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익명게시판
나도 바다 보고 싶다!  
0
익명 조회수 : 1491 좋아요 : 0 클리핑 : 0


아 이거! 하게 하는 제목. 이토록이나 유명한 영화를 개봉한지 딱 10년째에 드디어 봤다. 친구가 도와준 덕에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를 제외하고)앉은 자리에서 처음과 끝을 같이 한 오랜만의 영화.
사랑을 시작하기로 약속한 이들의 사랑스러움은 이루 말할 것 없겠다. 그래서 자꾸만 과거로 돌아가는 팀의 심정이 이해되려고 할 때마다 간지러웠다. 메리가 너무너무너무 너어무 예뻐서 처음 등장하는 신에서 “미친!” 하고 소리질렀던 것과 엄마가 차를 마시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하면 반드시 거절하라던 팀에게 알겠다고 씩씩하게 대답해놓곤 엄마가 내려준 차를 홀짝이던 메리가 꼭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예뻤다는 건 곁가지로 하고.

쟁취를 위해서 애쓰는 것은 어쩌면 필수불가결한 일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된 것이 부끄러웠다. 그동안 애쓰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애씀을 외면했는가. 왜 나는 당치도 않은 이유를 들먹이며 그들에게 등을 보였나. 주어진 것들은 당연히 여기고, 맞지 않는 흠이나 틈 같은 걸 발견하는 족족 “난 너와 달라.” 하고 쌀쌀맞은 눈을 해온 것은 아니었나.
앞으론 안 그래야지! 는 너무나도 무책임한 다짐 같아서 하고 싶지 않다. 적어도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땐 아닌 듯하다.


아들과 탁구시합을 한 번이라도 더 하기 위해 50살이 되던 생일에 은퇴한 아빠의 마음을 우리는 과연 헤아릴 수 있을까. 흐르는 시간을 우릴 성숙하게도 하지만 어느 때에는 우릴 갈라놓기도 한다.
무색하고도 야속한 시간 앞에 누구라도 공평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을 여행하는 그들 앞에서도 시간은 역시나 공평했다.
과거로밖에, 그것도 본인이 경험했고 또 기억하는 과거로밖에 돌아갈 수 없도록 하는 설정의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고.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도록. 망각이 축복이라는 표현은 적어도 기쁨 앞에서는 무력한 듯하다. 그런 이유에서 팀의 삼촌이 유독 눈에 띄었던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팀의 동생 킷캣에게 나는 가장 많이 이입했는데, 아무래도 킷캣의 엉망진창인 생활양태와 그에 따른 부산물인 불규칙성을 포함한 어떤 면면들이 나와 비슷하다고 느낀 까닭일 것이다. 작 중 누군가의 대사였는지, 아님 영화를 보던 중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렇게 살지 말라’는 말이 웅웅 울리면서 떠나지 않는다.
나도, 그렇게 살지 말라고 누군가가 이야기했던 때가 분명히 있었다. 귀 닫고 눈 가리고 휘적휘적 팔 휘두르며 제 갈 길 가는 사람에게는 그런 말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킷캣을 구원한 건 다름아닌 본인 스스로였을까. 그렇게 믿고 싶은데.


본인의 인생 영화를 흔쾌히 보여 준 친구에게 고마웠고, 보는 내내 머릿속이 어질하면서도 동시에 덜어질 수 있어서 잠깐의 쉼 같았던 영화.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http://redholics.com
    
- 글쓴이에게 뱃지 1개당 70캐쉬가 적립됩니다.
  클리핑하기      
· 추천 콘텐츠
 
익명 2023-07-09 21:03:26
로맨틱한 타임슬립과 Il mondo
익명 / “너라면 어떻게 할 거야?” 하던 친구 물음에 대답을 못 했어요 ㅋㅋ
1


Total : 31074 (1/2072)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1074 문득 예쁜 여자랑 new 익명 2024-10-08 69
31073 오늘도 뻘글 new 익명 2024-10-07 206
31072 진짜 다 안들어가는 형들 있나요? [15] new 익명 2024-10-07 638
31071 여자들은 관계시 욕듣는거 좋아하나요? [13] new 익명 2024-10-07 664
31070 날씨 탓입니다. [17] new 익명 2024-10-07 1139
31069 반전 (1) [1] new 익명 2024-10-07 716
31068 동심 파괴 (무서운 아기들) [12] new 익명 2024-10-07 1116
31067 Gifted [11] new 익명 2024-10-06 1779
31066 풍경사진 new 익명 2024-10-06 704
31065 꽃놀이 [2] new 익명 2024-10-06 710
31064 어제도 예술! [8] new 익명 2024-10-06 1498
31063 병원에 가봐야될까요? [35] new 익명 2024-10-06 2407
31062 가슴수술 ㅋㅋㅋㅋ 열등감에 혀를 내두르는중.. [18] new 익명 2024-10-06 1648
31061 ㅍ사전검열 [103] 익명 2024-10-06 5610
31060 후방) 오늘 3 [9] 익명 2024-10-05 2581
1 2 3 4 5 6 7 8 9 10 > [마지막]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