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끝내 '그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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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는 한때 누구보다도 한 여성에게 몰입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먼저 다가왔고, 초반에는 자주 연락이 왔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메시지가 오고, 자기 전에는 꼭 굿나잇 인사를 했습니다. 어느 날은 “당신 덕분에 이렇게 웃게 된 건 처음이에요”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습니다. 두 사람은 몇 차례 만남을 가졌고, 자연스럽게 섹스 관계도 이루어졌습니다. 그는 그 사이에 특별한 감정이 싹트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조용해졌습니다. “오늘은 답장이 늦네.” “요즘은 먼저 연락이 없네.” “읽고도 답이 없는데, 내가 먼저 보내야 하나…” 그녀는 차가워진 것이 아니라, 조용히 멀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직접적인 말은 없었습니다. "요즘 컨디션이 안 좋아서요." "아이들 챙기느라 여유가 없네요." "비 오는 날은 기분이 좀 가라앉더라고요." 항상 이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녀가 더 이상 먼저 만나자는 말도, 보고 싶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제 친구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녀가 처음에는 마음을 열었잖아. 지금은 단지 바빠서 그런 걸 수도 있지 않을까?” 그 마음이 이해되긴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녀는 조용히 정리하는 중일지도 몰라. 직접적으로 거절하기는 미안하니까, 천천히 멀어지려는 걸지도 모르지.” 그 말에 친구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작게 중얼거렸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 끝내 그녀는 ‘이제 그만하자’는 말을 하지 않았거든. 그냥… 사라진 거야.” 결국 그는 그 관계를 스스로 정리했습니다. 더 이상 연락을 기다리지도, 먼저 연락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녀는 그 후로 단 한 번도 연락을 해오지 않았습니다. 그는 나중에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야 알겠어. 그녀가 나를 정리한 게 아니라, 내가 그 무언의 침묵에 지친 거였던 거야.” 그 말을 들으며 저는 깨달았습니다. 이별이란 꼭 누군가 먼저 말해야만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요. 말없이 마음의 온도를 낮추는 사람과, 그걸 너무 늦게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을 뿐이라는 점도요. 그는 지금 새로운 인연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깊이 몰입하지는 않겠지만, 적당한 기대와 거리 두기를 배워가는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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