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익명게시판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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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소통.

그녀는 이 곳의 많은 사람들 처럼 
'우연히' 이 곳을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어떤 일이 뜻하지 아니하게 저절로 이루어져 공교롭게" 말이죠.

그래서 그녀는 '이 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였습니다.
사실 이 곳이 특별한 곳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저는 그저 다른 커뮤니티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그녀의 그 특별한 의미의 이 곳이라는 말에는 쉽게 동의 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녀와 대화를 해보고 나서
그녀가 말하는 '특별함'에는 충분히 동의 하게 되었죠.

그녀는 그런 사람 이였습니다.


어느날 댓글이 달렸다는 팝업이 떳고
제가 글을 쓰지도 않았는데 무슨 팝업일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렇게 새로운 소식이 내심 반갑고 기대까지 됐습니다.
(그게 머라고 말이죠. 참 단순합니다 저 ;;)

확인해 봤더니 오래 전에 올린 글에 대한 댓글이였어요.
다행히 글이 마음에 들었다는 글이였고
그 댓글을 참 이쁘게 썼네.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정성과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그 댓글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였던 건 세 문장 이였습니다.

"슬슬 읽혀지는"
"제 생각과 같은 생각' 
"저만의 '용기'"

라는 문장들이 눈에 들어왔죠.

어떤 사람일까의 궁금증이 들었던 아까와는 다르게
그 댓글들을 읽고 제법 통하는 구석이 있겠구나 하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글은 글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그것만 가지고 상대를 잘 판단하지 않는데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서 상대를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에
때로는 그것만으로 상대를 상상하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 것은 그저 '댓글'일 뿐이였죠.
그저 지나가다가 한번 쓱 주절 거릴 수 도 있는.
그래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녀에게 답글 대신에 제법 긴 쪽지를 보냈습니다.

퇴근 후의 일상 부터.
댓글을 읽었을때의 감정 까지.
그렇게 소소하게 쓴 쪽지가 제법 길어졌고
그 긴글을 제대로 읽기나 할까? 하는 생각에
혼자 낄낄 거리면서 답글은 오지 않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생각과는 다르게' 빠른 답장이였어요.
그녀 역시 적지 않은 길이의 답장을 보냈고
그 긴 글은 내용과는 상관 없이 제법 내 쪽지가 반가웠다는 반증으로 읽혔습니다.

"이런 날도 있구나"
"이런 사람도 있구나"
"이런 경우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끔 좋은 글이라고 생각되는 글이 있으면
그 상대에게 쪽지를 보내기도 하는데 
그것에 대한 피드백은 거의 오지 않아
이제는 모든 쪽지들의 피드백에 대한 기대는 거의 사라진 상태였으니까요.

그렇게 우리는 서로 '소통'하기 시작했습니다.


_ 혼란.

그녀는 레드홀릭스 라는 사이트를 '우연히'알게 됐기에
이 사이트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초반에 읽은 글이 제 글이였고
그 글이 운 좋게 마음에 들었었던 거죠.

그렇지만 몇번의 쪽지가 오가기도 전에
그녀는 레홀의 글들을 보고 그 정체(?)를 알게 됐고
초반에 들었던 설레임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충격적인(?) 사이트 인걸 알았고
저의 글을 찾아 보다가 저의 왕변태성(?)까지도 파악하게 됐습니다.

그녀는
어릴적부터 모범적인 생활이였고
윤리적인 범주 역시 크게 벗어난 적이 없는
사고의 전환 또한 국한적인 자신의 통제에 익숙한 분이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곳이 적나라한 표현이나 자유로운 성적인 생각들이
다소 충격적이였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까지 오게 됐다고 했습니다.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 이 곳에 왔을때 같은 심정이였으니까요.

나름 그녀를 설득해야 했어요.
저는 그녀와의 소통에 제법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저 역시 섹스파트너를 구하는 것 보다는
소통할 수 있는 상대를 찾고 있었기에
그녀와의 생각들이 제법 이해가 되고 서로 맞기도 했었으니까요.
온갖 권모술수(?)의 말들이 필요 했습니다.
그녀를 설득해야 했으니까요. 

이 곳은 그저 다양한 생각을 가진 당신과는 다른 사람들의 공간이다.
그렇기에 이 곳의 사람들도 당신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이다.
다만 이 공간에서의 일들은 감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것이고
그래서 이 곳을 사람들은 대나무숲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등등...그동안 레홀에서 주워들은 모든 말들을 동원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녀의 혼란스러움은 가시지 않았고
탈퇴를 해야겠다는 으름장 아닌 으름장으로 저를 긴장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_ ENOUGH

그녀는 '아직' 탈퇴 하지 않았습니다.
다행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녀가 아직 탈퇴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중요 합니다.

그것은 얼마전에 저에게 말했던 충격적이고 혼란스러웠던
이 사이트에 대한 적지 않은 오픈마인드가 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 입니다.

현재가 가장 중요 합니다.
지나온 시간은 과거라는 틀에 가두면 되고
오지 않는 시간은 미래라는 허무의 공간으로 치우면 됩니다.

그럼 남는 것은 현재의 공간 이겠죠.
그 현재의 공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녀는 그 현재의 공간에서 가끔 소통으로 서로의 이야기도 하고
괜스런 농담으로 낄낄 깔깔 거리기도 합니다.

아...아쉽게도 그녀와는 야스러운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자지, 보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단어들 입니다.

대신, 그녀는 매일 운동을 하며, 쌍커플 수술을 하고 싶어 하고
청국장을 좋아하며, 매운것을 잘 먹지 못하고 
가끔은 Cuddler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남녀가 설레일 수 있는 것이
섹스를 빼고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는 순간 입니다.

덕분에 그녀와의 소통은 
최근 그 어떤 이들 보다 재미있고
그 어떤 순간보다 두근 거립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어떤 변화가 생겨 어떻게 미래의 시간이 이어질지는
그녀도 저도 장담할 수 없지만
언급했듯이 우리에게는 '현재의 공간'만이 중요 합니다.

오지 않는 시간에 대한 어떠한 약속이나 다짐 보다
오지 않는 시간에 대한 무시로 현재의 시간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최근, 이렇게 설레였던 적이 있었던가 생각 합니다.
셀렘의 상대 보다도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이렇게 입가에 웃음끼가 도는 순간이 얼마만일까.
오롯하게 이 모든 감정들을 만끽하고 즐겼던 찰나가 과연 언제 였을까.
이런 감정을 만들어 내는 이 소중한 현재의 순간을
지금 이렇게 만끽할 수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
더할 나위 없이 충분 합니다.

ENOUGH.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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