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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 익명게시판
침묵의 태도  
16
익명 조회수 : 1290 좋아요 : 1 클리핑 : 0
사람들은 대체로 침묵을 그냥 두지 못한다.
잠깐 비어 있는 순간만 생겨도 먼저 말을 얹고,
무언가를 덧붙이고,
어수선하게라도 그 간격을 메우려 한다.
그런데 나는 그 침묵을 바로 건드리는 편이 아니다.
그 사이를 조금 천천히 있는 그대로 두고 본다.

아마 내 침묵도 대개는 그런 데서 온다.
금방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은 말 앞에서도 한 번 멈추게 되고,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문장을 괜히 한 번 더 굴려보게 된다.
이해를 해보려 하고,
말을 고르고,
내가 짚은 것이 맞는지 아닌지 잠깐 더 들여다보다 보면
사이사이에 침묵이 생긴다.

나는 그것을 매번 정정하려 하지 않는다.
아니라고 길게 설명하고,
내가 왜 잠깐 멈추었는지 왜 바로 말하지 않았는지를 하나하나 풀어놓는 일은 대개 너무 늦은 말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미 마음속에서 결론을 내려버린 사람에게는
그런 해명이 오히려 더 쓸데없을 때가 많다.

그런 식으로 말을 다루다 보면
마음이 닳는 날이 없는 것도 아니다.
생각을 많이 한다는 건 별로 낭만적인 일이 아니다.
대개는 손이 많이 간다.

이해하려는 것도 그렇고,
함부로 말하지 않으려고 어휘를 고르는 것도 그렇고,
상대가 말하지 않은 쪽까지 괜히 한 번 더 보게 되는 것도 그렇다.
겉으로는 잠잠한데 안에서는 몇 번씩 지나간다.
그러니 닳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렇다고 늘 바닥을 본 것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소진은 있었지만,
끝내 내가 견디지 못할 만큼의 크기로 번진 적은 드물었다.
시리고 조용해지는 날은 있어도
거기서 전부를 접고 싶어지지는 않았다.
쉽게 넘치지 않고, 그렇다고 쉽게 비워지지도 않는 쪽이었다.
다만 더 이상의 여유가 없다면 그때는 정말 넘쳐버리려나..

아마 차갑다는 인상은 그런 데서 오는지도 모른다.
쉽게 들뜨지 않고, 금방 가까워지지 않고,
필요한 순간에는 생각보다 더 단정한 쪽으로 정리되어 버리니까.
그래서 날을 먼저 보는 사람도 있고,
그 아래 남아 있는 미세한 온도까지 읽는 사람도 있다.

여하튼 요즘은 사람 사이의 여백에 다 뜻을 붙이지 않으려 한다.
달라진 것은 달라진 대로,
짧아진 것은 짧아진 대로,
지금 보이는 상태를 그저 상태로 두는 쪽.
굳이 끝까지 거슬러 올라가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날들이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모든 변화가 해석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고,
어떤 것들은 그대로 두는 편이 더 오래 맞을 때도 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아주 초연한 것은 아니다.
어이없는 날도 있고,
인간적으로 조금 너무한 것 아닌가 싶은 순간도 있다.
그렇다고 그 감정을 끝까지 몰고 가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해서 내가 먼저 닳는 쪽은 별로니까.
어떤 누가 굳이 아프고 싶고, 다치고 싶겠는가.

한 발쯤 떨어져 바라보고,
내 시간을 보내고,
내가 해야 할 것들을 하면서 그 상태를 그대로 두는 일.

하여간,
나는 끝내 완전히 차가운 쪽으로는 가지 못할 것 같다.

사람의 결을 먼저 본다고 해서
그때마다 전부를 내어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내 안의 온기를 아무 데나 쉽게 쏟는 편은 아니다.
함부로 지나치지 않는 것과
아무에게나 마음을 내어주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니까.

아무리 시선이 달라지고 방법이 달라졌다 한들,
내 안의 마음과 정서, 함부로 지나치지 않는 쪽의 결까지 바뀐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원래의 나를 가지고 있다.
다만 예전보다 조금 덜 허술하게
그것을 지키는 쪽으로 기울었을 뿐.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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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6-04-06 23:04:08
누군가에겐 한 템포 늦게,
또 누군가에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익명 / 서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익명 2026-04-06 22:01:11
원래의 나는
기울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F=ma 처럼
나는 그대로 0인데 말이다
익명 / 그대가 고정축이었던 건 아닐지
익명 2026-04-06 12:29:47
하나 배워갑니다...땡큐
익명 / 천만에요! ㅎㅎ
익명 2026-04-06 03:30:28
고마워요, 항상. 좀 더 생각할수있게 해줘서. 지문있는 글:)
익명 / 항상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주 행복하세요
익명 2026-04-06 01:04:43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 합니다
익명 / 화이팅~!
익명 2026-04-06 00:39:46
좋은 글 하나 보고 갑니다. 침묵은 좋은 방어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공격 수단이 되기도 하죠.ㅋㅋ
익명 / 공격성 침묵은 뭐가 됐건 전 별로에요 ㅎㅎ
익명 2026-04-06 00:37:35
속도와 때가 다르다고, 차갑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죠. 우연히 서로 맞는다면 기쁜 일. 그렇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일. 안 맞아야 우연히 맞을 때가 더 기쁘고 행복하고 감사한 거죠.
익명 / 사람의 이해와 생각은 다르니까..뭐.. 제가 타자의 생각까진 어쩔 수 없죠 ㅠㅠ
익명 2026-04-06 00:26:12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익명 / 좋은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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