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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나를 팔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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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였을 때부터 ‘왜?’가 항상 많았다고 해요. 다행히 제 주변 어른들은 이유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이었고, 나름의 답을 정립하는 과정들이 모여 지금의 저를 이룰 수 있지 않았나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냥 그런 줄 알아!” 처음으로 호통을 마주하게 했던 첫 직장 첫 사수를 잊지 못 하고 있습니다. 좋은 의미로의 기억은 아니고요. 그 시기에 제 지난 날들을 톺아볼 계기를 마련해 주신 건 어느 한 편으로 고맙기도 해요. 보수적인 집단에서 ‘왜?’는 정 맞기 일쑤가 아니던가요. 이 호기심은 집단의 성격을 벗어나서, 주제에 따라서도 반응이 판이하게 갈리는데, 특히 섹스와 같이 민감한 주제라면 더욱이요. 그런 의미에서 레드홀릭스는 나의 ‘왜?’를 해소해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그동안 해소할 수 없었던 호기심들을 가입 초반에는 우르르 쏟아내기 바빴어요. 생각을 나눠 주시는 여러 사람들 덕분에 외연과 내연 모두를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레드홀러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같은 성향과 같은 생각을 가진 게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알게 됐고요. 역시나 타인에게 끼치는 불편을 최소화하려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정제를 거쳐야겠고, 내 수준에서 그게 어렵다면 가끔은 침묵도 필요하겠구나, 스스로의 성급함을 민망해하기도 했고요. 서론을 위한 사족은 이 쯤 적당하려나요. 벌써 오랜 이야기네요. 지금은 여력이 남지 않았다는 핑계로 가만히 멀뚱하게 눈알 굴리는 정도가 전부인데요, 얼마 전에 반가운 글과 댓글을 마주했지 뭐예요. 성적 대상화와 성적 자기결정권이 주제였는데, 짤막한 질문 뒤의 성심의 답변들을 아무 노력 없이 홀랑 받아먹는 게 스스로 되먹지 못 하다는 생각이 좀 들어서 요 며칠 얕은 고민을 했더랬습니다. 참고가 될까 싶어 오래 전에 썼던 글을 뒤적이기도 했는데 워낙에 조악한 터라 펼치자마자 다시 덮었고요. 페미니즘에 대해 알아차릴 무렵부터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당시의 내가 아는 페미니스트라면 머리를 짧게 깎고 브래지어를 벗어던지고 꾸밈노동을 중단하는 사람들이었고, 그런데 그에 반해 나는 오히려 코르셋으로 흉곽을 졸라매는 등 더 나를 치장했어요. 잘록한 허리와 발사할 것 같은 가슴과 풍만한 엉덩이를 가지고 싶었거든요. 그 기저에는 ‘맛있어 보일 나’와 ‘나를 탐욕할 이들’을 위함이 자리했었던가 봅니다. 실제로 그러한 성적대상화를 저는 의도했고, 뒤이어 ‘맛있다’는 말들을 칭찬으로 인식했어요. 그런데 어리고 어린 나는 페미니즘 앞에서 떳떳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유는 정확하지 않았지만 눈치 상, 나를 드러내는 일이 당당해선 안 되겠구나 싶었어요. 어쩌면 당시에, ‘페미니스트는 그동안 억압 당했던 ㅡ당신을 포함한ㅡ여성의 인권을 위해 지금도 본인의 욕망을 스스로 박탈시키고 있다. 그런데 당신이 철없이, 아무런 고민도 없이 드러내는 젖가슴으로 하여금 이러한 운동의 의미와 목적이 퇴색될 수 있다.’고 말해줬더라면 생각이 조금은 달라졌을까요? 아니면 사춘기 소녀 마냥 토를 달았을까요. 이유 모를 부끄러움과 자유로의 갈망이 강하게 충돌했던 시기였어요. 나는 벗고 싶은데 왜 그래서는 안 되는가. 나아가 나를 상품으로서 진열해서는 안 되는가.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그래서 깊이는 더더욱 없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과 화폐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수요와 공급이 어느 지점에서 만나 스파크를 일게 하는지 정도의 아주 기초적인 정도만요. 오롯이 내 자유에 입각해서 저는 저를 상품으로 치환했어요. 벗었고 촬영했고 업로드했습니다. 뱃지도 조회수도 물론 좋았지만 제가 가장 높은 가치로 평가했던 화폐는 다름 아닌 마음과 시간이었어요. 정성 들인 표현에 항상 깊은 울림을 받았습니다. 제 관점에서 그러니까, 여러분의 정성은 저의 수요였고 그것들을 취하기 위해 내 몸을 공급했던 거라고도 볼 수 있겠어요. 솔직히 말하면 스스로를 성적 대상화하는 것이, 스스로를 성상품화하는 것이 왜 지탄 받아야 하는 일인지 아직까지 잘 모르겠습니다. 고집이 센 성격이라 어지간하지 않으면 잘 설득되지 않아서요, 얼마 전처럼의 눈이 커지는 순간이 아니라면요. 성적 자기결정권은 누구에게든지 지켜져야 할 권리 아니던가요. 그런데 이것도 억척스러운 아집이라서 이제는 좀 꺾어보고 싶기도 해요. 언급했던 것처럼 내 선택이 타인의 인권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면 저는 재고하고 재고할 테니까요. 다만 빈약한 제 논리로는 스스로를 꺾기가 무척이나 어려워서 여러 사람들의 힘을 간간히 빌리고는 있습니다. 오랜만이라고 핑계댈 수도 없는 게, 사유도 글도 정리와 정립도 저는 여전히 어렵네요. 메신저가 못난 탓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습니다만, 생각해 보면 고까움뿐은 아니었을 것이, 논리정연하지 못 한 메신저에게서 과연 어떤 호기로운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었을까 싶어 자못 부끄러워져요. 완벽을 위해 더 미룬다고 해서 내 사고의 깊이가 달라지진 않을 테니까 불친절한 글이라도 화답이랍시고 올려 봅니다. 고민할 수 있도록 해 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덧붙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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