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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카톡 프사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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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대로일 줄 알았는데, 디폴트로 되돌아갔다. 카카오가 오랜 비활 계정을 정리했을까? 네 프로필이 변경되었다는 알림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건 고친게 아니니까.

아직 십년은 되지 않았다.

나는 잔업이 남아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내가 좋아하게 된 새로 생긴 카레 가게였다. 생마늘과 으깨는 도구를 제공하는게 마음에 들었다. 나는 생마늘을 6개인가 으깨고 있었다. 그러다 온 전화를 받았다. 너의 큰아버지였고, 네가 더이상 살기를 그만 두었다고, 어느 병원이라 말했다. 나는 생마늘이 매워서도 아니고 그대로 눈물이 왈칵 터져나와 볼을 따라 흘러 이제 막 한 술 뜨려던 카레 소스 위에 방울져 떨어졌다. 나는 놀랐지만 동시에 놀라지 않았다. 네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뭐냐며 되묻지 않았고, 단지 병원만 확인했다. 어느 동네의 어느 병원인지만. 카레가게 사장이 그런 나를 보며 매우 놀랐고, 나는 계산해달라 하였고, 무슨 일이냐 물어, 친구가 살기를 그만두었다 말했고, 그냥 가시라는 사장에게 계산은 하고 가겠다고 어차피 법카라며 계산을 하고 나왔다.

너는 가끔 내 직장에 오다가다 들렀다며 나를 찾았고, 나는 그 때마다 급한 일이 없으면 일찍 나가고 급한 일이 있으면 정시 퇴근까지 해결해내고, 너와 특별히 할 말이 없어도 함께 술을 마셨다. 아마 거의 다 내가 샀을거다. 아깝다는 생각은 가져본 적이 없다. 금요일일라치면 밤새 술을 마셨다. 우리는 말없이 마시기만 하기도 했다. 나는 너에게 바란 것이 없었고 너도 내게 바란 것이 없었으며 우리 존재가 이 순간 이 장소에서 함께 하고 있음 그 자체로 족하였다.

급하게 택시를 잡아타고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고, 대강 알아서 돌리라 했다. 너의 빈소에는 아주 가까운 친척들만 있었다. 참척한 이의, 특히 살기를 그만 둔 이의 식은 널리 알리지 않는다던가. 너의 사진과 향만이 있었고 아무런 제사상도 다과도 술도 음식도 없었다. 나는 너의 큰아버지와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너에게 재배하였다. 내가 너에게 절을 하다니, 늙으면 먼저 간 이에게 절할 일이야 있겠다 싶지만 그땐 생각조차 한 적이 없었다. 너의 형편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너의 친척들은 아무 것도 내어줄게 없어 주저하고 있었다. 제가 사오겠습니다. 술을 올려야 합니다.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왠지 침착했는데, 나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면서 이미 누군가 어떤 일을 하여야만 하고 그렇다면 내가 하여야 하고 그게 이 일일줄 알았어서, 마트로 가며 잡히는대로 담는 나를 보는 눈들 그들의 두런두런한 말소리에도, 그래 그럴만 하지 있을만한 풍경이 아니니까, 외려 그들을 이해했다.

연락이 퍼지고 퍼져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너의 상주가 되었다. 네가 짝사랑했던, 우리 독서모임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누나에게 오랬만에 전화를 했다. 누나, 저에요. 오랬만이네. 그 친구가 살기를 그만 두었어요. 나는 도저히 그 사실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쉽게 알아들을 표현이야 많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들 신기하게도 잘 알아들었다. 한 번은 되물어도 굳게 재차 답하면 모두 탄식하며 알아들었다. 누나에게 예쁘게 하고 와달라 했다. 기꺼이 응해주었다.

삼일장도 아니었다. 너의 친척들은 단 하루만에 화장터로 보냈다. 사실 누구에게 더 알려야 할지도 나는 몰랐다. 난 사회에서 독서모임으로 너를 만났고 너의 유년기, 청소년기, 학교 친구들을 모른다. 그래도 몇이 찾아왔다. 이야길 들으니, 너는 너의 부친이 인수한 중국집에서 배달일을 하고 있었고, 배달일을 하느라 밥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해도 집안의 빚은 메꿔지지 않았다. 부친은 네게 월급을 줄 것이라 말은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사장이라지만 부친은 자가고용노동자였고 너는 가족이어서 무보수로 일하는 처지였다. 그러다 강물을 보았고, 강물에 몸을 실었고, 떠오른 너는 병원에서 나를 불렀다. 너는 화장되었고, 달리 안치하지도 않았다. 내가 어쩌면 고집을 부려 사람들을 모았지만, 나는 어쨌든 너의 가족은 아니었기에 안치소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너였던 재는 내 손에 쥐어져 바람에 날려 세상으로 되돌아갔다. 그 순간에도 너와 최인호 소설을 이야기하며, 장례에 대해 추도사가 반복되는게 있다고, 무거운 것 가벼운 것 액체 그런 것들이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간다는 식의, 아마 스님의 추도였을까, 그 문구를 너와 이야기했던 생각을 했다. 화장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식사를 하며, 우리 모임에서 큰형님 위치에 있는 분이 말했다. 네가 사는 술을 먹을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지금 먹는구나, 잘 먹으마. 너의 빈곤함을 알아서 우리는 너게에 아무런 비용 부담을 청하지 않았고 왜 부담 안하냐는 다른 이들을 적당히 타일러 쟁점으로 남지 않게 흐렸다. 그러기 위해 그 형님이 여긴 내가 산다며 많이 냈었다. 사람이 좀 줄면 내가 내곤 했고. 언젠가 네가 책을 가져와서 이 책으로 오늘 비용을 부담하겠다 하여 손사레친 기억도 난다. 그러지 마라, 그럴 필요 없다.

그리고 너의 물건을 정리했다. 그 부분은 특별히 큰아버지께 부탁을 받았다. 너는 향학열이 강했다. 너의 집은 너의 방은 책이 그득했다. 정리를 하질 않아서 발을 골라서 디뎌야 할 정도로 책이 열려진 박스에 쌓여있는 식이었다. 부친과 둘이 사는 집에 발자국이 그득했다. 너와 부친은 집에서 신발도 벗지 않고 생활한게 보였다. 우리는 네 물건을 빼서 트럭에 담았고, 거의 다 책이었다. 그리고 마대자루와 빗자루 락스 세제를 사와 정성을 다해 청소했다. 부친께는 이제 신발 벗고 사시라 단단히 언질하였다.
 
일단은 창고에 네 책을 쌓아두고, 어떻게 해야할지, 기증을 해얄까, 그래서 정리를 시작했다. 복사한 책도 많았고 그냥 노트도 많았다. 복사본은 폐품을 빼고 노트는 따로 모아 다시 집으로 보내기로 했다. 책을 파라락 펼쳐보며 무언가 있나 확인하면서, 영수증들이 나왔다. 너는 알라딘 중고서점만 찾았다. 그래, 너는 한동안 배달일을 하며 생활비와 책값을 만들고, 그걸로 책을 사서 생활비가 떨어질 때까지 버티곤 했다. 그런 패턴을 반복했다. 무수히 많은 영수증이 책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너의 삶이 날 것 그대로 내게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말로 설명할 수 있은 범주를 넘어선, 일부라 할지라도 너의 삶이 진하게 남았던 그 총체가 흘러나와 나를 통과했다. 우리는 책을 정리하며, 남아수독오거서라 하였는데 여기 있는 것만 하여도 열 수레는 되겠으니, 남아로 모자람이 없으되, 네가 더 살아 만승 천승을 헤아리는 출세는 하지 못하여도 계속 살다보면 서너 승은 할 수 있었겠지 않았냐, 축문이라도 써서 우리 처사님 자랑스런 처사님 했어야 했다고... 내가 지나가는 말로 이런 작가 저런 사조 어떤 내용에 대해 언급했던 것과 관련된 책도 다수 있었다. 이 무수한 책에 이제 어떤 의미가 남는가... 나는 너의 책더미에서 김훈의 남한산성을 집었다. 직감적으로, 너를 생각하며 내가 읽어야만 하는 책이라는 것을 알아 취하였다. 읽지 않았던 책이었지만 읽어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궁함으로 가득하였다. 읽는 내내 나는 영혼이 짓눌려지는 느낌을 받아 으깨어지지 않으려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그러면 으깨어지진 않을까 싶어서.

괴롭다. 여태도 괴롭다. 시간이 약이라지만 그건 단지 진통제일 뿐이고, 그래 치료제가 없단건 안다. 너의 사진은 이제 볼 수 없겠지만, 그래도 너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너에게는 새벽의 운치가 흘렀다. 우리가 밤새 술마신 날이 많아서 그럴 것이다. 나는 네가 먹지 못할 나이를 먹었고, 이후로도 여러 일을 겪었고, 많이 변한 것 같기도 하고 전혀 변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너의 상주가 되고, 너의 물건을 정리하고, 그렇게 너를 보내면서, 마치 영혼이 어떤 유체물과 같이 느껴져서, 영혼에 금이 가 깨진 것 같고, 나의 눈물과 너였던 재가 엉겨붙어서 어쨌든 형태는 유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너는 나의 응어리가 되었다. 왜 응어리가 되었니, 아무 필요도 아무 요구도 없이도 우리는 그저 왠지 있어야 하고 없으면 이상한, 토템마냥 남을 수도 있었을텐데.

십년을 채워도 안될거란거, 알고 있었고 이렇게 마음을 풀어내 써보니 불가피함을 알겠다.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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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4-11-16 00:08:49
지인분의 영원한 안식과,
인연의 귀함을 아는 쓰니님의 마음에
평안이 있기를 빕니다
익명 2024-11-15 23:50:38
학창시절의 인연도 아니고 가족도 아닌데 장례에서 목놓아 울어주고, 상주를 맡고, 유골을 모아 뿌려주며 집 정리까지 해주고 10년이 지나도 친구를 잊지 못하는 쓰니님의 마음씨가 대단하신듯 합니다. 베푸신 것 보다 훨씬 더 많이 돌아오실 겁니다. 그분도 쓰니님 같은 분과 친구여서 길지 않는 삶에서도 몇 안되는 낙이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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