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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 영화 펄프픽션에는 어색한 침묵에 대한 대화가 나온다. 나는 이걸 정적이라고 칭하곤 했는데, 침묵이 조금 사적인 감각이라면 정적은 함께 공유하는 공간의 감각을 말하는 것 같아서다. 공교롭게도 최근 유튜브에 토막으로 등록이 됐는지 우연히 보게 됐다. 꽤 많은 조회수와 공감은 왜 이제야 고개를 드는 건지, 참 웃긴 일이지.
내용인즉, 둘 사이에 정적이 찾아오고 어색한 기류 안에서 한쪽이 말문을 튼다. 이 어색한 침묵이 싫지 않느냐고, 이 불편함이 싫어서 쓸데없는 말들을 늘어놓는 게 별로라고 말한다. 이질적인 한 번을 제외하곤 늘 그랬다. 어떤 관계든 견디지를 못했다. 나라고 다를 것도 없었지. 사실 이대로 잠시 있어도 괜찮은데 상대의 불안함을 마주하면 나도 늘 입이 먼저 터졌다. 그러고 나면 줄줄 이어지는 쓸데없는 말과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들. 펄프픽션 이후에는 화양연화가 있다. 사람들은 흔히 왕가위의 색감을 얘기하지만 그 영화의 정점은 사실 둘 사이의 정적이다. 마음에서 심장으로 전해지고 그 맥동으로 공간을 울리는 진동은, 그대로 공기를 타고 상대의 심장으로 전달되는 것 같다. 마음의 간격은 한낱 말로 채워지는 것이 아님을 영화는 체험적으로 보여준다. 몸부림치지 않아도 되는 관계는 정말 없는 걸까. 작아지면 자존심으로, 커지면 자만감으로 상대를 내 크기와 비교한다. 혹은 아무것도 아니라 느끼면 너와 나 둘 중 하나는 그 장소에 없다. 그러다 보면 정작 그 자리에 왜 있는지조차 희미해진다. 괜찮다고 말할수록 그래야 할 것은 누구일까. 인연이 아니라는 말로 일축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만큼 멍청한 단정도 다시 없을 거라고 지금도 변함없이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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