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의 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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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얼굴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싶어서 이런 저런 주제의 책을 뒤적거렸다. 미의 기준 이딴 거 말고, 얼굴의 행간이라고 해야 하나. 침묵과 말 사이. 섹스로 예를 들자면 기어코 터져나오는 신음과 그것을 억누르고 있는 사이의 표정들이라거나. 어쨌거나 -
사실 우리의 섹스나 관계가 식상해지는 건, 어쩌면 저 사이에 있는 얼굴을 읽으려 하지 않음에서 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말하지 않는데 뭘 어떻게 아냐고 할 수 있겠지. 인간이 언어가 없다면 형상에 불과할 뿐, 말을 통해서 자유를 획득하는 것이라고 하는 글도 있고. 근데 형상과 말의 사이에는 설령 내가 나의 마음에 가닿았다 하더라도 흐름이라는 게 있지 않나. 침묵과 감정, 그리고 생각에서 말로 이어지듯이 감히 몸짓으로 부터의 해방이라는 창조적 행위를 섹스나 그 밖의 관계라는 것들에 갖다 붙일 수 있다면, 어쩌면 우리는 행간을 읽는 법을 잃어버려서 몸뚱이와 나의 말 밖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 스스로 지겨워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니가 현재의 나와 어울리지 않는 이유같은 건 한탄만 해야 할 건 아니지 않을까. 설령 지금의 관계를 쭉 이어나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시간의 지평에서 대상만 바꾼들, 하는 일들은 변함이 없어서 또 지겨워 질 뿐 아닌가 싶다. 돌아갈 집은 늘 필요한 법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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