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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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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회식 자리에서 상사가 날 불러 앉혀 놓고는 말을 끝내 꺼내지 않으시려다가 건넸다.
- 이제 연애도 좀 해야 하지 않겠냐. 술 취한 사람들의 귀찮음과 동시에, 그런 상황이라선지 솔직함이 전해져서 왠지 그 배려가 마음을 조금 시리게 흔들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어쨌거나. 한동안은 연애를 생각하면, 과정 중에 꼭 몸의 달아오름이 따라왔다. 그렇지만 순서가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세간의 말은 별 필요나 의미도 없었고 그냥 난, 나만의 윤리를 세우고 싶어서 안달이었던 것 같다. 사랑과 섹스의 역학 관계를 나름의 이론으로 세운 것들은 많지만 그게 와닿을 리가 없는 건, 아마도 체험의 부재가 가장 큰 것이겠지. 가끔 어떤 체험들은 가끔 온몸에 작은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약하지만 충만한 전율. 그런 감각을 누구에게서 받았는지 생각하는 일은 이미 힘든 지경이 되었지만, 동경이라기보다 향수에 가까운 그 느낌은 언제였을까. 희미하다. 아, 그 감각을 왜 나는 간직하지 않고 소비하려 했는지. 좋아하는 사람은 언제가 마지막이었지?... 좋아하는 사람 몸의 세세한 곳을 탐색하며 감각을 일깨우고 더 깊이 융합되는 과정은, 어쩌면 더 근원적으로 결합되고자 하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만 생명의 순환 논리에서 생명을 빼 내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일이겠지. 몸의 윤리를 아무리 앞세워도 마음이 공허한 이유는 만남의 장소가 철저히 다르기 때문임을 이제는 분명히 알겠다. 내 사랑의 윤리가 그렇게나 실패했던 이유는 어쩌면 욕망의 절차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달리는 마음과 달아오르는 몸을 뒤로하지 못했던 것과 동시에 상대를 소중히 해 주고 싶은 게 아닌 소중해지고 싶었던 헤아림 없는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놀이를 일찍 그만두지 못해 나이만 먹어가는 초라함과 그것이 주는 외로움이 적잖이 쌓였는지 요즘은 조금 괴롭다. 이해받고 싶었던 마음에 쌓아가던 논리와 그에 따라 세우고 팠던 윤리는, 어쩌면 지독히도 이기적인 태도였음을 이제는 알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자기 형벌일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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