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내 글
내 덧글
-
섹스다이어리 -
NEW
레홀마켓 -
아이템샵
토크
익명게시판 | 사랑과 우정과 죄책감
3
|
||||||||||
|
||||||||||
|
얼마 전 결혼식을 다녀왔는데 이번도 역시, 어김없는 같은 말을 들었다. 친구와 그 와이프는 거의 동시에, 한 살배기 딸의 입을 닦으며 우린 의리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었다.
연애를 반 년 하고 결혼 생활은 이 년이 조금 덜 채워진 너희가 벌써부터 의리라니. 웃음만 지으며 아무 말 못 하는 내가, 이젠 그 너머가 보이는 연유는 무엇일까. 사랑 안에서의 우정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나는 선명하게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아이 키우는 고단함을 의리로 도치해 견뎌내고 있는 너희가 그 이면엔 서로를 사랑하고 있음이 보였다. 사실은 갈구함으로 대신해 증명하고 있다는 것을 관계 밖에 있는 나는, 안다고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환상을 보는 것인지 그 자리에선 말하기가 싫었다. 말해 봐야 돌아오는 답은 해 보라는 뻔한 말밖에 없으니까. 어쨌거나. 늘 긴 연애를 했던 나는 그 진행형 속에서도 사랑과 우정의 경계를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가을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은 순간도 없었다. 관계를 정의할 필요나 이유가 없었다고 나는 믿었는데, 당연한 것은 갑작스레 배신을 만들기 일쑤가 아닌가. 그런 반복 속에서도 아무런 숙고조차 없었다니. 돌이켜 보건대, 내 얼굴을 만지는 손에는 사랑이 있었음을 나는 지금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믿음이 당연함으로 바뀌는 순간 너는 존재가 지워졌음을 자각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너와의 섹스가 너무 좋아 좀 더 맛보고 싶었다는 너의 자백이 그때는 부정과 모욕으로 닿았지만, 사실 그것이 모순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것은 고스란히 죄책감으로도 변모했다. 외로움을 몸정이라는 우정으로 변모시켜 자백이라는 증오로 말했을 때 알아야 했으려나. 나는 아직도 마지막 연애에, 미련 따위는 없음에도 때때로 얽매여 있다. 더 정확하게는 부족함을 알아채는 것 역시 사랑일 수 있겠다는 자각이려나. 회고와 복기의 간극에서 비슷한 짓을 오가는 반복은 희망을 바라는 성찰이라 덧씌우곤 했다. 하지만 사랑을 겪는 사람에 대한 죄책감을 또다시 가지게 될 두려움이 앞서는 것일 수도 있겠지. 미래에 사랑 속의 현재를 지나는 내가, 사랑과 우정을 넘나드는 너를 죄책감으로 바라보게 될 실패의 자책을 갖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떤 소설의 글처럼 사랑이 시킨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이미 지나갔기에 써내릴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조하는 친구를 보며, 너희는 지금 예쁜 사랑을 하고 있다고 조금은 경박한 말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내가 됐더라면 어땠을까. 가득함만이 사랑이 아님을, 부족함 역시 그러할 수 있다는 것을 나눌 수 있다는 관계라면 미래의 우리는 일생을 잘 견뎌갈 수 있게 되려나.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