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권력의 온도차
0
|
|||||||||||
|
|||||||||||
1. 남사친의 이야기 “그 커뮤니티 기억나냐? 성인 커뮤니티 중 하나였는데.” 그는 맥주잔을 들었다. “거기서 한 여자랑 꽤 오래 대화를 나눴어. 닉네임은 OOO. 무슨 여왕벌처럼 남자들 줄 세우고 그러더라고.” “어떻게 줄을 세워?” “남자들한테 먼저 얼굴 사진 보내라 하고, 자기 기준에 안 맞으면 그냥 씹고 차단. 본인은 얼굴 절대 안 까고, 채팅방에서도 항상 명령조였지.” “그런 사람이랑 대화한 거야?” “호기심 반, 장난 반이었는데... 나한텐 좀 다르게 대해주더라고. 내가 사진 보냈더니 바로 말투 바뀌었어.” “어떻게?” “처음엔 반말이었는데, 사진 보고 나서 ‘혹시 직업은...?’ 이러더니 존댓말 쓰기 시작하더라. 내가 직업 말하니까 그다음엔 바로 만나자는 쪽으로 흘러가고.” “그래서 만났어?”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만났을 땐 깜짝 놀랐지. 온라인에서 여왕벌처럼 군림하던 모습이랑은 너무 다른 거야.” “어땠는데?” “외모도 그렇고… 말투나 태도도 전혀 달랐어. 오히려 수줍고 소극적이더라고. 날 되게 조심스럽게 대했지.” “그래서 어땠어? 잘 안 맞았어?” “그냥… 허탈했어. 온라인에선 되게 당당하고 개성 있어 보였는데, 막상 만나보니 뭔가 현실감이 없었달까. 대화도 잘 안 통하고, 흥미도 점점 식더라고.” “결국 연락 끊었어?” “내가 먼저 서서히 멀어졌지. 그쪽은 계속 연락했는데, 난 점점 회신 늦어지고, 뭔가 미안해서 애매하게 말 돌리고.” 그는 한숨을 쉬며 웃었다. “내가 나빴지. 하지만 처음부터 현실과 온라인이 이렇게 다를 줄은 몰랐어. 겉모습에 기대한 내 책임도 있고.”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거야" "어떻게 하긴. 내 외모가 시들지 않을 때까지 내게 오는 새로운 여자들과 즐기는거지. 마음 멀어지면 멀어지는거구. 물 흐르듯" 2. 여사친의 이야기 “그 얘기… 사실 나야.” 그녀는 조심스럽게 커피를 저었다. “‘OOO’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었어. 성인 커뮤니티에서 말이야.” “진짜? 왜 그렇게 당당한 이미지로 활동했어?” “나… 거기선 그렇게 안 하면 무시당했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냥 대상화되고, 뭔가 나를 지키려면 오히려 위에 서야겠더라고.” “그래서 일부러 여왕벌처럼?” “응. 사진 먼저 요구하고, 조건 안 맞으면 쳐다도 안 본 척 했어. 안 그러면 정말 예의 없는 메시지 수십 개씩 날아와.” “그럼 실제로 만난 사람도 있어?” “응. 한 명. 지금 생각해보면… 잘생기고 말도 잘했는데, 나보다 확실히 수준 높은 삶을 살고 있었던 것 같아. 그런 사람에게 내 현실을 보여주기가 겁났어.” “그 사람은 어떤 반응이었어?” “처음엔 친절했어.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지더라. 내가 연락해도 답장 느려지고, 대화도 예전 같지 않았어. 결국 흐지부지.” “그 사람은 왜 멀어진 걸까?” “아마… 날 실망한 거겠지. 온라인에선 당당하고 매력 있어 보였는데, 현실에선 그냥 평범하거나 어쩌면 부족해 보였을지도 모르지.” 그녀는 고개를 떨궜다. “처음엔 나도 아쉬웠지만, 지금은 알아. 온라인에서의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이 아니었단 걸.”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거야" "이게 허망하긴 한데.. 어디서 내가 여왕 대접 받겠어. 그냥 즐기고 누릴래. 그게 허상이라 해도" [필자의 메모] 이 이야기에서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른 세계에 살았고, 잠시 교차점을 만들었지만 결국 현실의 온도차를 받아들이며 갈 길을 갔습니다. 온라인에서의 권력은 때로 가짜 자신감이 되고, 오프라인의 만남은 진짜 자신을 마주보게 합니다. 그 차이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관계의 시작이자 끝일지도 모릅니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