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쓰기
    글쓰기
  • 내 글
    내 글
  • 내 덧글
    내 덧글
  • 구매 콘텐츠
    구매콘텐츠
  • 클리핑 콘텐츠
    클리핑콘텐츠
  • 아이템샵
    아이템샵
토크 익명게시판
2023. 3. 27.  
27
익명 조회수 : 880 좋아요 : 5 클리핑 : 1

순전하게 제목만 보고 시청을 결심했던 영화예요.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시작했거니와 책이 원작인 건 감상평에 삽입할 이미지를 찾으면서 알게 됐습니다. 책을 읽게 될진 잘 모르겠어요. 쌓인 책들이 아직 산더미고 그 중에는 비닐을 벗지 않은 것도 있다는 것 역시 핑계겠네요. 마찬가지로 영화의 감상평을 변명으로 시작해도 괜찮다면, 양해를 구하고 몇 가지를 먼저 늘어뜨려볼까 해요.
저는 영화 감상이 어려웠어요. 중학생이었을 때엔 하교하고서 OCN을 통해 본 김기덕 감독의 빈 집에 매료된 적도 분명 있었고 언젠가 또 나탈리 포트먼의 흑조와 백조 연기에 정신 잃을 듯한 적도 있었는데 말이죠. 언제부터 어려웠는지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만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는 것은 나에게 언제나 숙제 같은 일이었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집중을 놓치게 되면 마치 책을 읽는 것처럼 그 전 장면으로 한참을 되돌아가서 어떤 인물인지 복기해야 했어요. 그 번잡스러움을 감내할 정도로 영화를 사랑한 적이 나에게는 없었어요. 그래서 남들이 받아들이는 만큼의 수용이 힘들었고, 제한적으로 받아들이고 나서 남들의 것들과 비교하면 꼭 작아지게 마련이더라고요 ㅋㅋ
제가 선택한 방법은 그래서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쉬운 영화들, 아니면 너무 오래도록 많이 반복해서 본 익숙한 영화들ㅡ주로 애니메이션ㅡ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하나의 영화를 꽤 오래 봅니다.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더 어렵고요. 극장에 간 건 꽤 오래 전 일이고 OTT 중에는 넷플릭스와 시리즈온 두 가지를 구독하고 있는데 그 마저도 영화 감상이 목적이라기보다 저녁을 혼자 먹기 멋쩍어서 곁들이는 반찬 식으로 이용하고 있어요. 요즘은 저녁 혼자 먹는 일이 드물어서 그마저도 이용이 뜸하구요.
그리고 두 번째로 나는 잘 울어요 ㅋㅋ 평소에는 ㅡ특히 다른 사람들 앞에선ㅡ좀 입술 깨물다 보면 참아지는데 누워 있을 적엔 이게 꼭 흐르더라고요. 근데 꼭 슬픔을 비롯한 감정 탓만은 아닌 것이, 친동생도 똑같은 증상을 호소해서 반갑게 손뼉 마주친 적이 있어요. 눈물에 대한 변명.


이 영화 역시 보기 쉬운 영화는 아니었어요. 상영 시간은 두 시간 남짓인데도 불구하고 거의 2주를 늘여서 봤거든요. 더 길 수도 있고?
내용 자체도 가볍게 볼 만한 건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습지소녀로 더 자주 불리우는 카야는 어려서부터 가족에게 연쇄적으로 버림받고 마침내 홀로가 된 스스로를 버리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물로 저는 받아들였어요. 사람들은 타인에 관심이 없다고들 하는데 가십과 루머는 왜 그렇게나 우리네들을 자극하는 걸까요. 그 면면마다 떠오르는 모종의 사건들로 하여금 시청을 중단하고 싶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도망치는 내 모습이 조금은 비겁하겠구나 싶어 오늘만큼은 똑바로 직시하겠노라 눈에 힘 좀 주긴 했습니다 ㅋㅋ
왜 우리는 남의 아픔이 그렇게 즐거웠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주제인데 결국에는 내가 아니니까 즐거웠던 거 아닐까 해요. 나의 아픔이 아니라 남의 아픔이니까요. 작중에는 카야를 마치 딸처럼 보살피는 부부가 나오는데요, 그 부부만큼은 카야의 아픔을 가십으로 소비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요. 어쩌면 카야에게도 그 부부는 친부모보다 더 의지되는 대상이었을지도.

글을 읽을 줄도 모르던 카야는 마음을 내어주고픈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요, 테이트 덕분에 글 읽는 방법도 배우고 함께 조개 껍데기와 새의 깃털을 모으면서 어쩌면 카야에게 테이트는 가장 나인 채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더할나위없는 소중함이었을 거예요.
다만 영원함이 세상에 어딨겠어요, 테이트 역시 대학 입학을 위해 카야를 떠나게 되고 반드시 돌아온다던 약속은 일정 기간 지켜지지 않은 채로 카야를 좌절 속에 밀어넣고 말아요. 연쇄적인 버려짐 끝에 다시 홀로가 된 카야의 심정은 내가 감히 헤아릴 수 없는 것이라 좀 곁눈질로 봤던 것도 사실이지만 저 역시 좌절을 떠올리지 않은 것은 아니었어요. 구체성의 측면에서 본다면 완전하게 일치할 수 없겠지만 무언가를 통해 절망했던 적, 누구에게나 있는 경험 아닐까 해요.

폭력의 재생산에 대해서도 어찌 논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만은, 견식이 좁고 생각 또한 얄팍한지라 깊은 사유를 기대하신다면 실망스러운 견해가 될지도 ㅎㅎ 이것도 변명이라면 뭐 변명이 맞겠네요.
체이스는 카야의 두 번째 남자친구인데, 멋대로 카야의 집에 들어오려고 하는 장면에서 또 불편해져서 보는 것을 잠시 중단해야 했습니다. 카야는 나름의 꽤 적극적인 방법으로 체이스를 저지하는데 체이스는 그걸 못내 캐치하진 못 해요. 거만하고 이기적인 캐릭터인데 이건 그 둘의 섹스를 그려낸 장면에서도 아주 정확하게 표현됐던 것 같아요. 짧은 섹스를 마친 체이스는 카야 옆에 나동그라져서 뭐랬더라- 익숙해지면 차차 괜찮아질 거라는 식의 말을 해요. 안위를 살피는 일 없는 오롯이 본인으로의 전념을 위한 자위적 섹스가 저는 무척이나 불쾌했습니다 ㅠㅎㅎ 어쩌면 언젠가의 저를 보는 것 같기도 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어요.
체이스의 폭력성은 여러 장면을 통해 그려지지만 카야가 돌로 체이스의 머리를 후려칠 때 가장 극적으로 보여지지 않았나 해요. 역설적이게도 카야가 자기보호를 위해 폭력을 꺼내들 수밖에 없던 구조가 조금은 아팠습니다. 사실 체이스와 카야 둘의 관계 자체가 관객의 대부분에게 그럴 것처럼 저에게도 너무 많이 불편했어요.
두 번째 화살에는 맞지 말라던데요, 폭력에 노출됐던 사람은 다시금 폭력에 노출되기가 쉽다던 얘기를 언젠가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점핀 아저씨가 카야의 얼굴을 보고 이것저것 캐묻는 장면이 저한테는 선명하게 오버랩되는 무언가라서 ㅎㅎ 잠시간 고통스러웠어요. 점핀 아저씨는 내내 고마웠는데 이 순간만큼은 조금 미웠어요 ㅋㅋ

약속의 이행이었을지 확실하지 않지만 아무튼 테이트는 카야를 다시 찾게 되는데요, 그 계기가 체이스였다는 점은 솔직히 별로였어요. 많이 별로였어요 ㅋㅋ 음 별로라는 말 외엔 하고 싶은 말이 없고…
사필귀정이 어울릴진 모르겠지만 이 둘은 결국 원하던 대로의 백년해로를 이루게 되는데요, 함께 늙어가는 모습을 보면서는 내가 조금 흐뭇한 표정을 하고 있었을까 자못 궁금해지더라구요.
종국에 남겨진 것은 테이트였는데요, 애당초에 카야와 테이트의 관계에서 버려진 것은 카야가 아니라 테이트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스치기도 했어요.
내가 버렸던 인물들이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걸 보니 이제는 좀 흘릴 때가 되긴 했구나 싶어 스스로 대견스러운 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방증이겠고 ㅎㅎ 대견함만 빼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


헤아리지 못 한 마음들이 부서지는 걸 볼 때마다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말아야 했다고 바로 최근에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자격에 대한 물음이자 곧 답변인데요, 우리는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얼만큼의 노력을 했을까 되묻는다면 결국 다시 0으로 돌아가게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영화에서의 판결은 자기들을 위한 이기심이라고 저는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해피엔딩을 이끌었으니 다행인 걸까요?
마지막 카야의 독백과도 같은 내레이션이 저는 무척 좋았는데 이 내레이션이 영화 중반이나 초반에 들려 왔다면 이만큼의 여운은 아니었지 싶어요. 어떤 내용이었는지 궁금하시다면 넷플릭스로 고고!(2025. 7. 19. 기준으로는 없네요 ㅜ)

글 줄이는 거 여전히 어렵고 ㅋㅋ 생각하는 건 더 어려운데요, 영화들이야 최근의 숙제 때문에 계속 보고는 있었지만 내 생각을 글이나 말로 풀어내는 건 역시나 너무너무 어렵기만 해요. 그래서 할 수 있는 게 현재로선 듣는 것과 읽는 게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습관이 된다면 조금은 쉬워질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하고팠던 건 영화 보고서 생각 나눠주시는 분들 모두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었어요 ㅎㅎ 비단 영화뿐 아니라~


***
예전에 써둔 글들을 최근 다시 읽게 됐는데 공유하고 싶어서 머뭇거리다가 올려 봅니다 ㅋㅋ
독후감을 포함한 간혹의 감상문들 잘 읽고 있어요 요즘 좀 뜸한 듯? ㅜ
누군가 레홀스러움을 논한다면 민망하지만 저는 레홀에서 외려 그런 글들을 더 찾게 되네요? 근데 그제나 이제나 제가 찾는 글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거 같구 ㅋㅋ 멋쩍네용…

Olivia Newman 감독의 ㄴ가재가 노래하는 곳ㄱ입니다~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http://redholics.com
    
- 글쓴이에게 뱃지 1개당 70캐쉬가 적립됩니다.
  클리핑하기      
· 추천 콘텐츠
 
익명 2025-07-19 12:01:59
오오… 이런 글 너무 좋죠…
감사함에 뱃지를 :)
익명 / 뱃지도 감사하지만 좋아해 주셔서 더더 고맙습니다!
익명 2025-07-19 11:20:02
아직 보지 못 한 영화지만 마음의 서사를 들여다 본 듯 해요.
좋은 글 감사해요.
익명 / 오 ‘마음의 서사’라… 좋은 마음으로 읽어 주셔서 저야말로 감사드려요
익명 2025-07-19 09:38:19
가끔 예전에 썼던 글들을 볼 때 가 있어요. 시간이 남거나 지난 일들에 대한 것을 찾아야 할 때, 검색을 하다보면 지난 글들이 눈에 들어오는 경우죠. 낯 간지럽게" 저런 글을 어떻게 썼을까?" 하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기도 하지만, 가끔은 "와 잘썼네, 내가 저런 글을 썼다고? " 할 정도로 마음에 차는 글들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지난 일들을 찾는 것도 잊은 채 종일 예전 글들을 스스로 낯간지러워 하면서, 혹은 대견해 하면서 한참을 보게 되기도 하죠.

지난 것들에 대한 기록들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은 지금은 쉽게 이해가 안될 수있지만, 시간이 지나, 한참의 시간 후에 그 옛날의 기억이 희미해져서 완전히 삭제된 것은 아닐까 했을 때 다시 본다면, 그 글들을 통해 기억들이 새록하게 오버랩 되는 그 순간이 너무 짜릿하더라구요.

좋은 글과 나쁜 글의 의미가 아니라, 그 때 그 당시의 마음을 기록했다는 것, 그래서 지금의 시간에도 그 시간들을 되돌리고 복기할 수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기록들은 충분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님의 이 2년이 지난 글들을 보면서 저는 이렇게 생각이 들었네요.
영화는 좋아하고 꽤 봤다고 생각하는데 아쉽게도 <가재가 노래하는 곳> 이 영화는 보지 못했어요. 최근에는 OTT에 익숙해져서 정말 극장은 잘 안가게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한달에 열번도 갔던 때가 있었는데 ㅎ

덕분에 OST는 찾아서 들었는데 몽환적인 분위기가 딱 제 스타일이네요. 이 califonia를 들으면서 영화의 분위기도 슬쩍 짐작하게 되서 좋았습니다.

지난 글들, 아니 지난 기록들, 하나씩 하나씩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소중하고 의미가 생기는데 이런 곳을 통해서라도 공유하게 되서 저는 참 좋습니다. 저 역시도 현재의 시간 보다 지난 시간에 대한 기억들이 더 그리운 사람이라 그런가 보네요 ㅎ(나이가 들었다는 말입니다 ;;)

멋쩍으셔도 가끔 오셔서 지난 기록들 하나씩 공유해 주세요.
같이 그 시간들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네요.

비가 많이 내리네요.
오늘도 꼼짝 없이 집에서 있을 것 같은데
님 덕분에 지난 기록들을 들척여봐야 되겠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익명 / 맞아요 ㅋㅋ 숨고 싶어지는 흑역사가 있는 반면에 또 으쓱해져서는 칭?찬 받고 싶어지게 되는 글도 있구 또 어떤 감상들은 지금의 상황을 예견했나 싶을 정도로 가끔은 무섭기도 ㅎㅎ 기록하는 습관을 들인 게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돌아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 있네요 저도 어린 나이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ㅋㅋ 개인적으로는 댓글로 진득하게 대화 나누는 거 좋아하는데 반가운 말씀들이라 황송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좋은 글이라고 느껴 주셔서 더할나위없이 고맙습니다 공유하고픈 글 찾으시면 얼마든지 보여 주세요~
1


Total : 32328 (1/2156)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2328 한때 호감 있었던 여성의 과도한 반응,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 [6] new 익명 2025-07-19 248
32327 내가 허락한다면 다른남자와도 해보고싶다는 그녀.. [1] new 익명 2025-07-19 534
-> 2023. 3. 27. [6] new 익명 2025-07-19 883
32325 어제 목욕탕에서 [6] new 익명 2025-07-18 848
32324 혹시 여자분들 [25] new 익명 2025-07-18 1483
32323 근데 궁금한게 있습니다. [27] new 익명 2025-07-18 905
32322 주말 계획좀 들어봐도 될까요. [24] new 익명 2025-07-18 563
32321 러닝이 부른 하지정맥 [6] new 익명 2025-07-18 485
32320 박보검이 드라마에서 [5] new 익명 2025-07-18 396
32319 고니님 레홀 어떤 고딕체인지 알 수 있을까요?.. [6] new 익명 2025-07-18 492
32318 다람쥐와 네 송이 들꽃 new 익명 2025-07-18 286
32317 저도 레홀녀와... [12] new 익명 2025-07-18 1437
32316 아 진짜 불공정하다 이 분위기 [20] new 익명 2025-07-18 1191
32315 국어 1등급이 보는... [16] new 익명 2025-07-18 800
32314 신뢰 없는 파트너십, 그게 가능할까요? [5] new 익명 2025-07-18 851
1 2 3 4 5 6 7 8 9 10 > [마지막]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