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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의 보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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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어감을 느끼는 것은 사람마다 제각각일 테고 그 순간 역시도 다양하겠지만 나의 요즘에는 주변의 결혼 소식. 심리적이든 물리적이든 거리와 관계 없고 또 직/간접의 방법도 다르지만 어찌 됐든 해가 갈수록 누군가 결혼했다는 사실,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빈도가 늘어 간다.
주변인의 결혼 소식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건 ‘우리 무슨 사이야?’. 얼마나의 축의를 해야 좋을지에 대해 앞으로 보답을 받을 수 있는지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생각한다는 건 언제나처럼 씁쓸했다. 청첩장도 그랬다. ‘우리의 앞날을 당신이 축하해 준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다시 또 ‘우리 무슨 사이야?’로 돌아와서는 청첩장을 건넨 손을 뻔뻔함이라 여기기도 하더라.
빌려주고 갚는 개념이 아니고서야 줄 때는 주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나이를 여기까지 먹었는데도 그 고집은 도무지 아직까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의 더한 풍파와 애정과 고뇌를 겪어야 사그라들는지. 지혜는 시간으로부터 자연스레 당연스레 주어지는 게 아니지 않던가.

한 해를 소고한다기에는 너무나도 보잘것없는 파편일 뿐이지만 어쩐지 달력의 커다란 3은 나를 조금 애처롭게 보는 것 같다. 작년에는 몇 장의 청첩장을 받았으며 청첩장의 갯수보다는 덜 결혼식에 참석했다. 딱 한 번을 빼고 모두 울었다. 신부가 아빠 손을 잡고 느린 걸음마를 뗄 때에 눈물이 피식 하고 흘렀다. 아빠는 그 딸들에게 어떠한 보답을 바랐을까. 나는 글쎄, 보답을 바라야 한다면 그들이 영영 잘 지내주었으면 좋겠는데. 울어도 웃어도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세상 대부분의 나는 평생에 한 번 내외의 결혼식을 올릴 테니 태어난 날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하고 또 가득 축하할 날이겠다. 그럼 졸업식은? 입학식은? 장례식은? 물음의 꼬리를 무는 게 말장난은 아닌데
아무튼 받을 걸 미리 생각해두고서 주는 마음들에게 나는 과연 기꺼이 감사할 수 있을까.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을 나는 받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 나는 반드시의 보답을 담보로 내 마음들을 숫자로 치환해야 하나. 우리가 무슨 사이인지 정의하는 데에 숫자는 불요하다고 말한다면.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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