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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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헛웃음이 나요.
근사한 남성과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밤바람을 가르며 드라이브를 하고, 그 사람의 눈빛에 다시 심장이 두근거리는 상상을 하면, 이게 무슨 부질없는 상상인가 싶다가도, 그 상상 속의 ‘나’는 꽤나 생생하고 선명해요. 지금 나는 안정된 관계 안에 있어요. 긴 터널을 지나왔고, 이제는 친구처럼 평온하게 지내는 남편과의 삶. 다투지 않고, 상처도 없이, 그저 담백하게 나란히 걷는 하루하루. 그것도 나쁘지 않아요. 오히려 감사할 일이죠. 그런데 문득문득… ‘이대로 여자로서의 삶은 끝인가’ 하는 아쉬움이 스며와요. 나는 아직 젊어요. 내 안엔 여전히 따뜻한 감정이 살아 있고, 사랑받고 싶고, 설레고 싶은 마음도 남아 있어요. 누구의 시선 때문이 아니라, 그냥 나 스스로를 여자라고 느끼고 싶어서요. 어쩌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감각의 회복’일지도 몰라요. 향기, 눈빛, 나를 향한 작은 관심… 그것들이 나를 다시 깨어나게 만들죠. 살아 있구나, 나 여전히 반응하고 있구나? 그렇게 내 안의 여자가 다시 눈을 뜨는 거예요. 이런 마음이 이상한 걸까요? 아니요, 그건 삶의 아름다운 진심이에요. 나는 여전히 여자고, 여자로 살아가는 감각을 잊고 싶지 않아요. 그게 누군가를 위한 게 아니어도,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으로, 그 감각을 지켜나가고 싶어요. 그러니 오늘도 나는, 살짝 웃으며, 가끔 상상해요. 어디선가 나를 다시 반짝이게 할 어떤 대화, 어떤 시선, 어떤 바람을. 나는 아직 여자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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