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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게시판 |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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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
>? <와 <진짜 오랜만이다 <응 너무 잘 지내지 실로 오랜만이었다. 딱 10년만이었거든. 생애 첫 사내 섹스파트너였다. 사내 헬스장 트레이너. 또래 대비 운동에 관심이 많다는 공통분모를 통해 구내식당 내 우연을 만드는 일이 잦았고, 술을 제법 잘 마신다는 분자를 통해 섹스까지 나누게 됐었다. 사이를 멀어지게 한 건 술김의 토로였던가. 솔직함을 어려워 하는 이들은 아마 이 지점을 두려워하는 걸까. ‘나는 섹스를 너와 했을지언정, 마음은 다른 이에게 두고 있다’는 내 솔직함이 어쩌면 그에게는 무례로 작용했을지도 모르겠다. 거절은 늘 어려웠고, 지금에 역시 다르지 않다. >뜬금없이 연락해봐 >너무 잘지내면 다형이다 >행이다 여태 나는 그를 낮잡았던 것 같다. 내가 잘 지내는 것에 다행이라고 말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그럴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10년 전, 아무런 아쉬움 없었던 표정처럼 이후로도 되돌아 보는 일이 없으리라 짐작했다. 그게 사람이 됐든, 아님 지난 날의 과오가 됐든. <엉 뜬금없는데 <술 마신 거면 좀 덜 반갑고 ㅋㅋㅋ >ㅋㅋㅋㅋㅋ >그냥 연락해봤어 >나이 먹고 나니까 >없더라고 <머가 없어 >사람이 생각나는 사람이 >ㅋㅋㅋㅋㅋ <생각해 줘서 고맙네 ㅋㅋ >생각하긴 >내가 샹놈이었는데 <그랬나? >맞잖아 >ㅋㅋㅋ <너 뭐 나 잘 때 못된 행동 했었니 ㅋㅋ >나는 안 그랬지… <그럼 머가 샹놈이여 ㅋㅋ >아닌가… >그냥 너 살던 동네라 연럭 해봤어 >미안히니 >미안합니다 >걍 보고싶어서 얘기하고싶어서 연락했어 <ㅋㅋㅋㅋㅋ 미안하다고 하는 거 술버릇이니 <나 그 동네 뜬지 좀 됐어 <즐겁게 잘 놀다 가렴 >술버릇이지 >ㅋㅋ 다행이네 >ㅋㅋㅋㅋㅋ 잘살면 다행이야 <응 그치 <너도 잘 지내 ㅇㅇ아~ <떠올려 줘서 고마워~ >그래 멋찐 ㅁㅁ이 잘살고 하는거 모두 잘되자! <ㅋㅋㅋㅋ 그래 고마워 <새해 같다 ㅋㅋ <새해 복 많이 받아~ >ㅋㅋㅋㅋ 갑자기 새해네 >너도 복 많이 받고 건강하자 >미안해 술먹고 갑자기 연락한걸로 생각 해도되 시간이 지났고 각자 잘 지낼테니까 그냥 나름대로 청산하고 있는중이야. 잘안되도 되고. 미안하다. 젊은날 치기였을까 이제와서 이렇게라도 말해 궁금했다. 그가 보낸 텍스트를 몇 분간 곰곰히 뜯어 읽어도 알 수 없었다. 무엇이 그에게 나를 데려가게 된 걸까. 10년동안 그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나에게 미안함을 느낀 지점이 과연 내가 지금 생각하는 그것과 같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조금 먹먹해졌다. >잘지내 멋찐 친구! >+신분세탁아님; <지금도 젊다 우린 ㅋㅋ 너도 잘 지내 아이돌 데뷔하더라도 응원할게 <정계 진출도 머 ㅋㅋ >ㅋㅋㅋㅋㅋ >그럴일은없고 잘지냅시다 >수구 <소고 매 해 가을마다 느낀다. 가을은 정녕 남자의 계절일까. 그토록이나 외로움을 느끼는 나머지, 매 해 가을마다 누군가의 머릿속에 내가 떠오르는 걸까. 지나갔던, 또는 지나쳤던 이들은 외투를 꺼내들 무렵이 되면 서로 순서를 달리 해서 오래간만의 안부를 물어 온다. 어떤 사람은 1년만에, 또 누군 매 해, 또 지금의 이이는 10년만에. 그런 안부 질문이 썩 좋았다가 나빴다가 반복했다. 나를 잊지 않아 주어 고마웠다가도, 제일 만만한, 벌리면 벌어지는 싸구려 보지였나 싶어 스스로를 비하하고 책망했다. 아주 짤막한 안부 교환을 마치고서, 내가 가지고 있는 그의 이미지를 더듬거렸다. 마치 점자 읽듯 천천히 꼭꼭 더듬더라도 남아 있는 기억이 많지 않아 조금은 미안했다. 제멋대로였다. 메뉴 결정도, 술을 더 마실지 결정하는 일도 그랬다. 본인을 애무하는 일에도 허락이 필요했다. “왜, 씨발. 지도 존나 좋으면서 왜 못 만지게 하고 지랄이야. 니는 말도 안 하고 밖에서 존나 만지잖아, 사람들 있든 없든.”하는 말을 듣고 싶어서는 아니었을 것 같다. 정색도 잦았다. 숙박업소 결제를 내가 먼저 하는 날이면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벽이나 구석으로 날 몰아세웠다. 잘 웃지 않았다. 내가 어떤 모순을 지적하노라면, 멋쩍은 마음에 괜히 낄낄거리던 게 내 기억 속 그의 웃음의 전부였다. “니 보지 누구 거야?”라고 물었을 때, “내 보지는 내 거지 그럼 누구 거야.”라거나, “너가 이러는 거 너 친구들도 다 알아?”하고 물을 때, “엉? 그치, 나 섹스 좋아하는 거 친구들 거의 다 알 걸?”하고 천연스럽게 답하더라도 당황 한 번을 안 했다. 모서리가 닳은 파편들을 가만히 만지작거리는 게 영 싫지만은 않았다. 내가 만약 그 동네에 계속 살고 있더라면, 그래서 그를 다시 만나서 내가 짐작하는 그의 미안함과 그가 가지고 있던 나에게로의 미안함이 일치하는지 확인했더라면, 마침내 다시 술을 나눠 마셨더라면, 지금의 이 글은 없겠지. 앞으로도 그에게는 연락이 없을 것이고 나는 오래 싱숭생숭하다가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드디어 가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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