갈 경우 잠을 잘 시간도 없거든요. 그래서 편의점에서 김밥을 사고 기차에서 먹어요. 체하는 것도 부지기수고." “그래도 수업이 재밌고 할 때마다 뿌듯해요. 제가 성장하는 게 느껴지거든요. 포즈가 늘고 스스로 발전해가는 모습을 수업마다 느끼니까 너무 좋은 거에요. 처음에 들었던 칭찬과 지금 듣는 칭찬도 많이 달라졌어요. 몸도 유연해지면서 다양한 포즈도 할 수 있게 됬고요. 한번은 평소같이 수업을 마치는데 큰 박수소리로 호응해주는데 진짜 감동이었어요. 마치 제가 배우가 된 기분이었고 공연을 끝낸 것처럼 그 순간 제가 살아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 감동때문에 계속해서 누드모델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그녀는 언제든 기회가 온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누드모델임을 밝히고 싶어했다. “에덴 에이전시에서는 매년 ‘오픈바디쇼’를 해요. 해마다 소주제가 있는데 올해 주제가 누드모델임을 밝히는 것, 숨기는 것, 일을 하며 느끼는 고충에 대해 표현하는 것이었거든요. 저에겐 두번째 공연이었고 오픈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직접 짜보기도 했고요. 함께 학교를 다녔던 친구에게 같이 쇼를 보러 가자고 속이고 초대해서 제가 짠! 하고 등장해서 ‘내가 누드모델이다’라고 밝히는 계획이었는데 아쉽게도 에이전시 사정으로 공연이 취소 되었어요.” "아직은 오픈 할 타이밍이 아닌가봐요!(웃음) 그래서 지금은 기다리고 있어요. 언제든 기회가 온다면 말하고 싶어요."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앞으로 행보에 대해 물었다. "미술강사든 누드모델이든 매 순간 즐기면서 하는 게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순간을 즐기지 못한다면 앞으로 무엇을 하든 즐기지 못할 테니까. 그리고 제가 어떤 일을 하든 그것들이 모두 저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하고 싶은 걸 많이 해보려고요." "제일 먼저 춤을 배우고 싶어요. 춤은 저를 밝고 활기차게 만들어주거든요. 지금은 벨리댄스와 라틴댄스를 배우고 있는데 앞으로는 재즈댄스도 해 볼 생각이에요. 그리고 모델로서 좀 더 다양한 컨셉으로 수업을 해보고 싶고 다시 동화작가 데뷔를 준비할 거에요." 다음 발행 예정인 인터뷰는 전업누드모델 이석현의 이야기다. Director & editor 원미라 Photographer 윤상명 Model 린 기획 레드홀릭스 - www.redholics.com 모델 에이전시 에덴 - www.facebook.com/agency.eden 촬영 장소 corner 386 폴리페몬 브레이크는 레드홀릭스의 프로젝트로 성, 섹스와 관련된 사회적 편견을 깨고 이를 사진과 그림이라는 방식을 통해 드러내는 인터뷰 형식의 화보다. 누드모델 에이전시 에덴과 함께 첫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고 총 4명의 누드모델과 인터뷰를 했다. * 폴리페몬이란 그리스 신화 속 인물로 지나가는 나그네를 침대에 눕혀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다리를 늘이고 길면 잘라 버렸다. 현대에서는 이를 융통성이 없거나 자기가 세운 일방적인 기준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억지로 맞추려는 아집과 편견을 비유하는 관용구로 쓰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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