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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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할 내용 없고 아마 길테니 관심없다면 돌아가시면 됩니다. 또한 정치적 성향이 안드러날 수 없으니, 제 성향과 맞지 않는다면 매우 불쾌하게 읽힐 수 있습니다. - 세월호 11주기입니다. 작년이 10주년이었는데, KBS에서는 황당하게도 선거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를 들어 관련 방송의 편성을 취소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이 되었고, 그 사이 계엄과 탄핵 정국에 묻혀 어지간한 사건은 다 묻히고 이 11주년도 묻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떤 일들은 우리가 적어도 기억하는 것으로서 버텨주어야 합니다. - 작년에야 이 침몰 원인 규명을 결론 지었는데 크게 내인설과 외인설이 있었습니다. 내인설은 무리한 설계 변경, 과적과 부실한 관리, 노후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배가 기울자 복원력이 부족해 침몰했다는 것이고 외인설은 외부 충돌로 인했다는 것이죠. 전에 김훈의 특별 기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찾아보니 2015년 1월이군요. 그 때에도 김훈이 읽은 자료를 평하며, 물리적으로 기울어질 것이 기울어졌다는 정보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는데, 규명된 원인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그 배경을 그래도 따질 수는 있는데, 비용절감을 위해 들여야 할 수선유지비를 들이지 않았고 화물 결박을 소홀히 하였으며 수익증대를 위해 과적을 하였다, 그 정도가 되겠습니다. - 원래도 김훈의 글을 인상깊게 읽곤 했는데, 그는 소설가가 되기 전에 기자였어서 신문에 올린 기고글은 꾸준히 찾아보는 편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로 김훈은 산재로 죽는 사람들에 관심을 많이 가졌습니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구의역 참사가 있었고 실족해 용광로 고로에 빠져 죽은 청년도 있었죠. 세월호는 사회적 참사 진상조사에 대한 특별법이 제정되는 계기가 되었고 나중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악법이라는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적잖았습니다. 기업 경영에 수틀리면 감옥가는 이유가 너무 많다는 이야기도 있었죠. 사기를 꺽어서는 안된다는 식의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민식이법도 기억이 납니다. 어쩌다 알게 된 사람이 이 법의 발의가 논의되던 시절인데 술마시다가 크게 성토를 하더군요. 이 법은 악법이다, 애들이 자해공갈을 해서 돈을 뜯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강변하더군요. 취해서 하는 소리라고 하기엔, 뭐랄까... 내가 운전하다가 실수해서 길가던 애가 죽는다고 치자 그렇다고 깜빵 보내는건 너무하지 않냐? 이렇게 들렸고, 자리는 별 일 없이 파했지만 다시 보는 일은 없었습니다.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는데 인기있던 시절 쇼츠로 몇 장면 본 적은 있습니다. 귀여워서 보게 되더군요.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쇼츠라서 모르겠지만 외국인 노동자였나? 하여튼 그 사람이 의뢰인인 것 같고 뭔가 상해를 입혔던 것 같습니다. 그에 대해 우영우의 동료가 방어할만한 조항이 없냐 묻는 장면이거든요. 우영우는 머리 속에서 법전 이미지를 마치 pdf처럼 띄우고 휙휙 하더니 그런 것 없다고 답합니다. 동료가 재차 더 찾아보라고 하자, 우영우는 다시 답합니다. 그런게 허용되는 조항이 있다면 상해의 면책을 주는 것과 같고 그런 조항은 없다고요. 그런 취지의 법이 있을 수 없다는 의미로 답한거죠. 007 영화 중 부제로 살인면허라는게 있습니다. 그러한 살인면허가 현실의 법질서에 있을리 없고(전쟁은 좀 다르겠지만 그건 극단적이니), 그렇다면 기업 경영자에게도 없어야 할텐데, 이런 것이 악법이라고 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리고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참사에 대응하여야 하는 행정력 특히 공권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고위 공직자 그 누구도 제대로 된 사과나 책임 규명을 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되려 역정을 냈고, 어떤 점에서는 더 퇴화된 모습을 보였는데, 참변을 당해 사망한 이들의 신원을 비공개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유가족의 야외 천막에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11년이 지나오면서, 자연사하여야할 사람들이 사고사로 죽고, 그 사고의 현장이 일터이거나 이태원 길거리라는 일상의 공간이었습니다. - 나는 보수정당에 투표한 일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윤석열 대통령을 선출했습니다. 그에게 투표하지 않았지만 나는 내가 그를 선출했다고 생각합니다. 다수결에 의해 그는 선출되었고, 결과는 내 투표를 사표로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란 내가 그 반대표라 하더라도 그 결정에 구속될 것임을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싫으면 이 공동체를 떠나야 합니다. 다수결은 단순한 의사결정이 아니라 그 투표자들을 결속하기 때문입니다. 너무 화가 많이 난 어떤 이들은 자기는 반대투표를 하였으므로 찬성투표를 한 이들이 잘못했다, 책임져야한다고 외치지만 그러면 안되겠죠. 우리는 선거를 통해 우리 의사를 결정했고 거기 구속되어야 합니다. 그게 국민이 선출 결과에 승복하는 책임일겁니다. - 그래서 겨우 3년 안팍 될락말락한 집권 기간에 다시 또 많은 사람이 죽었고, 비통하게 죽었습니다. 어떤 시절에는 비참한 이들을 위한 정치학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습니다. 각 진영이 어떤 유불리를 따져도 어떤 이념을 내세워도 어떤 비전을 제시하여도,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인 안전을 지켜주지 못했고 지킬 수 있었는데 방기하였고 그에 대해 반성조차 하지 않음은 용납할 수 없는 일어야 합니다. 국가는 나의 안녕을 위해 존재하고 나는 그걸 위해 내 피땀이 녹아든 세금과 내 군역을 바쳤으니까요.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사람들은 가치 판단과 가치의 경중을 판단하기 전에 일단 먼저 진영에 속하여 그 진영을 위해 싸우려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이 적잖아졌습니다. - 향상심을 이야기했었는데, 우리는 언제나 실수할 수 있습니다. 실패도 가능합니다. 우리는 전지전능할 수 없고 한계가 있고 언제나 현명할 수도 없고 충분히 신중하지도 않기 때문에 이는 불가피합니다. 선험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것은 경험적으로 알 수밖에 없고 실수, 실패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 시행착오가 되어 쌓이다보면 더 나은, 그 전에 했던 실수 등을 다시 저지르지 않는, 적어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이건 안된다는 어떤 경고음이라도 울려야 했는데, 돌아보니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 그 친구들이 지금 살아있으면 28~29세쯤 되는군요. 그들이 겪지 못한 11년이 다들 청춘이라고 이야기하는 좋은 때인데. 그들의 명복과 유가족의 안녕을 빕니다. 그리고 내가, 우리 사회가 돌이킬 수 없는 경험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워내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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