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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스쳐 남긴 것들이
파란 빛으로 꽃을 피웠다
살짝 아린 감각으로 그날을 더듬는다
나를 보던 눈빛과 스치던 손길 숨과 움직임까지
그 모든 것이 겹쳐진 채로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 순간 우리는
서로를 앞서거나 뒤따르지 않고 같은 높이에서
꾸미지 않은 얼굴로 마주하고 있었다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고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상태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머물고 있었다
나조차 몰랐던 나의 어떤 표정을
당신을 통해 알게 되었고
당신 역시
나로 인해 조금은 달라져 있었다
당신이 가까이 와 숨과 함께 나를 눌러 담던 순간
숨이 멎었고
아픔보다 먼저 몸이 반응했다
피하지도 밀어내지도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던 시간
다음 날 남은 멍은
숨길 만큼 아프지도 자랑할 만큼 대담하지도 않았지만
분명히 그날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 기억은
뜨겁던 순간과
편했고 즐거웠던 그 시간까지 품은 채
앞으로 만들어질 많은 기억들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놓여 있다
그러면서도 이 시간이
쉽게 닳아 없어지지 않기를
오래도록 서로를 향한 감각이 남아 있기를
당신이 나를 오래 욕망하고
나 또한 당신을 오래 욕망하기를
억지로 붙잡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마음으로
그 욕망이
갈증이나 집착이 아니라
존중과 온기를 품은 채
기억 속에 조용히 머물 수 있기를
그렇게 때가 되면
어느 한쪽에 남아 굳어버리는 순간이 아니라
찬란했던 시간의 한 조각으로 겹쳐지듯 남아
서로의 행복을 편안히 바라볼 수 있기를
아주 오랜 뒤에
그날을 웃으며 마주할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