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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게시판 | 만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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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는 항상 술을 마시면 나에게 연락하곤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엔 그런 연락이 귀찮았다 너는 신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지만 나는 그런 너의 반응에 심드렁하게 답했다 2. 너와 나는 집으로 가는 방향이 비슷했다 그래서 모임이 있는 날이면 항상 너와 귀가길을 함께 했다 너는 가는 길에 딱 한잔만 더 하자고 그랬다 술이 모자랐던 나는 너의 말에 응했고 같이 들어간 맥주집에서 아는 형 욕도 같이 하고 드라마 얘기도 하고 참 많은 얘기를 했다 자리를 마치고 나와서 조심히 들어가란 인사를 할 때 너는 나에게 안겨들더니 고맙다는 말을 했다 3. 그때가 너에게 흔들렸던 첫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모른척 하려 애썼다 그때 나에겐 3년 된 여자친구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너랑 나는 좋은 친구일 뿐이니까 4. 사귀던 여자친구와 최악의 이별을 했다 여자친구는 나를 떠나 가버렸고 나는 마음속 빈자리가 시려워 힘들어 했다 그때 너는 위로주를 마셔야 한다며 우리집으로 왔고 찾아온 너에게 나는 한참 동안 서러운 마음을 토로했다 그날 술과 피로에 찌든 우리는 자리를 펴고 누웠다 그런데 분명히 취했는데 왜 눈이 감기지 않는걸까 그 순간 너에게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 찼다 내 마음 속에서 엄청난 갈등이 일어났다 이건 그저 한 순간의 성욕이란 생각과 그 성욕 해소를 위해 친한 친구인 너를 쓰고 싶진 않은 마음 아직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전 여자친구에 대한 미련 이런 것들로 겨우 이성을 붙잡았다 5. 그날 밤은 별일없이 지나갔고 너는 집으로 돌아갔다 니가 빌려 입은 내 옷에는 너의 향기가 가득 남아 있었다 그 향기가 느껴졌을 때 나는 다시 한번 흔들렸다 나중에서야 인정한 거지만 나는 그때 너에게 빠져들었다 애써 부정하려 했지만 나는 너에게 천천히 물든 거였다 6. 바보스럽게도 난 그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우리는 좋은 친구사이라며 나 스스로 선을 그으려 했다 니가 내 어깨에 기댄 모습을 보았을 때 마음 한 켠에선 너를 끌어안고 키스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해 그냥 머리에만 가볍게 뽀뽀를 하고 말았다 그게 내가 겨우 용기를 내 한 최대의 표현이기도 했다 7. 마음 속에 있는 너를 밀어내려 애쓰는 동안 너는 남자친구가 생겼다 축하하면서도 아쉬웠고 왠지 모르게 미웠다 하지만 그 마음을 너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태연한 척 했다 니가 남자친구와 심하게 싸운날 내가 너한테 그랬던것처럼 너도 나한테 잔뜩 쌓인 응어리를 풀어냈다 그날 자리가 파하고 나서 나는 말 없이 너를 끌어 안았다 그제서야 나를 안아줬던 너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8. 그날 이후로 한동안 우리는 서로 연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다른 모임에서 너를 다시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너는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그 사이에 너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나 사귀고 있었다 다행이라 생각을 했다 9. 모임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홀로 생각에 잠겼다 만약에 그날 너에게 키스했더라면 우리의 관계는 지금과 달라졌을까? 그러자 수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을 흩어버렸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지나간 추억이 되었으니까 그때의 나는 너무 미숙했었고 모자랐었다 그래서 아마 다시 돌아가더라도 그때의 나는 다른 선택을 못했을거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나니 오히려 나로 인해 긴 시간 마음고생했을 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추억은 추억으로 흘려 보내야지 그런 마음으로 생각을 흘려 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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