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내 글
내 덧글
-
섹스다이어리 -
NEW
레홀마켓 -
아이템샵
토크
익명게시판 | 그를 만났다.
1
|
||||||||
|
||||||||
|
그를 만났다.
그는 활자에서조차 다정함이 묻어나는 사람이었다. 신중하게 고른 듯한 단어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사려 깊음, 한결같이 너그럽고 배려심 넘치는 태도, 누구보다 조심성이 많고 신중한 것 같은 그가 적극적으로 다가오자 내 경계심은 눈 녹듯이 허물어져 버렸다. 얼굴도 목소리도 전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이란 자못 설레기도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기도 했다. 10분여밖에 안 되는 길을 두 배의 시간에 걸쳐 천천히 걸어가며 숨을 골랐다. 아 너무 떨리는데 괜찮을까...?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와 마주한 그는 각인되듯 내 눈에 박혀버렸다. 그리고 내 마음에 그렇게 그대로 박히고야 말았다. 햇살을 가리는 파라솔의 기둥이 야속하게 그와 나 사이의 한가운데를 가로막고 있었기에 그의 얼굴을 잘 보고 싶어 의자를 자꾸 고쳐 앉았던걸, 내 말에 귀 기울여주며 환하게 웃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홀린 듯이 그의 눈을 바라보며 따라 웃었다는걸,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쉬워서 지는 해가 원망스러웠다는걸, 운전하는 그의 옆얼굴을 몰래 힐끔힐끔 훔쳐봤다는걸, 이 모든 걸 그는 알까? 주차장으로 향하는 그 짧은 순간 나란히 걷는 그 시간이 마치 꿈결인 것 마냥 현실감이 없었다.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서. 향수의 향기가 참 좋다고 나와 잘 어울린다고 얘기해주던 그의 손을 꼭 붙잡고 얘기하고 싶었다. 나 당신이 마음에 든다고. 차에서 내릴 때 그 찰나의 주저함의 이유를 이제는 안다. 주저함이 확신이 되었으니까. 다정한 그가 다정하게 나를 껴안아주기를 나는 기다린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