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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외롭다고 느끼도록 설계된 우리는
타인을 곁에 두고자, 그리고 더 알고자 합니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를 안다는 믿음이 필요하지요
좋아하는 건 뭐고 싫어하는 건 뭔지,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
상대를 잘 알지 못하면 곁에 두는 일은 쉽지 않고
그러다보면 둘의 관계는 깨지고 말지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그렇게 깨지는 관계보다 더 무서운 관계가 있습니다
누구보다 잘 안다는 믿음이 넘쳐
너를 모른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는 관계,
점점 지옥이 되는 관계지요
‘나는 너를 다 안다’는 믿음을 깨부수지 않으면
지옥의 문은 결국 열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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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
서로를 충분히 몰라도 성립되는 관계,
이름, 나이, 직업 따위 알지 못해도 믿음이 쌓여가는 일,
궁금해하지 않고도 자연스레 알아가는 시간,
꽤 재밌는 이곳에서 나름의 신비를 배워가고 있습니다
(‘레홀에서 얼쩡거리는 이유’에 몹시 공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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