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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 익명게시판
나는 왜 나를 팔았던가  
50
익명 조회수 : 927 좋아요 : 7 클리핑 : 2
꼬마였을 때부터 ‘왜?’가 항상 많았다고 해요. 다행히 제 주변 어른들은 이유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이었고, 나름의 답을 정립하는 과정들이 모여 지금의 저를 이룰 수 있지 않았나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냥 그런 줄 알아!”
처음으로 호통을 마주하게 했던 첫 직장 첫 사수를 잊지 못 하고 있습니다. 좋은 의미로의 기억은 아니고요. 그 시기에 제 지난 날들을 톺아볼 계기를 마련해 주신 건 어느 한 편으로 고맙기도 해요.
보수적인 집단에서 ‘왜?’는 정 맞기 일쑤가 아니던가요. 이 호기심은 집단의 성격을 벗어나서, 주제에 따라서도 반응이 판이하게 갈리는데, 특히 섹스와 같이 민감한 주제라면 더욱이요. 그런 의미에서 레드홀릭스는 나의 ‘왜?’를 해소해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그동안 해소할 수 없었던 호기심들을 가입 초반에는 우르르 쏟아내기 바빴어요. 생각을 나눠 주시는 여러 사람들 덕분에 외연과 내연 모두를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레드홀러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같은 성향과 같은 생각을 가진 게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알게 됐고요. 역시나 타인에게 끼치는 불편을 최소화하려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정제를 거쳐야겠고, 내 수준에서 그게 어렵다면 가끔은 침묵도 필요하겠구나, 스스로의 성급함을 민망해하기도 했고요.
서론을 위한 사족은 이 쯤 적당하려나요. 벌써 오랜 이야기네요.

지금은 여력이 남지 않았다는 핑계로 가만히 멀뚱하게 눈알 굴리는 정도가 전부인데요, 얼마 전에 반가운 글과 댓글을 마주했지 뭐예요. 성적 대상화와 성적 자기결정권이 주제였는데, 짤막한 질문 뒤의 성심의 답변들을 아무 노력 없이 홀랑 받아먹는 게 스스로 되먹지 못 하다는 생각이 좀 들어서 요 며칠 얕은 고민을 했더랬습니다. 참고가 될까 싶어 오래 전에 썼던 글을 뒤적이기도 했는데 워낙에 조악한 터라 펼치자마자 다시 덮었고요.


페미니즘에 대해 알아차릴 무렵부터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당시의 내가 아는 페미니스트라면 머리를 짧게 깎고 브래지어를 벗어던지고 꾸밈노동을 중단하는 사람들이었고, 그런데 그에 반해 나는 오히려 코르셋으로 흉곽을 졸라매는 등 더 나를 치장했어요. 잘록한 허리와 발사할 것 같은 가슴과 풍만한 엉덩이를 가지고 싶었거든요. 그 기저에는 ‘맛있어 보일 나’와 ‘나를 탐욕할 이들’을 위함이 자리했었던가 봅니다. 실제로 그러한 성적대상화를 저는 의도했고, 뒤이어 ‘맛있다’는 말들을 칭찬으로 인식했어요.
그런데 어리고 어린 나는 페미니즘 앞에서 떳떳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유는 정확하지 않았지만 눈치 상, 나를 드러내는 일이 당당해선 안 되겠구나 싶었어요. 어쩌면 당시에, ‘페미니스트는 그동안 억압 당했던 ㅡ당신을 포함한ㅡ여성의 인권을 위해 지금도 본인의 욕망을 스스로 박탈시키고 있다. 그런데 당신이 철없이, 아무런 고민도 없이 드러내는 젖가슴으로 하여금 이러한 운동의 의미와 목적이 퇴색될 수 있다.’고 말해줬더라면 생각이 조금은 달라졌을까요? 아니면 사춘기 소녀 마냥 토를 달았을까요.
이유 모를 부끄러움과 자유로의 갈망이 강하게 충돌했던 시기였어요. 나는 벗고 싶은데 왜 그래서는 안 되는가. 나아가 나를 상품으로서 진열해서는 안 되는가.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그래서 깊이는 더더욱 없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과 화폐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수요와 공급이 어느 지점에서 만나 스파크를 일게 하는지 정도의 아주 기초적인 정도만요.
오롯이 내 자유에 입각해서 저는 저를 상품으로 치환했어요. 벗었고 촬영했고 업로드했습니다. 뱃지도 조회수도 물론 좋았지만 제가 가장 높은 가치로 평가했던 화폐는 다름 아닌 마음과 시간이었어요. 정성 들인 표현에 항상 깊은 울림을 받았습니다. 제 관점에서 그러니까, 여러분의 정성은 저의 수요였고 그것들을 취하기 위해 내 몸을 공급했던 거라고도 볼 수 있겠어요.

솔직히 말하면 스스로를 성적 대상화하는 것이, 스스로를 성상품화하는 것이 왜 지탄 받아야 하는 일인지 아직까지 잘 모르겠습니다. 고집이 센 성격이라 어지간하지 않으면 잘 설득되지 않아서요, 얼마 전처럼의 눈이 커지는 순간이 아니라면요. 성적 자기결정권은 누구에게든지 지켜져야 할 권리 아니던가요.
그런데 이것도 억척스러운 아집이라서 이제는 좀 꺾어보고 싶기도 해요. 언급했던 것처럼 내 선택이 타인의 인권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면 저는 재고하고 재고할 테니까요. 다만 빈약한 제 논리로는 스스로를 꺾기가 무척이나 어려워서 여러 사람들의 힘을 간간히 빌리고는 있습니다.


오랜만이라고 핑계댈 수도 없는 게, 사유도 글도 정리와 정립도 저는 여전히 어렵네요. 메신저가 못난 탓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습니다만, 생각해 보면 고까움뿐은 아니었을 것이, 논리정연하지 못 한 메신저에게서 과연 어떤 호기로운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었을까 싶어 자못 부끄러워져요.
완벽을 위해 더 미룬다고 해서 내 사고의 깊이가 달라지진 않을 테니까 불친절한 글이라도 화답이랍시고 올려 봅니다.
고민할 수 있도록 해 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덧붙이며-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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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5-08-03 17:15:27
수준이 높지 않은 사람이지만, 뱃지 달아드려요. 현학적 표현을 잘 풀어낼 깜냥도, 수준도 안돼지만 이 글의 기저에 흐르는 감정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런데 너무 고뇌하지 않으셔도 괜찮으셔요.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권은 오롯이 자신에게 있으니까요, 법을 벗어나 타인에게 실질적 위해를 가하는 것을 우리는 범죄라고 규정 짓습니다. 그러나 쓰니님께서는 전혀 범죄를 저지르시지도, 나쁜 짓을 하신것도 아니니 그저 지금처럼 고민하시며... 자신 인생의 가늠좌를 가끔 조절하시면서 살아가시면, 차고 넘치는 충실한 삶을 꾸려나가실 것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하여 외치고 갑니다.
쓰니 너무 멋있다!
화이팅!
익명 2025-08-03 15:09:35
'왜'라는 고민을 제게도 건내는 글이에요.
익명 2025-08-03 14:15:35
레,홀에서 정말 읽고 싶은 글.
익명 2025-08-03 14:03:44
페미니즘과 성적 대상화, 그리고 자기표현이
여권을 정말 실추시키는지...
파고들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간단히 제 생각을 조금 더 첨언해보겠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욕망에 따라 벗고, 노출하고,
자기 몸을 드러냈다고 해서
그것이 ‘여성 전체의 권리를 실추시킨다’고 말하는 건
과연 누구를 위한 주장일까요?

그 말은 제 시각에선 사실,
“너 때문에 우리가 욕먹었어”
“네가 그랬기 때문에 우리가 무시당해”
라는 전형적인 가스라이팅 구조와 닮아 있습니다.
잘못은 사회의 시선과 왜곡된 인식에 있는데,
그 책임을 ‘드러낸 개인’에게 떠넘기는 방식이죠.

여권이 실추되는 것은
개인의 선택과 자유 때문이 결코 아니라고 봅니다.
그 선택을 정당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타인의 표현을 전체 여성의 품격과 연결지으려는 시선이 문제입니다.
여성과 남성의 욕망과 표현을 동일지평에서 바라보지 않으려는, 또는 못하는 그 시선들 말입니다.
그러한 우는 남성, 여성 공히 드러납니다.

개인의 욕망 표현은 존중받아야 마땅합니다.
그것이 '자의적'이고, 타인을 해치지 않는 한,
그 선택은 권리가 되어야지 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여권이란,
누구나 자기 방식대로 욕망을 말할 수 있는 세상,
그 선택이 비난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자는 운동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 답이 글쓴님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평화가 되길 바랍니다.
익명 2025-08-03 13:50:36
페미니즘이나 권리 충돌에 대한 이야기는 길어질 수 있어, 이 글에선 ‘성적 대상화’에 대해서만 간단히 생각을 전해 보겠습니다.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정답도, 정론도 아니고 그저 생각의 틈을 여는 시도라고 여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타인의 대상’이길 꿈꿉니다.

사랑의 대상이길,
존경의 대상이길,
욕망의 대상이길.

왜냐하면 우리는 관계 속에서 비로소 스스로가 가치 있는 존재라고 느끼게 되니까요.

“저 사람은 능력 있어.”
“저 사람은 예쁘고 개멋있어.”
“참 성실해, 다들 좋아해.”



이런 말들을 싫어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 충족감은 단순히 외부에서 오는 게 아니라,
‘보여지는 나’와 ‘내가 아는 나’가 일치할 때 비로소 생긴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내가 정말 그런 능력을 갖추었는지,
그런 시선과 칭찬을 받을 만한 스스로의 가치를 내가 인정하고 있는지.

그 일치가 없다면, 대상화는 쉽게 자기기만이 되고,
결국 보여지는 나와 진짜 나 사이의 괴리,
그리고 내면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성적 대상화 자체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성적인 대상이 된 다는 것에는 정말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있고 대다수는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사랑 역시 성욕의 한 형태라고 보니까요.
그렇기에 그건 선택일 수도 있고, 자유일 수도 있죠.

다만, 글쓴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그 대상화에 담긴 자신의 ‘마음’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 마음은 어떤 걸까요?
인정받고 싶은 마음?
사랑받고 싶은 마음?
돋보이고 싶은 욕망?
아니면 과시와 결핍을 메우려는 마음?

사회는 우리에게 ‘자유’를 허락하는 동시에,
그 자유 속에 ‘결핍’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를 드러내는 걸 비난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혹시라도 마음속 어딘가에 비난받을지도 모른다는 감정이 스며들어 있는 건 아닌지,
혹은 그것이 ‘왜?’라는 질문을 만든 건 아닌지,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정말 마음의 언어인지,
아니면 반감에서 나오는 합리화인지,
그걸 계속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몸은 당신의 것입니다.

그걸 드러내는 행위는
해방일 수도 있고, 주체성일 수도 있고,
혹은 자기 가치감을 손쉽게 충족시키는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그 경계에서 스스로를 지켜보며 걸어가는 것,
그게 더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참고로 저 역시 연애 중일 때,
연인들과 함께 촬영하고, 그 사진을 공유했던 적이 자주 있습니다.
당연히 동의하에, 때로는 그녀들이 먼저 올리기도 했죠.

제가 생각하기에 성적 대상화가 나쁜 게 아니라,
'성적 도구화'가 문제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경계는,
특히 자본이 개입되는 순간 놀라울 정도로 쉽게 흐려지곤 하죠.
인격에 값이 매겨지고, 그 속도는 너무 빨라서,
스스로도 빠져나오기 어려울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고민의 근간에는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라는 질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질문을 잃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익명 2025-08-03 10:43:39
글을 읽으며 숨을 고르게 되네요.
왜를 멈추지 않았고, 자기 스스로를 상품으로 바라보는 시선에도 주체성을 놓지 않으셨다는 점이 오히려 깊이 있는 성찰처럼 느껴졌어요.
‘내 선택이 타인의 인권을 저해할 가능성’이라는 문장 앞에서 오래 머물렀습니다.
감정과 논리, 자유와 책임 사이에서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이미 가치 있는 여정이라 생각합니다.
글 남겨주셔서, 그리고 그 고민을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익명 / 오 댓글 정말정말 고맙습니다 뜻하지 않게 받은 인정이 위로의 역할까지 가능하구나 싶어서 따뜻해요 너무 두서 없어서 외려 죄송스럽구요 ㅜ 좋은 주말 보내시기를 바라요
익명 2025-08-03 10:40:21
화장을 하든 안하든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든 어떤 모습의 사진을 올리든 본인이 원하는 바대로 하는게 성적 자기결정권 아닐까요?

무슨무슨 이즘의 관점에서 모모 해라 하지 말아라 하는 것 자체가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게 있다면 본인은 그렇게 하면 되고 남에게 본인 생각을 강요하면 그건 무례함이라고 생각해요.
익명 / 맞아요 말씀처럼 타인에게 행해지는 강요는 무례이자 넓은 범주에서 폭력이라고 보는 입장입니다 다만 제 행동과 생각이 어떤 의미에서 강요의 일환으로 비춰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뾰족한 답을 내리기가 어려웠어요 ㅠ 여전히 고민중이구요 응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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