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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게시판 | 우연한 조언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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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꽃을 피우게끔 잘 가꿔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게 아니었다.
피어있는 꽃을 잘 돌보는 것도 아니고, 눈길이 가는 꽃을 찾아야 하는 것도, 하물며 비옥해져야 하는 것도 아님을 오늘 알게 됐단 말이지 ㅋㅋ 그냥 편안하다 느끼는 자리에서 불을 쬐고, 그 땅에 꽃이 피어있으면 그저 다정하게 보고 있을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들었다. 혹시 피어있지 않다면 그건 그대로 놓아두고 씨앗이 옮긴 자리를 서로 잘 지켜보기만 하면 일생 동안 아무 탈 없이 삶을 마무리할 수 있을 거라 했다. 60년의 주기 중 마지막이 되지 않겠냐는 말에 어떠한 조급함도 들지 않았던 것은 조금 이상했지만 뭐. 혹시나 부서질까 조심할 필요도, 놓칠까 움켜쥘 일도 아니겠지. 미숙하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려는 곡진함 자체가 성숙함의 형태로, 일종의 어떤 관계의 깊이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별생각 없이 시작한 이 초험적 행위가 나에게 이리 필요한 일이었을 줄이야. 어쩌면 스스로를 어떤 형태로든 만들어야 한다는 이상한 강박 때문에 나는 자신과만 관계 맺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누군가 옆에 있다면 그걸로 완전하게 절망하는 일은 없다는 것을, 조용히 알아차리기만 하면 됐었던 것일지도 모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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