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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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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삶이 영화나 소설처럼 인식되는 이유는 하나일 것이다. 영화나 소설만큼이나 개개의 삶을 들여다 보았기 때문에. 블로그 또는 브이로그, 타인의 삶을 들여다 보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을까. 나와 다름이 없어서, 영화 같고 소설 같아서. 진실인 동시에 허구라서.
오래 전 누군가가 내 글을 더러 “실제로 있었던 일이야?”하고 물어 온 일이 있었는데, 재수없지만 “내가 실제로 겪었든 상상력을 발휘했든 당신에게는 글 이외의 형태로 존재할 수 없는 경험이므로 이것은 허구와 다름이 없다.”고 답변한 적이 있다. 부연하건대, 나의 기억력보다도 더 좋지 못 한 것이 상상력이라서, 둘 중에 내가 의존해야만 한다면 차라리 기억이겠지.
아무튼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기억력이었다. 누군가가 사진 또는 영상으로써 보존하는 것과 같이, 나의 경우에는 글이었다. 남는 것은 사진뿐만이 아니었다. 더 시간이 흘러서 왜곡되고 편집되고 바래기 전에, 갓 구워진 뜨끈한 상태의 글들을 선물하는 일을 나는 좋아했다. 선물로 받아 주는 이들을 사랑했다.
글 기반의 SNS를 시작한 이유는 의존하고 싶지 않음이었다. 제법 수다스러운 성격 탓에, 바쁘디 바쁜 하루 중에 겪은 일들을 재잘거리고 싶었는데 그것이 곧 의존으로 향하는 아주 끈적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서는 대화에서 혼잣말로 경로를 틀었던 것이다. 역설적으로 그것은 또다른 의존이 되었다. 그러다가 지금은 흩어졌지만.

장르가 무엇이 되었든 실로 영화 같은 삶이다. 그만큼이나 자기객관화와 거리가 먼 인생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번주는 언제 보지?”는 항상 너였고
“X요일 h시에 ㅇㅇ에서 약속 있어.”는 항상 나였다.

D-7, 14:00 사전 미팅
D-5, 18:30 사전 기록 측정
D-4, 21:00 왁싱
D-3, 19:30 마사지
D-2, 20:00 스트레칭, 폼롤러(그리고 비공식 유산소)
D-1, 19:30 사우나 및 세신 그리고 숙면

“그럼 이 다음주에는 못 보겠네. 미팅 마치면 몇 시쯤이야?”
“아마 두어 시간 있을 거 같아.”
“그럼 여기로 올래? 일 좀 마무리해야 해서.”
선뜻 본인의 일터로 불러 주어 고맙고 또 어색했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일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주제넘게도 새삼 기특하기도 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너는 나를 마중했다.
“오, 나인 줄 어떻게 알았어?”
“그냥 나와 봤는데 있었어.”
“사무실 안에서 피우시네.”2024년, 실내 흡연이 가능하다니.
“저기랑은 사이 안 좋아.”

신기하게도, 업무와 연관이 있다면 기억에서 잘 지워지지 않는 편이다. 그러니까, 너를 이미 나는 오래 전에 만난 적이 있었다. 사업자등록번호를 나는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 하고 있었다.
“너 혹시 2년 전에 여기 다녀간 적 있었어?”
머리가 하얘지기도 전에 뱉은 말이었다.
“어, 어떻게 알았어? 친한 형이 부탁했었어.”
이윽고 머리는 하얘졌다.
이미 알고 있었다. 친하다던 그 형 역시 시달리고 있었을 것이므로. 나에게 직접 말한 적은 없었다. 나 역시도 고충을 내부에 털어놓는 시람의 유형은 아니었다.
“응, 사수가 엄청 부추겼거든.”
“아, 거기 빡세지?”
그리고 시간을 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응. 그래서 지금은 그만뒀어. 나 약국 갈 건데 필요한 거 있어?”
“허리?”
“응, 혹시나 싶어서.”
“아니, 없어.”


정말 신기했다. 불과 24시간도 되지 않았다. 친구가 관계에 대한 문제를 털어둔 것 말이다. 장래를 그리는 남자친구의 친구와, 남자친구를 알기 훨씬 전에 섹스를 한 적이 있었고 그 사실을 남자친구가 알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만약에 지금의 너가 아니라, 너 남자친구가 내 친구인 입장에서 “여자친구가 이랬대. 어떡해?”라고 물어 온다면, 나는 “뭘 어떡해?”라고 대답했을 거야.”
그리고 약국의 위치를 검색하지도 않은 채로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어떻게 이렇게 하루도 안 지나서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태도를 바꾸지? 막상 내 일이 되니까 너한테 말했던 것처럼 생각이 절대 안 돼.”
“별 문제 없을 거야. 그 사람도 알아?”
“글쎄, 말했으면 알겠지? 엄청 친한 건 알아. 얘기 몇 번 전해 들었어.” 당시에는 그게 너인 줄을 몰랐고.
“잘해 봐.”
“고마워.”
관계를 잘하는 방법을 나는 죽었다가 깨어나면 그제야 알 수 있을까.

너는 알았을까. 내가 어떤 표정을 했는지도 너는 봤을까. 모르겠다. 나조차도 너의 눈이 어디를 보고 있었는지 알지 못 했다. 마음이 무거웠던 것은 그만큼이나 몰입했다는 방증일까. 아직 소회하지 못 한 것들이 반사적으로 튀어올랐다. 순식간에 역류하는 무언가가 거북스러웠다. 편두통에 혈관을 확장시키는 것이 효과적일 때도 있다고 그랬다.
세상은 좁다는 것을 실감할 때마다 나는 다시 착한 얼굴을 해야 했다. 싫었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을 때에, 너는 세 대의 모니터 앞에 골몰했다.
“빵 안 먹고 있었어?”
“같이 먹으려고. 그리고 저녁 먹어야지. 금방 끝나. 한 10분?”

정수기에서 텀블러로, 물 담기는 소리가 고요했다.
“가방에 이거 들어갈 공간 있어?”
도시락통이었다.
“응, 나 줘.”
소염진통제가 요추뿐 아니라 두개골에까지 구분 없이 골고루 작용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런 마음으로 푸른색 캡슐 두 개를 삼켰다.


“옛날통닭 먹을까?”
너는 그 형에 대해 일언반구 없었다. 그리고 나는 태연한 척했지. 그러면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되어서 그 형의 흉내를 냈다. 나는 그 모습이 재밌어서 고개를 젖히고 웃고.
“나 엄청 잘 챙겨 줬었어. 지금도 다른 사람들이랑 연에 한 두어 번씩 만나. 퇴사자 모임.”
“다들 돈독했나 보다.”
“나오니까 그제야 가까워지더라.”

제법 쌀쌀했다. 너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추위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어떤 공간은 고양이 놀이터였다. 따뜻하고 조도가 낮은 조명과 즐비해 있는 온갖 고양이용품, 그리고 귀의 귀퉁이가 잘린 세 마리의 고양이. 무슨 공방이라는 문패가 무색했다.
“프로필 사진에 있는 고양이랑 닮았다.”
“걔가 훨씬 귀엽지.”
“몇 살이야?”
“한국 나이로 아홉 살. 5월 되면 고양이 나이로 여덟 살.”
“팔팔할 때네.”
“응, 팔팔했어.”
공방 앞에서 우리 둘의 조잘거림을 세 마리의 고양이들은 식빵을 구우면서 관람했고, 그동안에 너는 한 번도 추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냥 손을 꼭 쥐었던 것 같다.


그 날 술에 취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술을 마시지 않아 다행이라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다. 만에 하나 취한 상태였다면 즉흥적인 감정으로 너에게 무어라고 쏘아붙였을지 나는 감히 예측할 수가 없겠다. 나는 그만큼이나 나를 잘 알지 못 한다.
그런데 너는 나를 잘 알았다.

“존나 박히고 싶지?”
“아닌데?” 아니긴 뭐가,
식상하기 그지없는 내 도발은 항상 같은 식이다. 네 자지를 꾸역거리며 삼키는 시도를 하는 내 머리를 쓰다듬는 너를 잠시간 올려다 보다가, 이내 올라 타서는 그 위에 질척거리는 보지를 문지르는 식. 거기에 더해서 네 팔꿈치나 손목을 꼭 붙들면서 귀에다가 속닥거리는 일.
“‘박아 주세요.’ 해 봐.”
그러면 너는 가소로운 듯이 웃는다.
“빨리, 존나 박고 싶지?”
“전혀.” 내가 쥐고 있는 손을 뿌리치면서 몸을 일으키면 나는 조금 움츠러들고. 그 날은 쫄지 않은 척을 아득바득 했었다.
“박아달라고 안 할 거야.”
“안 할 거야? 그래, 그럼. 이렇게 있자.” 너는 그 새에 내 우위를 선점했다. 다시 내려다 보는 눈이 아, 나는 왜 눈에 약한가.
“응, 하나도 안 박히고 싶어.”
“그럼 이거 뭐야? 여기는 박아달라고 존나 질척거리는데, 안 박히고 싶다고?”
그 날은 네가 내 귀에 목덜미에 무슨 짓을 하더라도 넘어가지 말아야지 했다. “응, 안 박힐 거야. 그거 내 거 아니야.”
아직도 기억나지 않는다. 네가 어떻게 했더라. 무슨 술책이었길래 내가 홀라당. 뭐였는지는 몰라도, 요청이 있기 전까지 절대 먼저 삽입하는 일이 없는 너는 이미 내 안 깊숙한 곳까지 들어 차 있었다.
“박아 줬으면 ‘감사합니다.’ 해야지, 응?”
“으응, 안 해.”
“안 해? 씨발년이, 안 해?”
“안, 해!” 어디를 몇 번을 맞든 재밌었다. 그도 그럴 만한 게, 너는 매번을 웃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마주 웃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도중에 자지를 홱 빼 버리는 건 정말이지 너무한 처사였다.
“으응, 줘, 자지 줘,” 누구라도 같은 반응 아닐까. 물고 있던 자지를 눈 앞에서 빼앗는 것은 잔혹했다. 그리고 네 웃음은 그만큼이나 악랄했고.
“이거 줘? 그럼 뭐라고 해야 돼?”
“…….”
“뭐라고 해야 돼?”
“자지… 주세요.”
“자지를 어디에다가 줘?”
“…보지에 박아 주세요.”
“보지? 어떤 보진데?”
“…”
“박히기 싫은가 보다. 그치?”
“아니야, 박아 줘.”
“어떤 보지에 박아 줘?”
“존나 음탕한 걸레보지에 박아 줘.”
“박아주고 나서는? 뭐라고 해야 돼?”
“…”
“응? 뭐라고 해야 돼, 씨발년아.” 너는 대답을 채근하듯이 그대로 끝까지 밀고 들어왔다.
“으, 감사합니다, 걸레보지에 자지 쑤셔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님.”
“옳지, 그치, 예쁘다, 잘했네. 앞으로도 주인님이 이렇게 박아 주면 뭐라고 해야 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너는 감사 인사를 하는 사람이 좋다고 그랬다. 그 때에는 으레, 도처의 인사들이 희석되는 것을 경계하는 사람인가 싶었는데, 이 날에는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날도 너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여러 명 앞에서 하는 보지 자랑이나 자위쇼’, ‘네 눈 앞에서 다른 사람에게 따먹히는 일’들을 나에게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막연하기만 했던 이미지가 또렷해질수록 흥분이 덩달아 선명해져서, 그만큼이나 마음이 무거워져서 그 날은 평소보다도 훨씬 더 많이 싫다고 했던 것 같기도.


“아, 딸기.”
“딸기?”
도시락통 안의 것들은 딸기였다. 가방에서 도시락통을 꺼내 화장실로 가려는데,
“그거 집에서 씻어 온 거야.”

올겨울에 딸기를 언제 먹었더라. 아직 내돈내산은 없었다.
딸기를 먹으면서도, 다음날 느즈막한 점심의 곤드레나물밥과 코타츠가 있을 법한 카페에서도 착잡함이 좀체 가시지를 않았다.

집으로 향하는 길, 사거리에서 신호를 대기하는 중에는 제법 비가 왔다. 우산이 있는지를 언제 물어보면 좋을까 계산하는 중이었다. 지나가는 소낙비였나.
“비 많이 안 와서 다행이다.”
“편의점 앞에 내려 줘도 돼?”
“응, 이 정도는.”
“잘하고 와.”
“고마워.”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을 무조건적으로 동감하지도, 전적으로 반대하지도 않는다.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대화 불능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이제는 알겠다.
친구 중 한 명은 섹스를 대하는 생각이 나와 아주 많이 달랐다. 아니지, 섹스관념뿐은 아니었다. 아니다, 잘 모르겠다. 다르다고 생각했던 것은 나 홀로였을지도.
여하지간 내가 만나는 남자들을 그 애는 자주 살폈고, 경계했고, 평가절하했고, 무시했다. 그것은 곧 나를 향한 멸시로 이어졌다. 그런 이유로 나는 그 친구 앞에서 함구했어야 했다.

“걔는 너 이용하고 있는 거야. 의미부여해 봐야 너만 손해야. 나는 너가 그렇게 틀에 박힌 생각하고 있다는 게 진짜 무섭다. 됐다, 현실적으로 말해 줄게. 너 마음이 많이 아픈 것 같은데 앞으로도 똑같이 그런 것들 사랑이라고 믿고 혼자 계속 끌려 다녀라. 니가 아니라 다른 친구였어도 나는 똑같이 말했을 거야. 걔 말고도 너가 자기 좋아하는 거 알고 자존감 채우려던 새끼도 똑같지 않았냐? 너 지금 나 가스라이팅하는 거야. 걔네가 너한테 해 준 게 뭔데?”
‘그러는 너는? 나한테 해 준 게 뭔데?’ 말을 삼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그것보다도 내가 그 친구를 가스라이팅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는 사실이 허무했고, 무엇인지는 여전히 모르지만 내 생각의 어떤 틀이 그 애를 무섭게 느끼도록 했을까 미안했다. 그러나 화가 났던 것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진심이 와전되고 왜곡됐다는 점이었다. 나는 어째서 그들의 마음을 그렇게밖에 전달하지 못 했나.
어떤 트라우마는 영영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사과하지 못 했다. 사과란 모름지기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일이라고 믿는데, 자존심이나 고집을 모두 내려놓는다고 한들 받아들이는 당사자 입장에서 그 마저도 상처인 동시에 공격으로 인식된다면 응당 건네어서도 안 되는 일일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내 개인적인 일에 불과하기 때문에, 관계 속에서는 그것을 표현하는 것조차 과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를 해야만 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건네는 것이 좋을지 나는 내내 궁리해야겠지. 짐작에 불과하지만 그 친구의 표현은 깊은 걱정이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친구가 더 상처받지 않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의 잔소리였다고 생각한다면 ㅡ화가 났던 지점만 제외하고ㅡ나에게 상처가 될 부분은 전혀 없을 것이다.


“와, 존나 영화 같다. 그 둘이 어떻게 아는 사이래? 너는 대체 사업자등록번호를 어떻게 기억하냐? 그 회사 그 씨발새끼는 너 말고도 다른 사람들까지 괴롭혔대?”
답은 정해져 있고 그 친구는 대답만 하면 됐었다.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http://redhol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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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4-03-03 06:33:32
주말인데 일찍 일어나셨네요.
익명 / 오 제가 드릴 말씀을요 ㅋㅋ 주말엔 좀 늦게 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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