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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질없는 생각 ' What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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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 될 수도, 내 것이 되어서도 안 되는 사람. 그래서 그 사람과는 '우리'나 '사이/관계'같은 단어는 상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 사람이 떠나기 전날 보낸 문자를 보기 전까지는.

첫날 어설픈 한국어로 자기 소개를 하던 독일인. 그 사람은 평범한 외모였지만 젠틀함으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았다.
우린 그저 직장에서 마주치면 인사를 나누는 사이였고 야유회나 회식자리 말고는 밖에서 만난 적도 없었으며 사생활에 대해서는 누군가에게서 흘려들은 것 말고는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사람이 좋았다. 마치 중딩이 총각 선생님을 좋아하듯, 연예인을 좋아하듯. 그 사람 눈빛, 미소, 부드럽게 건네는 말 한마디가 날 향한 것이 아닌줄 알지만 그래도 설레였다.
그렇게 그와 나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이 시간은 흘러갔다. 어느 날 그 사람이 독일로 돌아가야 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건 그 사람에게도 우리들에게도 준비되지 않았던 일이였다. 그 주 금요일 일이 끝나고 우린 모두 그 사람 송별회에 참석을 했다. 술 때문이었을까? 참으로 많은 여자들이 울었다. 촌스럽게도 나도 그 중 하나였다. 울지 않으려고 입을 앙다물었지만 이미 눈에 그렁그렁 고인 눈물은 숨길 수가 없었다. 송별회가 끝나는 자리에서 친절한 그 사람은 한명 한명 안아주며 '연락할게요'라는 말을 남겼다. 이젠 내 차례인지 그사람이 다가왔다. 눈에 고인 눈물을 들킬까 고개도 들지 못하고 있는 내 얼굴을... 그 사람은 내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 살포시 들더니 이마에 제법 긴 시간동안 입을 맞추었다. (어쩌면 내가 너무 놀란 나머지 그 시간이 길게 느껴졌을지도...) 그리곤 정말 꼬옥 안아주며 독일어로 뭐라고 말을 했다. (내가 독일어를 못한다는 사실은 그 사람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린 한국어나 영어로만 대화를 했었다) 가슴이 미친듯이 쿵쾅대서 난 그게 무슨 말인지 물어볼 정신도 없었다. 그리고 모두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술은 이미 다 깨버렸다. 자려고 누웠으나 쉽사리 잠도 오지 않았다. 토요일 늦은 아침 일어나니 문자가 와 있었다. 그 사람이다.

떠나기 전에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어제 왜 울었어요?
여기에 난 뭐라고 답을 해야 할 지 몰랐다. 나만 울었던 것도 아니고, 대성통곡을 하던 여자들 사이에 난 운 축에 끼지도 못하는데... 답장을 했다.
갑자기 떠난다니 서운해서요.
다시 답장이 왔다.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정말 그게 다예요?
이 문자를 받는 순간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다.
한 번도 특별한 의미따위, 곱씹어 생각한 적 없었던 대화들. 그 사람의 행동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언젠가 회식자리 옆 자리에 앉아서 뜬금없이 물어보던
 무슨 샴푸 써요?
야유회때 처음으로 정장 안 입은 모습을 보고는
다른사람 같아요. 귀여워요.
구내 식당에서
반지 꼈네요. 남자친구 있어요?
아니요. 남편 있어요. ^^
들리던 소문에 여자친구는 없는데 좋아하는 여자는 있다고 그런데 그 여자한테는 다른 남자가 있다고.

'정말 그게 다예요?'
나는 그 사람한테 묻고 싶었다. 나한테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인지. 어제 독일어로 했던 말은 대체 뭔지...
그 사람이 했던 말들, 사소한 행동들 그것이 의미가 있는 것이든 아니든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묻지 못했고 내 감정을 말할 수도 없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미친듯이 싸우는 남편이 있으니까. 우리는 아직 신혼이었으니까. 그리고 나도 내 감정을 잘 모르니까
답장을 보냈다.
 네.
몇 시간 후에 다시 문자가 왔다. 확인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 사람 내일 비행기 타고 나면 확인할 생각이었다. 토요일 밤은 길었다. 결국엔 읽었다.
내일 비행기 타요. 그래서 지금 핸드폰 해지하러 가요. 이제는 문자 받을 수 없어요.
일요일. 그 사람은 그렇게 떠났다. 그가 돌아간 후 일할때만 쓰던 이메일 주소로 2번의 이메일이 왔다. 평범한 일상 내용과 소소한 일상 사진이었다. 한국에서 지냈던 시간이 그립다는 말과 함께. 다음엔 직장으로 크리스마스 카드가 도착했다. 역시 평범한 내용이었다. 카드 답장은 도착이 늦을 것 같아 메일을 보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랍시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FreeTEMPO의 'immaterial white')를 첨부 파일로 넣어서. 그 메일 이후론 그 사람에게 연락이 없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첨부한 노래가 아니였는데.. 하필이면 가사가...)

10년이 다 되어 가는 이야기다. 지금도 궁금하다. 그 사람이 내게 뭐라고 말한건지.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그 사람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문자를 받았던 그 토요일. 그 후로 들기 시작한 생각 'What if..'. 남편과 소원해질수록 더 자주 떠오르는 부질없는 생각 'What if...'. 그 때 나의 답장은 백번 옳았다고 그게 맞는거라고 세뇌를 하지만 그래도 떨쳐버릴 수 없는 생각 'What if...'.

그 사람 날 좋아했던걸까?
난 사람을 좋아했던 걸까?
우린 서로 아는게 별로 없는데 그게 가능한 일이기는 할까?

-END-


친구도 남편도 아무도 몰라요. 단 한번도 입 밖으로 내어본 적이 없는 이야기인데 오늘은 그냥 털어놓고 싶었어요.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라도 그 사람의 마음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고 싶어졌거든요...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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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15-04-29 07:46:13
서양인의 우월함..
익명 / 뭐가 우월한데요?
익명 / 동남아나 아프리카 남자 였어도 지금 생각날까요?
익명 / 국적을 말씀하시는 건지 인종을 말씀하시는 건지..그리고 그게 중요해요? 어떤 사람이냐가 더 중요한 거 아닌가요?
익명 / 제가 동남아나 아프리카 사람이라면 어쩌실라고 이렇게 댓글을 남기셨너요?
익명 / 그냥 흔히들 서양 남자는 다 좋아하더라고요. 저번에 레홀에 어떤 서양인이 글 올렸을 때도 폭발적인 반응이었고.. 그리고 동남아나 아프리카 사람을 제가 무시한다는 게 아니라 그런 국적의 사람들이 넷상으로나 일반적으로 무시 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단순하게 쓴건데..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익명 2015-04-28 09:41:15
이 글은 조회수,덧글수,좋아요수,완성도 등을 고려하여 '명예의 전당' 목록에 추가되었습니다. 이 글을 작성하신 레드홀러님에게는 300포인트가 자동 지급됩니다. 축하합니다. ^^
익명 / 잘 쓰지도 못한 글에 이런 영광을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익명 2015-04-28 08:57:28
이건 딱봐도 남자가 여자 분께 관심을 표한건데...
익명 / 그런가요? 나쁜 놈. 할라믄 일찍 하든가 아주 하지 말든가 하지. 떠나기 직전에 그럴게 뭐람..
익명 2015-04-27 22:43:49
아! 나는 읽는 내내 혼자 울컥해서 눈물이...ㅠㅠ
익명 / 울지 마세요. 토닥 토닥..
익명 2015-04-27 17:46:53
오래된 추억상자속 이야기네요. 그도 가끔 그때 그일을 떠올릴것같네요 ^^
익명 / 정말 그도 가끔 그때 일을 떠올릴까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
익명 2015-04-27 15:42:49
어느 정도 호감이 있었던게 아니었나 싶네요. 하지만 이미 너무 세월이 흘러버렸네요.
익명 / 호감만 가지고 그런 식의 문자를 날리는건... 나쁜 짓인데... 호감뿐이었담 차라리 보내질 말지...ㅠㅠ
익명 2015-04-27 14:45:45
괜시리 쓸쓸해지네요ㅜㅜ
그래도 이런 추억이 있으시다는게 부럽습니다
익명 / 단 하루. 이것도 추억일까요? 이게 저 혼자만의 추억이라면.. 쩝.... 쓸쓸해지셨다니..죄송해요.
익명 / 아니에요ㅜㅜ부러워서 그래요
익명 2015-04-27 14:40:47
좋아했던겁니다. 독일사람은 감정표현에 약하죠 -_ -;;
익명 / 그런가요? 수많은 외국인들과 일을 해 봤지만 독일 사람은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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