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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생명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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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내 고양이는 갑작스레 죽었다. 죽을 이유도 없었고 죽을 때도 아니었다. 그만큼이나 허망했다.
노묘를 사진과 그림으로 기록하는 어떤 이의 SNS 계정을 오래 전부터 팔로우하고 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준비한다는 건 내가 헤아릴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고작 내가 떠올렸던, ‘자다가 나도 모르는 새에 내 다리에 깔린다면’, ‘녹슨 방충망이 뚫린다면’, ‘소파 아래 바퀴 약을 발견한다면’, ‘콘센트 옆에서 물장구를 친다면’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준비겠지. 그이는 요즘 가장 편안해 보이는 고양이의 사진을 고르고 있더라. 또, 빛과 자연을 사랑하는 이도 있었다. 천식이 사람만이 앓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그이의 고양이를 통해 알게 됐다. 애정 어린 보살핌 속에서 천천히 사그라든 빛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보내줄 때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건 어떤 마음일까. 난 여전히 꿈에 찾아 오지 않는 내 고양이를 매일처럼 그리워 한다. 이사 갈 때 캣타워를 버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운 좋게도 두 배는 더 넓은 집으로 가 버리는 바람에 이젠 핑계도 댈 수 없게 됐다. 나 괜찮아질 테니까 그 때까지만 같이 살아달라고 엉엉 울며 부탁한 적이 있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가만히 지켜 보다가, 짧게 한 대답으로 우리의 약속이 체결되었다고 굳게 믿었다. 내 고양이는 너무도 허망하게 가 버렸고, 그 이후 나는 거짓말처럼 괜찮아졌다. 너의 생명을 깎아 나의 건강이 되었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언제쯤에나 지울 수 있을까. 그 생각을 지우고 나면 캣타워도 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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