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말이 없었고, 누군가는 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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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보면 세상은 참 이상하다.
말도 없이 떠난 사람은 쿨하다는 평가를 받고, 그걸 이해해보려 애쓴 사람은 집착이라는 말로 조롱받으니. 그 남자의 글을 읽었다. 처음 만난 날, 분위기도 괜찮았고 서로 끌림이 있어 관계까지 이어졌고, 그 후 그는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그 순간까지만 해도 모든 게 무난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그 다음날,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사라졌다. 카톡도, 쪽지도 닫힌 채. 그래서 그는 묻는다. "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내가 뭘 잘못했니?" 나는 그 물음이 미련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상처를 피하지 않고, 제대로 마주하려는 사람의 용기처럼 느껴졌다. 당연히 궁금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 그런데,세상은 이상하게도 표현하는 용기보다, 숨기는 기술을 더 높게 평가한다. 감정을 말하지 않고 조용히 사라진 사람은 쿨하다고 하고, 왜인지 묻는 사람은 유난스럽다고 한다. 그 여자가 왜 잠수를 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후회였을 수도, 실망이었을 수도 있고, 그저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 어떤 이유든 선택은 그녀의 자유일지 모른다. 하지만,그 선택의 방식이 타인에게 상처를 남겼다는 사실까지 지워지지는 않는다. 이유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감정적으로 과했다는 말은 너무 편파적이다. 말 없이 떠난 사람은 감정 소비를 피했을지 몰라도, 남은 사람은 감정의 쓰레기장 한가운데에 버려졌다. 나는 말 없는 사람보다 말 많은 상처 입은 사람에게 더 마음이 간다. 상처를 말하는 건 유치한 게 아니다. 이해하고 싶다는 건, 진심이었단 증거다. 그는 단지, 아무 말 없는 이별이 너무 치사했다고 느낀 것뿐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감정을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막상 본인들이 이런 일을 겪는다면 정도의 차이일뿐, 어이없고, 황당하고, 이유가 궁금하긴 마찬가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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