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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게시판 |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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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꼽을 정도로 굉장히 좋아하는 문학평론가의 책에 '조심' 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적혀있다.
자료에 따른 것이지만 신뢰해도 좋을지 모르겠다면서, 조 라는 한자가 손으로 나무 위의 새를 잡는 모양을 본 뜬 것이라 했었나. 그리고 심을 붙이면 '조심'은 손으로 새를 쥐는 마음이라고 써있었던 기억이 난다. 또 이에 대해서 잠깐 말을 나눴던, 내 생각이 못나서 헤어진 친구가 있었는데 어떤 말이 오갔는지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서로 꽤나 납득했었던 기억도 있기는 있다. 어쨌거나. 아침 늦잠을 자는 바람에 회사에서 샤워 할 생각으로 뛰쳐 나가는 도중, 단지 내에서 딱딱 거리며 뭘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신경이 쓰여 따라가보니 신기하게 높지도 않은 조경수에 새가 그러고 있는 게 아닌가. 분명 여긴 도심 한복판 아파트 단지인데 왜?? 설마 딱따구리?? 신기해서 폰을 꺼내 검색해보니 정말 딱따구리가 맞는 것 같더라. 너무 신기하니까 가까이 보고 싶은 마음에 조금 다가서니 매정하게도 날아가 버렸다. 근데 조금 더 걸어가니 다른 나무에 또 있네. 이번엔 살금살금 다가가서 그 작은 머리통을 나무에 쥐어박는 게 귀여워서 한참을 구경하다가, 뭐 역시나 지각을 했다. 혼날 위치는 아닌게 다행이면 또 다행. 역시 무언가를 유심히 보고 싶다면 조심하는 마음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새삼스레 한다. 그리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날아가버려도 서운한 건 내 마음 뿐인 것도 당연한 일이고. 다음이라는 기약이 지금처럼 있을리도 만무하다. 마음을 알 수 없는 개나 고양이, 기타의 동물들에게 다가가는 사람들을 보면, 또 역시 조심스레, 손으로 새를 쥐는 마음으로 다가간다. 그렇게 함부로 하지 않는 마음을 보이면 그제서야 그들도 아주 조심스레, 그것도 아주 조금씩 다가오기 마련이었다. 아마도 당연하게 불쑥거리며 함부로 침범하는 것을 반길 사람은 없겠다. 그 사람이 어떤 상태인지 촉을 세워 세심히 짐작해 행동해도 정확히 그 속을 알리가 없어 물어야만 알 수 있다. 물어도 그 자신 조차 모를 경우도 있음을 감안하면, 역시 필요한 건 '조심' 하는 마음 뿐이 아닐까. 그리고 조심하는 마음은 당연하게도 나에게서 비롯되는 일이니 스스로에 대해서도 조심해야 함은 어쩌면 지극하게도 당연한 일이 되겠지. 설령 맨살을 드러내는 자기 충족과 해소의 일이든, 그게 챔질이나 사용의 경우라 해도 말이다. 충고가 아니다. 절대 아니다. 그저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이 눈 앞에 있는지, 무엇이 두렵고 원하는 게 뭔지 알고 싶어 쓸 뿐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가 목적이라면 그에 편승하고 싶을 뿐이고, 가능하다면 소중히, 조심하는 마음이 생기는 누군가를 대할 태도를 갖고 싶을 뿐이다. 몸과 마음 둘 다 잘 이어진다면 그게 얼마나 좋은 일일지 상상만 해도 기쁘지 않나.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 따위 말고, 그냥 나나 이젠 좀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좋겠다. 님들은 님들이나, 아니면 님들 나름대로 오래오래 행복하든가 말든가. 그리고 너도 행복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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