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이 들려준 조용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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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동물 마을에는 깃털이 반짝반짝한 공작이 살고 있었어요. 공작은 예쁜 춤도 잘 췄지만, 사실은 이야기를 잘 듣고 글을 잘 쓰는 동물이었지요. 어느 날 공작은, 조용하고 수줍은 밤꿩을 찾아갔어요. 밤꿩은 낮에는 나뭇잎 사이에 숨어 있고, 밤이 되면 살금살금 나와요. 다른 동물들은 그걸 이상하게 여겼지만, 공작은 궁금했어요. “밤꿩아, 왜 낮에는 숨어있니?” “사실은… 내가 아주 어릴 때, 낮에 놀다가 큰 매한테 잡힐 뻔했거든. 그 뒤로는 밤이 더 편해.” 공작은 밤꿩의 말을 정성껏 들었고, 그 이야기를 아름다운 글로 썼어요. 숲속 동물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자, 동물 친구들이 놀랐어요. “밤꿩이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공작 글은 언제나 마음을 따뜻하게 해!” 밤꿩은 처음으로 칭찬을 받았고, 뿌듯해했어요. 그런데 저 멀리 나뭇가지 위에서 까마귀가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어요. “흥, 뭐가 대단하다고…” 까마귀는 예전엔 공작과 댓글도 주고받고, 다들 자기를 멋지다고 했는데, 요즘은 공작이 밤꿩 이야기를 쓰고, 다른 동물들이 그걸 좋아하니까 마음이 상했어요. 그래서 까마귀는 몰래 벽보에 이런 글을 붙였어요. “공작, 너무 튀는 거 아니야?” “밤꿩 얘기? 솔직히 별로 감동도 없던데?” “이건 좀 과한 것 같아.” 그 글을 본 동물 친구들 사이엔 웅성웅성 말이 오갔어요. 밤꿩은 깜짝 놀라 다시 조용해졌고, 공작도 슬퍼졌어요. 그런데 현명한 부엉이 선생님이 조용히 말했어요.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건 참 예쁜 일이란다. 누군가 빛나는 걸 부러워해서 어두운 말을 남긴다면, 그건 그 친구 마음속이 외로운 거야.” 그 말을 듣고 동물들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공작은 다시 용기를 내어 글을 쓰기 시작했고, 밤꿩도 천천히 웃음을 되찾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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