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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히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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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조회수 : 3176 좋아요 : 2 클리핑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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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떤 사람의 과거를 통해서 정체성을 추측하고자 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은데 예를 들면 이런 질문이다. '무슨 일 하시나요?' 혹은, '무슨 일 하셨었나요?'  질문 앞에서 그녀는 되려 솔직하게 마사지걸이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오는 시선으로부터 그런 편견들을 제외하고 바라봐주길 원하는 마음에서 그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된다.
영화에서 그녀는 초연한듯한 표정으로 보여지는데 그것이 외려 조금 위태로워 보였던 것은 초연함의 본질이 감당하기 힘든 경험 뒤에 오는 것이어서 그런걸까. 노숙자를 만나 밥을 내어주고 집으로 들여 샤워까지 시켜주는 모습은 분명 자기도 어디선가 느껴본 고독을 보았던 것 아닐까 싶고. 돌연 마주하게 되는 노숙자의 죽음과 외길에서의 죽은 갈매기를 묻어주는건 고독의 극단을 그녀라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었을지 모른다.

극 중 섹스씬이 한번 나온다. 늘 가게에 찾아오던 어느 남자와 자살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데 허탈 허무 박탈 공허 회한같은 감정들이 조용히 소용돌이 치는 것 같은 상황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위로라는 것은 고작 몸의 맞닿음일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키스에서 비롯된 섹스를 남자에게 건넨다.
그 남자가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돌리는 행동은 무엇이었을까. 초라함이었을까 아니면 또다른 공허였을까. 무엇이었든 그 섹스를 기점으로 남자는 사라지고 치히로는 더이상 누구에게도 환대하지 않는다. 환대로써 자리하고자 한 장소는 그녀에게 없었던 것이라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도망치기로 한 장소에서 베풀었던 환대는 다시 자기에게 돌아와 있을 곳을 부여하지만 이내 그 자리를 떠난다. 장소가 있어도 스스로의 자리매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것 처럼.
어쩌면 마음의 장소는 이미 마련했다고 느꼈기에 떠나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에게 집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듯이 그녀는 그것을 기점으로 자신을 찾기위한 진짜 여행을 떠났을지도...
영화의 끝에 과거를 묻는 질문 앞에서 다른 직업으로 건너뛰는 단계를 거친 대답이 흐뭇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나를 응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질문이 많이 생겨서 좋았던 영화.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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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3-03-04 01:07:42
요약좀
익명 / 이미 응집된 글이라 더이상의 요약은 무의미할 것 같고 고찰에 비하면 글을 읽는 건 시간은 너무도 쉬운데 그 짧은 시간조차 할애하는 게 버겁다면 비아냥거리기보다 빠르게 뒤로가기 하시는 것이 다수에게 불만을 덜 야기하지 싶어요 ㅎㅎ
익명 / 미안해요. 넷플릭스에서 예고편을 인상적으로 봤고 또한 이게 눈에 들어왔는데 뭔가 집중이 안돼서 뜬금 글 남겼어요. 지나갈게요.
익명 / ㅆㄴ) 괜찮아요
익명 2023-03-04 00:08:26
고민 했던 영화인데 한번 봐보겠습니다
익명 2023-03-03 17:53:34
내가 있어야 할 장소와 나를 필요로하는 장소를 일치시키기 위해 더 치열하게 고민해보겠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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