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메일로 고민을 토로해왔다. 여자친구의 성기에 사마귀가 나서 병원에 갔는데 병명이 곤지름이라는 것이다. 그가 수년 전에 사귄 여자친구에게 옮아 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이 현재 여자친구에게 전염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었다.
 
이 일로 여자친구와의 사이가 머쓱해진 그는 ‘남자친구 때문에 성병 걸린 여자의 심정이 어떤지?’를 묻는 메일을 보내왔다. 그 이메일 내용과 답변은 [팍시상담소]를 통해 공개하기로 하고, 아래는 남성 독자분의 메일을 계기로 알게 된 곤지름에 관한 일반적인 상식이다. 곤지름은 매우 흔한 성인 질환임에도 잘 모르시는 분이 많을 것 같아 정리해보았다.
 
곤지름은 영어로 콘딜로마(condyloma), 다른 말로 성기 사마귀로 불린다. 남녀 성기와 항문 등 음부 주위에 발병하며 성 접촉을 통해 감염됨으로 성병에 속한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 원인을 100% 찾아낼 수는 없지만, 인유두종 바이러스 (HPV : 휴먼 파필로마 바이러스) 중 6번, 11번 형에 감염되었을 때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자궁 경부암의 원인으로도 알려졌는데, 그건 18번 형으로 종류가 다른 바이러스다. 따라서 여성에게 곤지름이 발생했다고 자궁 경부암에 걸리게 되는 것은 아니니 큰 걱정은 마시라.
 
단, 모든 질병이 그렇듯 적절한 치료 없이 내버려두면 번지고, 덧나고, 변형되어 치료가 어려워지기도 하고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하니 증상이 나타나면 곧장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곤지름은 1명 이상의 파트너를 둔(혹은 과거에 두었던) 성인 남녀라면 누구나 감염의 위험이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하고 전염성이 강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마귀의 전염성을 생각하시며 된다.
 
손이나 다른 피부 부위에 나는 사마귀와 곤지름의 다른 점은, 곤지름의 경우 성기 주변의 점막 조직에만 발생한다는 것이다. 입을 통해서도 옮는다는 얘기가 있으나 흔한 케이스는 아니다. 보통 곤지름 사마귀가 나 있을 때 음부끼리 접촉을 하거나, 손으로 만진 후 다시 자신의 음부를 만져서 전염된다. 여자끼리 음부를 접촉했을 때도 감염이 될 수 있고, 남성간 항문 성교로도 감염될 수 있다. 곤지름은 점막 부근의 피부가 맞닿아 옮겨지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콘돔을 사용해도 예방할 수 없다.
 
겉보기엔 무시무시하지만 만져도 통증이 없는 등 자각 증상이 없어서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많다.
 
HPV 6번, 11번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다 곤지름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감기가 모든 사람에게 옮는 것은 아니듯 면역이 좋은 사람은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아무런 증상 없이 몸속에 바이러스만 가지고 있게 되는 때도 있고, 아주 작은 사이즈의 사마귀가 잠깐 났다가 사라져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방에게 옮기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나는 괜찮은데, 왜 당신만 곤지름에 걸렸을까? 바람 핀 게 확실하다!” 라는 식의 속단을 하시면 안 된다는 말씀이다.
 
곤지름의 치료는 ‘레이저로 지지는 방법’을 주로 쓴다. 레이저 수술은 보험처리가 되어 1~2만 원 선이라고 한다. 곤지름으로 진단이 내려졌을 때 돈이 드는 것은 레이저 치료 때문이 아니라 보통 그와 연관된 성병 검사, 암 조직검사 부분이다. 암이나 2기 매독인 편평 콘딜로마에 걸렸을 경우에도 비슷한 사마귀 같은 것이 발병할 수 있으므로 확실히 해 두기 위해 조직검사와 성병 검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한번 감염 되어서 치료를 받고 나면, 그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생기기 때문에 동일한 종류의 바이러스에 다시 감염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모든 바이러스성 질병이 그렇듯 증상이 사라져도 완치라는 개념으로는 보기 어려우니 얼굴 들여다보듯 자신의 성기를 자주 들여다보고, 체크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