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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쌍방 기혼자도 연애중도 아니어서 죄책감 없음, 당장의 문제가 생기지 않음.
2. 서로 파트너임을 확실히 알고 있고 거기에 미련 없음, 장래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
3. 일상적인 대화도 있지만 결국 섹스 이야기, 그러나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음.
4.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을 뿐이지, 허용되는 요구는 전부 하고 또한 수용하기 때문에 섹스의 만족도가 아주 높음.
(약간 부연한다면, 성적 호기심을 펼치기도 좋음. 요구에 있어 금지와 무리는 다른 의미라서, 지금의 무리가 미래에는 무리가 아닐 수 있어서 섹스의 만족도가 잠재적으로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있는 것. 그러나 상대방이 금지하는 것은 상대방이 자신의 금지사항을 깨겠다는 의지가 없는 한 요구하지 마세요. 무례한겁니다.)
5. 섹스 외의 관계는 섹스 전후 식사나 음주 정도일 뿐, 일상은 온전히 각자의 것. 결혼이나 연애로 인한 관계상의 부담이 적음.
파트너 만들기도 쉽지 않고, 만족스러운 파트너 관계가 된다는 것도 쉽지 않죠. 하지만 그게 된다면 연애나 결혼과 비교할 적에 일장일단이 있다는 정도지, 제 느낌에는 꼭 연애나 결혼이 우월하다거나 반대로 파트너가 우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여러 가지 이유로 연애도 결혼도 마땅치 않을 수 있습니다. 그건 본인 상황이나 상대방의 상황때문일 수도 있고, 연애나 결혼까진 아니다 싶은 판단일 수도 있죠. 그럴 때라면, 파트너가 되는 것도 추천해요. 물론 좋은 파트너 관계가 되는게 중요합니다. 그러나 쌍방 아주 감정적으로도 이성적으로도 담백하여야 무난하게 달성 가능하다고 봐서, 아무나 되는건 아닌 것 같습니다.
파트너를 갖고 싶다는 생각보다, 스스로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지를 먼저 판단해보세요. 여자분들은 파트너로 남기에는 정서적 욕구가 강하거나 정조관념이 강하다거나 한다면 안되실 것 같아요. 연애나 결혼을 원한다면 연애나 결혼을 할 상대를 만나야지, 오르가즘을 원했다면 오르가즘에 족하시길. 남자분들도 그 부분은 마찬가지인데, 덧붙여서 만나보니 원나잇만 하고 말아야지 하는 식의 태도가 쉽게 나온다면 역시 안하시는게 좋습니다. 누구에게나 섹시함에 부족함이 없는 그런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외모적으로 자기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해도, 우린 서로에게 몸을 내어줄 수 있고 오르가즘을 주고받을 수 있거든요. 남자분들이 자기 성기, 정력, 스킬이 뛰어나다는 식으로 쓰는 게시물 정말 많이 보거든요. 여자분들은 그런 글 거의 안쓰는 것 같지만, 여자분이라고 해서 너와 더이상의 잠자리는 없다는 태도를 보이거나 정말로 더이상의 잠자리를 하지 않는 것 역시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주는 일입니다.
좀 더 말하자면, 서로가 서로에 의한 오르가즘에 의해 배부를 때가 파트너 관계를 정리해도 좋은 시기입니다. 혼자 배부르면 안됩니다. 서로 배불러야죠. 우리는 서로의 성적 욕구를 해갈시켜주고 충만하게 만들 일종의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역시도 대단히 중요한데, 자기 섹스어필할 무언가가 있어야 하고 그걸 섹스에 적극 활용하셔야 합니다. 착각하시면 안되는게, 성욕어필이 아니에요. 좀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널 따먹고 싶어'가 아니라 '날 따먹고 싶지?' 이런 식인거죠. 연애나 결혼에 있어서 의무방어전은 섹스어필은 없어졌는데 그냥 연인이니까 부부니까 해야해서 하는 상황이 되버린 것이고 어떤 의미에서 슬프죠. 파트너라면 언제나 상대방을 유혹하여야 하고 그러므로 유혹할 무언가를 가꿔야 합니다. 파트너는 내가 상대방을 따먹는다기보다, 상대방이 나를 따먹고, 상대방을 만족스럽게 배불려주는 관계에요. 단순히 배설에서 끝나는게 아닙니다-이런게 의무방어전이죠. 내가 상대방의 성욕에 진수성찬이 되고자 노력하여야죠. 이런게 상대를 대하는 매너고 관계에 대한 성의입니다.
조금 달리 말하자면, 좋은 파트너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좋은 인간이 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 좋음의 기준이 결혼, 연애, 일부일처제, 성적 정숙함이라는 이른바 전통적 기준과는 맞지 않을 뿐이죠. 그러나 그러한 좋은 인간이 된다는 것 역시 전통적 기준에 알맞는 좋은 인간이 되는 것에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쉽진 않을 일이에요.
정확히 읽은 것인지 확신할 수 없지만 제가 읽은 작성자님의 ‘좋음’은 섹스파트너로써의 역할에 충실하는, 그러니까 현재의 섹스파트너 관계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도 섹스어필을 수행해야 하는 노력을 시사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전술했듯 도구적 사용에 대해 타자로서 왈가왈부하지 않겠고 그럴 자격 역시 없으나 경험을 덧붙여 서술한다면 제 자신을 대입한다면 조금 유보적인 입장이라는 의견을 남기고 싶어요.
제 경우에는 운이 좋았던 건지 정말 철저하게 섹스파트너로서, 서로의 오르가즘만을 위해 존재하던 관계였고, 때문에 작성자님이 적어두신 3과 5의 과정도 건너뛴 게 대부분이었어요. “날 따먹고 싶지?”. 그리고 오르가즘만으로도 배부른 관계. 아랫분이 정확히 꼬집으셨는데, 말이 좋아 담백이었고 언제든 내치고 내쳐지는 관계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일부 고마움을 남겨준 사람들을 특이케이스로 두면 인간의 도구화에 따르는 어쩔 수 없는 공허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랫분의 자기고갈이라는 말씀에도 끄덕거려지고요.
애정하는 누군가를 위해 좋은 누군가가 되고 싶은 경험이 왜 아니 기특하겠습니까만은, 그 이전에 인정이 수반되어야 말씀처럼 ‘좋은 섹스파트너’로의 발돋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정의 배제는 곧 착취로 가지 않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