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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포르노 02 [수상한 U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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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수상한 USB

지하 주차장을 빠져 나오자 차창으로 빗 방울이 부딪혔다. 형수를 데려다 주고 다시 돌아 올 일이 살짝 걱정이 되었다. 물론 엄마가 수고비조로 택시비를 챙겨 주긴 했다. 조금이라도 남는 장사를 하려면 버스를 타고 돌아와야 한다.

“도련님 운전 잘 하네요. 운전은 언제 배웠어요.”
“저 군대에서 운전병이었어요.”
“어머. 그랬구나. 그걸 왜 나만 몰랐지?”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일부러 알려 드릴 이유는 없잖아요.”
“하긴...”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형은 많이 늦는데요?”
“오늘은 회사에서 밤새울 작정인가 봐요. 아마도.”
“펀드 매니저가 그렇게 일이 많은 직업이었어요. 주식만 사고 팔면 끝 아닌가...”
“원래도 출근은 좀 일찍 하는 편이긴 해요. 그 직업이 장 시작하기 전에 준비해야 할 일이 많잖아요.”
“그럼 퇴근이라도 빨라야죠. 장은 오후 3시면 끝나는데, 왜 밤을 새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가요.”

납득이 되지 않았다. 형은 대체로 일찍 퇴근하는 직장인에 속했다. 한때는 그게 부러워서 펀드매니저를 희망한 적도 있었다. 새벽 6시에 출근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포기하긴 했지만.

“기업 탐방하는 날이면 좀 늦어요.”

형수는 한숨 섞인 푸념을 했다.

“그렇다고 집에도 못 들어와요?”
“보고서 작성할 게 많아요. 애널리스트들은.”
“애널리스트? 형은 트레이더 잖아요?”
“그이 목표가 애널리스트예요. 요즘은 틈만 나면 기업분석작업을 도와주고 있어요. 배워야 할 게 많다나 뭐라나.”
“밤샘 작업도 불사해야 하는 직업이라면 그닥 좋은 것 같지 않은데 형은 왜 굳이 그런 일을 배우려고 한대요?”
“시간이야 매니저가 많지만, 트레이더들은 성과 때문에 스트레스가 바가지잖아요.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 쓰는 게 힘들어서 그렇지, 고정급에 고연봉이니까. 그 쪽에 더 관심이 가나 봐요.”
“형수님은 어떤대요?”
“...?”
“트레이더와 애널리스트 둘 줄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뭘 고를 거예요.”

간지연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전 둘 다 싫어요.”
“예?”
“그냥... 난 그이가 도련님처럼 공무원이나 됐으면 좋겠어요.”

나를 바라보는 형수 눈망울이 애처로웠다. 가슴이 뭉클했다.

“저 아직 공무원 아닌데요.”

내가 딴청을 피우자 형수가 주먹으로 가볍게 내 어깨를 가격했다.

“호호. 이를테면 말이에요. 도련님 어차피 합격할 거잖아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난 싱겁게 웃었다. 형수는 등받이에 몸을 깊숙하게 묻더니.

“도련님하고 결혼하는 여자는 얼마나 좋을까.”
“...?”

그녀는 좌우로 쓰러지는 와이퍼를 따라 손가락 끝으로 삿대질을 했다.

“잘 생겼지.유머러스하지. 공무원되면 정시에 칼같이 출퇴근하지.제 날짜에 월급 따박 따박 꽂히지.”
“헤헤. 공무원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능력있는 여자 만나면 되죠.”
“능력있는 여자가 흔한가요? 그리구 능력있는 여자가 약 먹었다고 말단 공무원한테 시집을 와요?”
“왜요? 능력이 있으니까 박봉도 개의치 않는 거예요.”

듣고 보니 설득력이 있는 것도 같고.

“정말요.”
“그럼요. 도련님같은 남자라면 난 당장 결혼하겠다.”

취중 진담이라더니, 이 여자가 심쿵하는 소리만 골라서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하긴 남자 보는 눈이 그 모양이니 형같은 사람하고 결혼 했는지도. 잠시 딴 생각을 하며 교차로 몇 개를 지나쳤다. 돌아보니 형수는 차창에 머리를 기댄 채 잠들어 있었다.

그녀를 찬찬히 살폈다. 대충 지나쳐도 눈이 부신 외모다. 못 생긴 건 용서해도 무식한 건 못 봐준다. 는 가치관처럼 제법 이지적인 인상을 지닌 여자다. 볼륨이 드러나는 몸매는 아니지만 선이 고운 자태를 지녔다. 특히 굴욕없이 쪽 뻗은 각선미가 일품이다.

남자라면 누구나 형수같은 여자와 뜨밤을 보내는 게 로망이다. 그런 여자가 술에 취해 내 옆에 곯아 떨어져 있다. 내가 시동생이 아니라면 곱게 집으로 돌려보내기 힘든 치명적인 매력이 있었다.

평생 형이라는 존재를 부러워해 본 적이 없지만 이 순간만큼은 화가 날 정도로 인간 조세진이 부럽다. 이런 여자와 매일 섹스를 할 수 있다니, 이런 여자도 매일 하다 보면 지겨울 수 있을까? 물론 조금은 무덤덤해 질 수 있을 것이다. 그건 인정한다. 당장 나를 봐도 알 수 있다.

평소에 날 우습게 보던 녀석들도 조해란이 내 누나라는 사실을 인지하면, 그 순간부터 날 한없이 우러러본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오해란은 엄청난 미인이다.

늘씬한 키에, 이목구비도 수려하다. 보는 사람이 부담스러울 정도의 빵빵한 젖가슴과 터무니 없는 엉덩이를 장착한 특급미인이다. 간지연과 비교하자면 결이 다른 정도가 아니라 아예 클래스가 다르다.

그래봐야 내 눈에는 아무 감동도 없다. 성질 고약한 김치녀일 뿐이다. 미란이도 마찬가지다. 그저 여자 사람 이상으로 느낀 적이 없다.

전통과 윤리는 묘한 마력이 있어서 귀한 보석을 흔한 짱돌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주위 남자들이 아무리 탄성을 질러도 내 눈에는 진열장에 전시된 오래된 트로피일 뿐이다. 버리자니 아깝고 관리하자니 거추장스러운 그런 존재들이다. 조씨 가문여자들은.

형에게도 간지연이 빛 바랜 트로피로 보일까? 형 눈에 아무리 돌멩이라도 내 눈에는 영롱한 사파이어로 보인다. 물려도 좋으니 이런 여자하고 질릴 때까지 몸정 한번 실컷 나눠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형이 사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도착할 때까지 형수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끄릭.”

주자브레이크까지 당겼지만 그녀를 깨우기가 싫었다. 좀 더 그녀를 지켜보고... 아니 감상하고 싶었다. 지하인데다가 선팅까지 진해서 그녀 몸매가 제대로 식별되지 않았다. 실내등을 켜려고 손을 뻗었지만 이내 버튼에서 손을 뗐다. 

순간적인 섬광이 그녀를 잠에서 깨울 것 같았다. 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손전등으로 살펴도 충분한 일이다. 좌석 아래로 살구 빛 도는 종아리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피부색과 비슷한 스타킹이 너무도 고혹적이다. 짧은 치마 사이로 드러난 허벅지는 적당한 부피감에 탄력이 넘쳤다. 그녀에게 좀더 가까워지고 싶었다. 몸을 움직이자 그새 발기된 육봉으로 인해 하반신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팬티 안으로 손을 넣어 귀두를 배꼽 쪽으로 세웠다. 운동복이라서 어렵지 않게 숨통이 트였다. 귀두는 이미 진득한 쿠퍼액을 한차례 방출한 상태였다. 손등에 묻은 점액질을 셔츠 안에 대충 닦아내고 불빛을 다시 그녀에게 돌렸다.

무심코 향한 전등 방향은 그녀 얼굴이었다.

“헉.”

난 순간 숨이 턱 막혔다. 그녀가 미간을 찡그린 채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이. 눈 부셔.”

그녀가 손등을 이마에 대고 불빛을 가렸다. 난 서둘러 휴대폰을 거둬 들였다. 액정은 이미 절전모드로 바뀌어 있었다. 화면을 다시 살려야 했다. 땀에 젖은 손가락 탓인지 터치스크린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손가락이 가늘게 떨려왔다.

“도련님. 지금 뭐하는 거예요?”

그녀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있었다. 휴대폰은 여전히 손전등 모드였다. 난 급한 대로 전구 방향을 바꾸었다.

“바닥에 뭘 떨어뜨린 것 같아서요.”

손전등 불빛이 조수석 바닥을 정신없이 훑었다. 형수는 전등 방향을 따라 엉덩이를 뒤채더니.

“그럼. 실내등을 켜면 되잖아요.”
“갑자기 부...불을 켜면 형수님이 자...잠에서 깰까 봐...”

난 얼간이처럼 말을 더듬었다.

“이미 도착했는데 깨면 어떻다고... 봐 봐요. 뭘 흘렸는데 그래요? 중요한 물건이에요?”

형수가 실내등 쪽으로 손을 뻗었다. 난 급하게 형수를 제지했다.

“별 거 아니예요.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나중에 찾죠 뭐.”

난 얼렁뚱땅 상황을 종료 시키려고 했다. 형수도 피곤했는지 더는 캐묻지 않았다.

“그래요 그럼. 나중에라도 찾으면 제가 연락할 게요.”

형수가 조수석에서 내렸다. 그녀를 따라 나도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승강장 쪽으로 비척거리며 걸어갔다. 난 한달음에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

“괜찮으시겠어요?”
“물론이죠. 나 술 안 취했어요.
“집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아니예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코앞이 집인데요 뭘. 도련님 피곤한데 빨리 가서 주무셔야죠.”

내심 차라도 한 잔하고 가라는 말을 기다리던 나는 김이 팍하고 새 버렸다. 차에서 던진 추파는 유혹이 아니었다. 술김에 주절거린 횡설수설이라고 생각하니 허탈하기까지 했다.
난 맥 빠진 손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여기 차 키.”
“아. 맞다. 차 키.”

형수는 퍼뜩 정신을 차리며 내 손에서 차 열쇠를 건네 받았다. 난 형수와 나란히 승강기에 올라탔다. 형수가 살고있는 8층을 누른 뒤 곧바로 1층을 눌렀다. 지상에 도착하면 버스정류장으로 뛰어가야 할 운명이다. 승강기가 1층에서 멈췄다. 난 승강기에서 내리자 마자 그녀에게 가볍게 목례를 했다.

“조심해서 올라 가세요.”
“도련님도요.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형수는 승강기 문이 닫힐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다. 밖을 보니 아까보다 비가 더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기분이 다 우중충해졌다. 그때. 뒤에서 형수 목소리가 들렸다.

“도련님. 잠깐만요.”

닫혔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형수가 뛰쳐나왔다. 난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휘청거리며 내게 다가와서는 내게 자동차 키를 돌려 줬다.

“비 오는데 그냥 가면 어떡해요. 제 차로 가세요.”

마음은 갸륵했지만 사후 처리만 귀찮아질 뿐이다.

“됐어요. 제가 차를 몰고가면 내일 형수님이 다시 찾으러 오셔야 하잖아요. 번거롭게 그럴 필요 없어요.”
“생각해보니까. 내일 그 쪽에서 미팅이 한 건 있어요. 집하고 가까우니까 끝나고 제가 찾아가면 돼요. 그러니까 비 맞지 말고 제 차 타고 가세요. 알았죠.”

형수는 한사코 내 손에 자동차 키를 쥐어 주고는 곧바로 집으로 올라가 버렸다. 난 하는 수 없이 형수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처럼 비가 억수로 오는 날엔 보나마나 지하주차장은 만차일 것이다. 난 지상에 주차를 했다. 어디 우산 비슷한 거라도 있나 하고 차 안을 두리번거리는데.섬광이 번쩍했다.

“우르릉 쾅쾅.”

가까운 곳에서 대기방전이 일어났는지 번개가 치자마자 우뢰가 포성처럼 울려댔다. 뇌성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두 번째 번개가 내리쳤다. 각막이 시큰거릴 정도로 강렬한 광선이 차 안을 환하게 밝혔다. 그 때 형수가 앉았던 조수석 의자에서 금속성 광채가 반짝하고 터졌다.

주워 보니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다. 크기는 손가락 두 마디 쯤 되어 보였다. 검정색 합성수지 모서리를 따라 은색 필름이 날렵하게 상감 되어 있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 외장 메모리였다.

형수 차에서 떨어진 물건이므로 그녀 소유가 분명했다. 불현듯 저장된 내용물이 궁금했다. 모르긴 몰라도 고객들 신상정보 따위가 저장되어 있을 것 같았다.

내용물이 뭐든 간에 남의 사적인 영역을 훔쳐보는 건 언제나 짜릿하다. 간지연 본인이라면 더 말 할 필요가 없다. 일단 확인해 보고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으면 그만이다.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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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2-03-25 16: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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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2-03-19 17:10:19
긴장감이 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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