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le Epoque는 막을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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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삶인 줄만 알았고 내가 그리 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지난 3년 정도의 경험을 보내온 저는 남편과 이런 저런 대화를 하던 중 오래도록 망설여왔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오래 전부터 당신이 나를 더이상 안아주지 않게 되고 그게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삶의 방식과 분위기가 되었고 나이차가 있는 당신을 나는 아직이라 사실 내가 많이 기다렸었고... 몇 년 동안이나 혼자서 그 큰 침대에 누워 잠을 잘 때 난 하루도 그 침대의 가운데에 눕지 않았지... 부부가 서로에게 가장 솔직해야 하는 상대임에도 가장 솔직하지 못한 탓은 제일 먼저 나에게 있으며... 몇 년 전 당신이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고 돌아온 흔적도 보았지만 나와 해결이 어려운 당신은 남자이고 너무도 어쩔 수 없었을 거라 나 스스로를 이해 시켰고... 몇 년의 각방을 사용하다 연초에 함께했던 우리 둘만의 여행 내내 적지 않은 노력을 해도 힘들었던 몇 번의 밤을 보내는 상황 속에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그 순간을 넘겼지만 내 마음은 쉽지 않은 절망의 기억이 아직이고... 여기까지 눈물도 없이 담담하고 조근조근하게 말하는 나를 지난 세월 날 바라볼 때마다 늘 그러했듯 아이구 이 사람아..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남편에게 나.. 대안을 마련하고 싶고 당신의 이해가 필요하다 라고 번지점프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보수적인 사람이라 노발대발하거나 진심 실망이라며 소리를 지를 것으로 짐작했던 것과는 달리 남편은 얼굴을 감싸 쥐며 한숨을 길게 두 번을 내쉬더니 진담이냐 묻더는 고민해보자고 하더군요 하루 이틀 정도 지나고 그가 말했습니다 그간 당신 많이 마음 상하고 서운하고 외로웠겠다... 그 이슈(sex)가 전부는 아니어도 매우 중요한 부분인 걸 내가 모르지 않는데 당신 속내도 헤아리지 못하고 힘들게 해서 많이 미안했다고... 남편 스스로도 큰 관심이나 흥미가 없는 것도 있었지만, 남편이 보기에 저 역시도 그 관련 관심이 그닥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고 생각했다며... * 저도 사람이고 여자인지라 사실 지난 3년 정도 자주는 아니어도 아주 간혹 밖에서 다른 이를 만나보았던 터였고 차마 그 이야기까지는 남편에게 솔직하게 밝힐 수는 없었습니다 사실 솔직하게 밝혀버리고도 싶었어요 하지만 지난 세월 웃음과 평화가 주조를 이루었던 우리 가족의 공간에 솔직함이 자칫 독가스를 뿌려버리는 셈이 된다는 건 자명한 일이었습니다 딱딱한 호두알처럼 목까지 차오르는 양심을 애써 누르는 한심한 저에게 남편은, 당신의 판단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면 돼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은 지켰으면 하는 것은 내가 당신을 생각하는 그간의 마음이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야 지혜로운 당신이니 잘 하겠지... * 이 세상 가장 가까운 존재로부터 어쩌면 쓰나미나 허리케인 이상의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된 남편은 그 이야기가 있은지 몇 날이 지나도 똑같은 표정과 목소리와 온기로 오늘도 제게 맛있는 음식은 영혼의 평안을 준다며 직접 끓인 토마토스튜를 예쁜 그릇에 담아 내주었습니다 * 우리 부부의 Belle Époque는 이제 막을 내렸습니다 세계1차 대전 발발로 그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을 보고 어떤 사회학자는, 우아한 위선이 끝났고 정직한 야만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습니다 분명히 상처를 크게 받았을 남편은 제게 오픈을 허락한 셈입니다 지난 몇 년 간 마음 안의 벽돌이 가득하였던 무게감의 일부가 줄긴 했지만 그 줄어든 무게의 몇 배 되는 무거움이 남편의 마음 안에 자리 잡았을 거라 여겨집니다 그래도 몰래 속이며 사는 것보다야 낫지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아한 위선을 마치고 본능에 정직한 삶을 양해 받기까지 끊임 없는 갈등의 괴로움을 겪었던 저의 경험은 실상 남의 이야기 듣듯 짜릿하거나 그닥 매력적이지는 않았음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레홀러 분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하시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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