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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거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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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허겁지겁이었던 것 같다. 내 이마 부근에 위치한 Y의 벨트가 마음처럼 잘 풀어지지 않아 답답했고 마침내 풀어진 벨트에 속으로 작게 환호했다. 언제부터 내가 벗고 있었지, 바지 말이다. Y와 함께 있으면 시간이 붕 뜨는 것 같다. 그러면 마음이 빠르게 흐른다. 아니지, 몸이이 붕 떠서 시간이 살살 녹는 건가.

“왜 이렇게 젖어 있어?”
“아니야, 안 젖었어.”
나는 웃기지도 않게, 왜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아니라고 부정하는 걸까.
“아니야? 그럼 이거 뭐야?”
“…….”
“대답 안 해, 씨발년아?”
“몰라!”
“몰라?”
Y의 손은 단 한 번도 아팠던 적이 없었다. 머리채를 잡는 손도 뺨이나 엉덩이를 때리는 손도 목을 조르는 손도. 손바닥에 있는 조금의 굳은살을 제외하면 언제나 야들야들한 손이었다. 그래서 나는 매번 “하나도 안 아파!” 하고 도발하곤 했다. 도발에도 불구하고 Y는 나를 아프게 한 적이 없었다. 신기하게도 섹스가 끝난 후, 거울로 몸을 살피면 Y의 손이 닿았던 이곳저곳에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엉덩이가 시뻘개져 있거나, 아니면-
하루는, 헤어지고서 한 이틀 뒤부터 전완근에 멍이 올라왔다. 운동하다 부딪히는 건 대부분 정강이였으니까, 나는 당연하게 Y의 흔적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Fairy’s pinch.

“멍 아직도 있어.”
“그렇네.”
“여기도. 내전근쪽에.”
“뭐지?”
“너일 걸.”
그렇다고 해서 머리카락이 한 움큼 빠지는 일 같은 건 없었다. 어느 쪽일까, 이 글을 읽고서 Keep going 하게 될까, 아니면 지금보다도 훨씬 조심스럽게 다루려나. 모르겠다. 둘 다 좋으니까.


재밌었다. 한 켠에 놓인 티테이블은 그동안 짐을 올려두는 용도였는데, Y는 그 외에도 꽤 잘 활용하는 듯했다. 퇴근길 사 갔던 샌드위치를 티테이블 위에 두고 나란히 먹기도 했고. 그 카페 정말 잘한단 말이지.
섹스 이전에도 재밌었다. 의자에 앉은 채로 나를 벽 앞으로 불러 세우는 걸 좋아했다. 내 앞에 바짝 당겨 앉아서는 또 웃으면서, 내가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걸 알면서 밀어부치는 걸 재밌어 했다.
처음 섹스를 했던 날도 나는 재밌었다. 긴장하진 않았지만 경계를 풀어두지도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누운 자신의 몸 위에 나를 눕혔다. 마치 선베드에 누운 것 같았다. 그리고서는 다리로 양 다리를 포박하고, 팔은 엉덩이로 깔고 앉아서는 그대로 내 귓바퀴나 목덜미, 그리고 유두와 보지를 문자 그대로 희롱했다. 그런 희롱이 나는 재밌었다.
어느 날은 또, 섹스하지 않을 거라며 홀딱 벗겨진 주제에 칭얼거렸다. 그러면서 손으로 Y의 가슴팍을 밀어내다가 침대 헤드쪽으로 뒷걸음 치다가 나중에는 손으로 보지를 막았는데 Y는 오히려 웃더라.
“응, 자위해 봐. 자위하는 거 구경할래.” 하고 내 손을 잡아 이끄는 것도 재밌었다. 그 날은 Y의 바람을 들어 주지 않았지만, 다른 날에 Y가 더플백을 가지고 온 날, 흡착이 가능한 무시무시하게 커다란 딜도를 바닥에 부착하기도. Y의 자지보다 크기도 했고, 흡착식 딜도를 처음 보기도 했던 터라 조금 겁이 나기도 했다.
“입으로는 자지 빨면서 보지로는 딜도에 따먹히는 거야? 다른 남자들이 너 이러고 있는 모습 봐야 하는데.”
양 팔을 붙들린 채였던 것 같다.


Y는 그 날도 그랬다. 이런저런 상황들을 나에게 제시하면서 그런 말을 했다.
“돌아가면서 따먹히는 상상했더니 존나 젖은 거 봐. 소리 들리지, 이거.”
Y는 아마 이 글을 통해서 알게 될 테지만 사실은 Y가 나에게 제시한 그것들을 집에 소중하게 가져가곤 했다. 가져가서는 잠을 청하기 전, 어떤 의식과도 같이 행하는 자위의 재료로 사용하곤 했지. 제안하는 매번을 내가 싫다고만 하는데, 이런 발칙함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무슨 수로.


요즘 굉장히 자주 가는 동네. 정말이지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곳이었다. 어떤 대상에 순식간에 매료된 적은 없었고 더구나 그 대상이 ‘동네’였던 적은 없었다. 이미 나는 동네방네 떠벌거리고 있었다, 지금처럼.
“나 친구들한테 여기 꼭 오라고 전도하고 있어.”
“어, 나돈데. 여기 좋아.”
“응, 신기해. 재밌어.”

그 날도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갔고 Y가 먹고 싶은 걸 고르도록 했다. 무슨 대화를 했더라, 여하지간 나는 여전한 요의를 느꼈고 화장실에 갈 때마다 Y는 천진하게 웃었다. 그리고 나는 뒤돌아 서서 째려봤지. 다리 사이에서 울리는 진동을 나와 Y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 했을 것이라 믿는다.
추가 주문을 마치고 다시 테이블로 돌아오다가 Y는 멈칫, 잠시 어딘가를 응시한다. 브라운관에 연결된 캠코더. 애프터 썬.
“우리 아빠도 캠코더로 나 많이 찍어 줬었어.”

음, 또 무슨 대화를 했더라. 단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니 Y는 종종 내가 했던 얘기들을 복기하던데, 새삼스럽지도 않게 일상처럼 미안했다. 그만두고 싶은 미안함.
“아까 가려던 곳 다시 들러 볼까?”
워크인 좌석은 만석이라며 아쉬운 얼굴을 한 직원이 있던 곳. 이미 내가 발견하기도 전부터 가 보고 싶었던 곳이라고 그랬다.
“응, 일어나자.”
캠코더 앞을 서성거리던 건 Y였고 사진 촬영을 방해하는 건 내 쪽이었다. 손을 잡아끌어 프레임 안으로 데리고 왔던 게 마치 화질처럼 조금은 지직거렸다.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멋쩍었다. 그래서 숨었다.

아쉬운 얼굴을 했던 직원은 이제는 피곤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그런 얼굴로 술을 설명하면서, “아까 두 분 다녀가셨었죠?” 하더라. 기억해 준다는 일은 이렇게 반가운데. 다시 그만두고 싶은 미안함.
대화는 몰라도 흐르던 곡은 기억난다. 신효범, 015B, 전람회. 곡이 바뀔 때마다, 정확히는 전주를 듣고 내가 아는 곡인지를 지각할 때마다 나는 보톡스 때문에 잘 찌푸려지지 않는 미간에 힘을 주고 Y를 쳐다봤고 그 때마다 Y는 빙그레 웃고 있었다.
“나 원래는 잘 안 웃었어.”
그렇구나. 나는 워낙에 잘 웃었어. 웃으면 안 되는 상황에까지도.

긴 식사를 다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도 우리는 시린 깍지를 끼고 재잘거렸다.
“이 다음에는…….”
“그럼 여기는…….”
그런 식의 대화였던 것 같다. 불안했다.


밤새도록 이불을 덮었다가 들춰냈다가를 반복했다. 왼쪽을 보고 누워 Y의 허리에 깊숙하게 오른 다리를 올렸다가 오른쪽으로 돌아누워서 그 새 차가워진 팔을 이불 속으로 꽁꽁 숨겼다. 그러면 내 뒤척임에 깬 Y는 다시 내 쪽으로 돌아누워 오른쪽 가슴에 그의 왼손을 얹고는 살금살금. 나는 엉덩이를 씰룩거리면서 그 틈과 Y의 중앙이 꼭 맞물리게 하고. 옆으로 나란하게 누운 남녀 한 쌍이 엉덩이를 몇 번 더 씰룩거리면 이내 입에서는 흡족스러움이 흘러내린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욕실에 같이 가는 일이 편치는 않았다. 마음 놓고 오줌을 누고 싶기도 했고, 방귀도 트림도 시원하게 내뿜고 싶었거든. 코도 파고.
근데 이따금 Y는 내 손을 잡아끈다. 티슈 여러 겹으로 보지를 틀어막고 있다가 “바로 헹궈내는 게 몸에 좋대.”하는 설득으로 축 처진 몸을 겨우 일으켜서 어기적, 욕실로 향하면 곧 Y의 눈은 음흉하게 바뀐다.
“싫어, 안 할래, 안 돼, 안 해.”
“응, 여기서 하면 기저귀 채울 거야. 기저귀 차고 다니고 싶어?”
“아니야, 안 할 거야.”
Y의 완력을 나는 좋아한다. 적당한 완력 말고 ‘기필코’의 완력. 거기에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걸 완고하게 바라고 있어서인가.
정액 섞인 맑고 뜨거운 물이 Y의 전완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욕조에 웅웅거리면서 내 외침이 남아 있는 듯했다. 민망함을 거두기가 어려워서 나는 Y의 손을 조물락거리고. 민망함에 다시 등 뒤에 숨어 비누칠을 도왔다. 그러면 Y는 나를 돌려 세우고는 미끌한 엉덩이 사이에 뜨거운 자지를 부비적거리면서 양 손으로 가슴을 움키고. 다리에 힘이 점점 풀려서 주저 앉기 직전이 되어서야 Y는 다시 말갛게 웃는 표정을 하고는 샤워기로 거품을 훔친다.
“물 마시는 노루 같아.” 헛구역질을 하다 말고 칫솔을 한 손에 들고서 샤워기 앞에 대고 혀를 길쭉이 내밀었을 때에 Y가 말했다.
“노루스름해?” 내 개소리인지 헛소리인지를,
“따먹고 싶어.” 가차없이 치워 버린다. 그러면 나는 더 약 오르라고 목에 대롱대롱 매달려서는 여기저기에 소리나는 뽀뽀를 하고, 약이 하나도 오르지 않는 Y는 그대로 몸을 수그려서 왼쪽과 오른쪽 젖꼭지를 차례로 깨문다.
“으응,”하는 아양으로 몸을 틀면 Y는 입맛을 다시면서 수건을 건넨다.


느즈막한 봄의 아침을 맞이하면서, 침대에 엎드려 파운드케익과 스콘을 나눠 먹었다. 턱 아래에 받쳐둔 손바닥 위를 벗어난 빵 부스러기가 이불 주름 사이사이로 자취를 감췄다.
이상하리만치 더운 날이었다.

“아, 맞다 키위!”
“키위?”
“같이 먹으려고 깎아 왔었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까먹을 뻔했다.”
“청소하시는 분들 새참 될 뻔했네.”
“근데 껍질만 깎았어.” 나는 마치 계란처럼 반질반질한 키위를 Y에게 보여 주었다.
“괜찮아.”
아, Y의 습관 중 하나. 무언가를 먹고 난 손가락을 쪽쪽 빠는 것. 음, 야해, 진짜.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http://redhol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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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4-03-03 00:25:14
3편 빨리요ㅠㅠ
익명 / 엇 ㅋㅋ 3편은 미리 안 써뒀는데 어쩌죠 ㅜㅋㅋ 고맙습니다!
익명 2024-03-03 00:20:45
이번 글들 진짜 좋네요. 달달하다아
익명 / 오 ㅋㅋ 단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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