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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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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라는 물음을 꽤 오랜만에 받았다.
아니, 단 둘의 대화로는 처음이려나. 지금에 와서 질문을 다시 떠올려 보면, 덧씌워지는 허상과 종잡을 수 없이 펼쳐져 있는 여러 자아로 혼란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이게 나 라며 정확하게 하나를 찝어 말한들, 그게 나라는 집합체의 본령이 아님은 말할 것도 없다. 아마도 저런 질문이라는 요지의 껍질을 하나 둘 벗겨내면 결국은, 너는 과연 내가 욕망할 만한 사람인가 라는 질문이 되는거겠지. 욕망의 궤가 엮여 돌기 시작하면 우리는 관계지어질 수 있는 것일까. 애초에 타인의 욕망이 무엇인지도 알리가 없으니 그 자체에 대한 이론만 무성할 뿐이겠지. 아무리 긁어모아도 채워질 리 없는 마음의 갈급함 때문에 몸을 포개는, 궁극적으로는 섹스로라도 확인하려 드는 것일지 모른다. 어쩌면 욕구란, 단순한 결핍의 메움이 아니라 실은 채워질 수 없어서 하고야 마는 자신의 재확인 과정은 아닐런지. 타자의 욕망이 내 욕망이라고 했나. 반복의 거울로 통제되고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어쩌면 서로의 마음으로 따뜻하게 최선을 다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네가 울 때, 나 또한 온몸이 쥐어짜이듯 울고. 웃을 때는 마음 다열어 쏟아져 나오는 기쁨으로 함께 웃어 주며, 뭘 해야 할지 모를 때는 그냥 가만히 있어주기도 한다면. 그때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쉬울리야 없겠지만 누구보다도 나에게 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들어 본 적 없는 어떤 말로, 누군가 나를 진심으로 호명해 준다면 내 안에서는 어떤 것들이 나올지 궁금하다. 어쩌면, 나도 모르는 내가 다 쏟아져 나오면, 혼란스러운 나는 조금은 단정해질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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