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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게시판 | 어디까지 데려가줄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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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결핍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그 결핍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나를 성장시켰다고 나는 누군가에게 설명할 때면 늘 당당하게 말하곤 했다. 하지만 솔직히 들여다보면 내 안에는 여전히 외적인 인정에 기대고 싶은 또 다른 결핍이 있다. 그래서 나는 때때로 나를 사진 속에 전시하고, 그 이미지에 반응하는 타인의 욕구가 과열된 문장들을 읽으며 ‘나는 아직 매력적이구나’ 하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이게 어쩌면 나의 자위일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저급하고, 조금은 솔직한 인정의 욕망이다. 나는 시작이 쉽지 않은 사람이다. 가벼워지고 싶어도 마음 한구석의 선비 같은 고집이 쉽게 벗겨지지 않는다. 가벼운 관계도, 가벼운 사람도 싫어하고 의심이 많아서인지, 경계가 높아서인지 가벼운 친절이나 스치는 관심 정도로는 내 안의 깊은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하지만 내 욕구를 진짜로 끓게 하는 단 한 사람이 나를 소유하고 싶어 미칠 듯 갈망할 때 그때 문은 조용히 열린다. 시선 하나, 숨결 하나, 다가오는 기척 하나가 잔잔하던 감정 위에 파문을 만든다. 오래 눌러두었던 떨림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되살아난다. 그 사람이 나를 흔들고, 무너뜨리고, 다시 세우고자 하는 결의를 드러낼 때 나는 오히려 이상하리만큼 안도한다. 그 욕망의 방향이 오직 나를 향해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기 때문이다. 세상에 단 하나로 향하는 욕망. 그 안에서만 나는 가장 치명적으로 피어난다. 평소 행실이 정도를 걷고 입에서 바른말만 내놓던 사람이 순간적으로 결을 뒤집어 거칠어지는 그 찰나 그 균열에서 흘러나오는 야릇함은 그 어떤것과도 견줄 수 없다 나 자신을 내려놓고 마구 무너져도 괜찮을 것 같은 마음... '나를 함부로 대해줘요' 그가 건드린 작은 틈에서도 감정은 크게 뒤틀리고 몸은 움츠려들며, 마음 깊은 곳에서 묘한 떨림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 떨림은 조용히, 그러나 강렬하게 치밀어 오른다. 감정이 벼랑 끝까지 차오르면 수줍음은 저절로 흩어지고 남는 것은 내면 깊은 곳의 진짜 갈망뿐이다.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낯선 나로 변해간다. 지켜내기만 하던 고집은 조용히 뒤로 젖혀지고, 늘 단단하기만 했던 경계선이 그 사람 앞에서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다. 어쩌면 나는 누군가에게 온전히 잡아먹히는 경험을 평생 한 번쯤은 꿈꿔왔는지도 모른다. 강함 속에 숨어 있던 유약함, 독립적인 척했던 외로움, 당당함으로 감춰두었던 미묘한 결핍들까지 그 사람 앞에서는 모조리 들켜버리고 싶다. 그래서, 나를 어디까지 데려가줄수 있어? 누군가가 생긴다면 묻고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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