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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게시판 | 시간의 오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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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현재에 머물라고 말한다. 그래야 조금 덜 흔들릴 수 있다고. 과거에 오래 머물면 우울해지고, 오지 않은 일을 자꾸 앞당겨 생각하면 불안해지니까 지금이라는 순간에 집중하라는 말. 대부분의 순간에는 그럴듯하다. 이미 지나간 일은 끝난 것이고, 아직 오지 않은 일은 미리 소진해봤자 달라질 것이 없으니까. 그런데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그렇게 붙들어보려는 현재라는 것이 정말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물리학에서는 절대적인 현재가 없다고 말한다. 누군가에게는 이미 지나간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직 오지 않은 일일 수도 있고, 속도와 위치가 달라지면 같은 사건조차 서로 다른 시간 위에 놓일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말하는 ‘지금’이라는 순간 역시 누구에게나 같은 모양으로 주어지는 단단한 한 점은 아닐지 모른다. 그래서 가끔은 현재라는 것도 정확한 시간의 좌표라기보다 마음이 간신히 붙들고 있는 한 상태에 더 가까운 것 아닐까 싶다. 이미 끝난 일인데도 감정이 남아 있으면 그 일은 좀처럼 과거가 되지 못한다. 다 지나간 계절인데도 어떤 표정 하나, 어떤 목소리 하나, 어떤 장면 하나가 문득 지금의 마음을 건드릴 때가 있다. 시간 위에서는 오래전에 지나갔어도 마음 안에서는 여전히 현재형인 것들. 반대로 아직 오지 않은 일도 가끔은 너무 이르게 도착한다. 실제로 닥친 적도 없는데 몸은 먼저 긴장하고, 마음은 먼저 지치고, 하루는 아직 오지 않은 일의 그림자 아래로 조금씩 기울어진다. 미래 역시 늘 미래로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생각해 보면 시간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은 늘 마음 쪽이었다. 지나간 것을 자꾸 지금으로 데려오고, 오지 않은 것을 미리 꺼내와 현재의 얼굴을 바꿔놓는 쪽. 그래서 우리가 믿는 현재라는 것도 아주 순수한 지금이라기보다 과거와 미래가 잠시 겹쳐 있는 상태에 더 가까운 것일지 모른다. 조금 늦게 도착한 것들과 조금 일찍 와버린 것들 사이에서 마음이 겨우 균형을 잡고 서 있는 순간. 사람들이 현재에 머물라고 말하는 이유도 정말 현재라는 단단한 시간이 있어서라기보다, 그렇게라도 믿어야 우리가 조금 덜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붙잡고 싶은 것은 현재라는 순간 자체가 아니라 현재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잠시 덜 흔들리는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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