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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포르노. 22. 화장실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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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화장실 블루스.

그날 밤. 노수정은 남자 화장실로 잠입했다. 남자화장실은 난생 처음이었다. 아무도 없는 한밤 중인데도 심장이 마구 콩닥거렸다. 실내등도 켜지 못하고 휴대폰전등에 의지해 배변 칸을 수색했다.

배변 칸은 총 4개였다. 출입문에서 가까운 4번 사로는 깨끗했다. 다음으로 입장한 3번 사로가 그녀를 얼음으로 만들었다. 출입문 전면에 다리를 활짝 벌린 여자 와상이 그려져 있었다.

벌린 다리 사이로 말뚝 같은 자지가 박혀있었다. 기둥 밑동에 방울 두 개가 달려있지 않았다면 도저히 자지라고 상상할 수 없는 초거대 기물이었다. 어깨까지 치켜든 양 손에는 아령 같은 자지가 들려 있었고, 입에는 턱이 빠질 정도의 대물 소시지가 물려있었다. 온 몸은 물기로 젖어있었다.

처음에는 땀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남자 정액이었다. 여자는 굉장히 익숙한 얼굴이다. 머리 모양, 안경테, 몸매, 줄무늬 치마까지. 누가 봐도 노수정 자신이었다.

남자들이 수근 거린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남자들은 자신을 도마 위에 올려 놓고, 온갖 추잡한 말로 난도질을 쳤을 것이다. 순간 가랑이 사이에서 뜨거운 용액이‘주륵.’하고 흘렀다.

그녀는 누수를 막으려는 듯 양 무릎을 모아 붙였다. 수치심만큼이나 사타구니도 뜨거웠다. 음경자극 없이 이 정도로 성적흥분이 몰아치기는 처음이었다. 정신이 아득할 정도였다.

아직 점검하지 못한 두 개 사로도 수상했다. 그녀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3 사로를 빠져 나왔다. 2사로 문을 열기 전에는 얼마나 흥분했는지 손으로 가랑이를 막아야 할 정도였다.다리를 벌리면 뭉클한 것이 와락 쏟아질 것만 같았다. 2사로는 아쉽게도 공벽이었다. 그녀가 마지막 남은 1 사로를 향해 발길을 끄는 순간. 복도 쪽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노수정은 황급히 1 사로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범인은 반드시 범행현장에 다시 온다고 했던 가. 나는 채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학원 남자화장실을 재 방문하고 말았다. 확실히 어제는 이상했다.

동영상 지시를 충실히 따랐는데도 불구하고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저주가 내리지 않은 건 납득이 갔다. 회피할 섹스기회도 없었으니까.

내가 궁금한 건 왜? 섹스를 못했느냐 이다. 나름대로의 추측으로는 시간대가 문제인 듯 싶었다. 아무리 신기방기한 동영상이라고 해도 대낮에 공중화장실 섹스는 무리가 있었다.

오늘은 야음을 틈타 변기섹스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오늘도 헛발질이면 동영상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 것이리라. 그건 상상조차 끔찍한 대 재앙이다. 난 어느 때보다도 경건한 마음으로 화장실 스위치를 켰다.

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3사로부터 열어 보았다. 노크 따윈 필요 없었다. 뭐 훔쳐갈 게 있다고 컴컴한 데서 일을 보겠는가. 이 안엔 오로지 나 밖에 없었다.

다시 봐도 걸작이었다. 자세히 보니 무수정 둔덕 주변에 철사 같은 음모들이 너저분하게 뻗쳐있었다. 그새를 못 참고 미숙한 아마추어가 덧 칠을 해 놨다.

이대로 한 달만 지나면 온갖 미술사조가 총 망라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변모할 것이다. 난 훼손된 3사로를 버리고 바로 옆 2사로로 들어갔다.

오늘은 초심으로 돌아가 누가 봐도 꼴리는 춘화도를 뽑아 내리라. 난 챙겨 온 도구를 타일 바닥에 늘어 놨다. 좀 더 입체감 넘치는 묘사를 위해서 펜도 두께 별로 준비했다. 보고 베낄 도안도 가져왔다.

제일 먼저 착수한 작업은 물티슈로 화판을 닦는 일이다. 얼마나 때에 찌들었으면 한번 손길에 휴지가 새카맣게 변했다. 몇 번을 훔치자 무수정 허벅지 같은 뽀얀 속살이 드러났다.

1사로에 몸을 숨긴 노수정은 애가 탔다. 2사로 눈치가 보여서 섣불리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2사로가 빨리 일을 끝내고 나가 주기만 기다렸지만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남자가 대변 칸에 들어왔다는 건, 응가를 한다는 신호였다.천둥같은 포격소리는 고사하고 소총 사격 음조차 들리지 않았다.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이다. 그녀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칸막이에 슬며시 귀를 갖다 댔다.

빡빡한 마찰 음이 들렸다. 간헐적으로‘비비빅’하며 바닥 끄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 음파는 단파가 아니었다. 선을 그을 때 나는 장파였다.

가끔씩 중얼대는 남자 목소리도 들렸다. 옆 사로는 배변을 목적으로 입장한 게 아니었다. 모종의 작업을 위해 침입한 것이다. 화장실 벽에다가 할 작업은 낙서밖에 없었다.

노수정 추리가 맞다면 이 놈이 벽화를 그린 범인이었다. 그녀는 확실한 물증을 확보할 심정으로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문 틈으로라도 놈의 신원을 알아내야 했다.

나는 예상보다 작업 시간이 길어졌다. 20분을 넘게 소비하고도 아직 무수정 하나를 완성하지 못했다. 쪼그리고 앉아있던 탓에 슬슬 다리가 저려왔다. 난 화변기 물받이 위에 앉아서 잠시 다리를 풀었다.

쉴 데라고는 여기 밖에 없었다. 낚시 의자를 챙겼어야 했다.  염두에 두지 못한 내 잘못이다.

1사로 노수정도 다리가 아파왔다. 변기 위에 다리를 벌리고서 있었던 게 실수였다. 긴장한 탓에 오줌까지 마려웠다. 낙서꾼 혼내주기 전에 급한 불부터 꺼야 했다. 그녀는 팬티를 내리자마자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곧이어 대량 방류가 시작됐다.

“촤아아아아.”

2사로를 타고 앉았던 나는 깜짝 놀랐다. 삐끗했으면 배수로에 주저 앉을 뻔했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옆 칸에 사람이 있었다. 새로 들어 온 사람이 있었다면 분명 인기척을 들었을 것이다. 옆 칸에 청각이 쏠린 건 당연했다.

“추추추추추.”

오줌발이 예사롭지 않다. 직사포의 강렬함이 없다. 다연장 로켓처럼 빠르고 어수선했다. 귀신인가? 내가 화장실에 들어 온 지가 20분이 넘었다. 그 동안 옆 칸에서 죽은 듯이 존재를 숨겼다는 게 소름 끼쳤다. 감히 문을 열고 나갈 수도 없을 정도로.

노수정은 방광을 비운 뒤에야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팬티를 끌어 올렸다. 다리에 쥐나기 전에 변기 칸을 벗어나야 했다. 범인이 누구던 상대는 남자였다. 존재가 발각된 이상, 일단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하이힐 뒷굽이 날카롭게 타일 바닥에 찍혔다.

“또각. 또각.”

직감대로 1사로는 여자였다. 이 밤중에 여자라니. 더구나 남자 화장실에서. 학원 화장실에서 목매달고 죽은 여자 이야기가 있었다. 근거 없는 괴담이라도 이 상황에서는 믿을 수 밖에 없다. 문을 열면 눈알이 충혈되고 산발을 한 여자가 입에 피를 흘리면서 날 노려보고 서 있을 것 같았다.

“또각. 또각...”
“...”

하이힐 소리가 멀어지는 가 싶더니 어느 순간 멈췄다. 귀신이 사라진 걸까? 쫄리긴 해도 문을 열고 수색을 할 필요는 있었다. 이러고 앉아서 밤을 샐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난 비굴하리만치 조심스럽게 여닫이 문을 밀었다.

“휴우,”

다행히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난 2사로 밖으로 나와 화장실 출입문을 살폈다. 어둠을 품은 적막만이 화장실안으로 밀려들어왔다. 고개를 돌리려는데.

“헉.”

무수정이 알몸으로 날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그린 그림을 보고 놀라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때.

“네가 범인이구나.”

여자 목소리였다. 그녀는 등 뒤에 있었다. 난 슬며시 뒤로 돌았다. 눈 앞에 무수정이 버티고 서 있었다.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무수정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날 노려봤다.

“조세호. 너 정말 저질이구나?”
“...”

차마 아니라고 시치미를 뗄 수가 없었다. 옆 칸에서 오줌을 싼 건 귀신이 아니었다. 무수정이 나보다 화장실에 먼저 도착했다면, 난 현장범이다. 범행을 부인할 명분이 없었다.

“저 그림도 나 맞지?”

그녀가 찌를 듯이 손가락을 뻗었다. 난 곁눈질로 2사로 벽화를 훔쳐봤다. 이것만큼은 부정해야 했다. 자세가 너무 충격적이다. 무릎을 꿇은 채 얼굴을 바닥에 깔고 있는 후면 샷이다. 엉덩이를 드높이 치켜든 것까지는 좋았는데 양손으로 항문과 보지를 활짝 벌린 장면은, 내가 봐도 너무 심했다. 난 유언처럼.

“아닌데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3번 칸하고 같은 인물인데. 인상착의가 똑 같잖아.”
“그냥 제가 상상한 건데요.”
“그 상상 속 여자가 누구냐고?”
“저도 잘 모르는 여잔데요.”

난 죽을 힘을 다해 잡아뗐다. 사실대로 말했다가는 무수정에게 피살될지 몰랐다. 난 화장실 괴담으로 남고 싶지 않았다. 살고 싶으면 협상이라도 해야 했다.

“바른대로 말하면 용서해 주실 건가요?”
“아니.”

그녀는 단호했다. 협상의 여지는 없었다. 내가 어떤 대답을 해도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격이다. 이럴 땐 입 닥치고 처분을 기다리는 게 진리다. 그녀는 내 묵비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바른대로 빨리 말 못해?”

그녀는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지 호흡마저 거칠어졌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 사이. 복도에서 발 자국 소리가 건너왔다. 기세 등등했던 무수정이 발을 동동 굴렀다.

“누구지? 어떡하지.”

안절부절 하는 사이에 발자국 소리가 화장실 문 앞까지 도달했다. 우린 허겁지겁 열려있는 2사로로 함께 뛰어들었다.
2사로 문을 닫자마자 구두소리가 바닥타일은 강타했다.

‘누구지?’

무수정이 붕어처럼 입만 뻐끔댔다. 나도 무음으로 대꾸했다.

‘몰라요.’

그녀와 난 변기를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그녀는 3사로를 등지고 섰고 난 2사로였다. 문에 그려진 벽화가 자꾸 신경이 쓰였다. 무안할수록 여의봉은 자꾸 자라나고 있었다. 이 분위기에 텐트라니, 양심도 없는 놈이다. 그녀도 내 여의봉을 발견했다. 눈에서 레이저를 뿜었다. 눈빛으로 쌍욕을 하는 게 분명했다.

불청객은 입구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화장실 전등 스위치를 내렸다, 올렸다.를 몇 번 반복했다. 텅 빈 건물에 화장실 불만 들어와 있는 게 수상했던 모양이었다.

사실 수상한 건 남자였다. 이 건물엔 야간 경비원이 없었다. 학원이라서 도둑 맞을 일은 없었다. 도로 맞은 편에 소방서가 버티고 있어서 화재가 나도 크게 번질 일이 없었다. 구두쇠 학원장은 모든 것을 고려해서 야간 경비를 해고했다.

남자는 불을 꺼 둔 채로 한참을 그 자리에 있더니, 다시 전등을 켰다. 아마도 화장실 안에 사람이 있는 걸 확인하는 것 같았다. 그냥 돌아갈 줄 알았던 남자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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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2-07-04 17: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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