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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덤] OP걸 #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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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조회수 : 7421 좋아요 : 1 클리핑 : 0

전공은 뭐야? 평점은 괜찮았고? 
건축. 평점은 뭐 나쁘지도 좋지도 않아.. 3.8쯤?
건축학과? 아니면 건축공학과?
어라.. 그 차이도 알아? 건축공학.
유학이 아니라도 할 수 있는 것 많을텐데? 공학이면, 기사 자격증 부터 따지 그랬어?
있지. 자격증은 벌써 따서, 돈 받고 빌려줬고... 사실 잘 안맞아서, 다른 공부를 해보려고 해.
음.. 말하지 말아봐. 한 번 맞춰 볼께.

사람과의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통된 관심사와 그 관심사를 얼마나 깊이있게 나눌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서로가 같거나 비슷한 관심과 관점을 가지고 있으면,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을 이야기할 수 있고, 생각을 나눌 수 있다. 혜빈과 내가 그랬다.

순수 미술쪽?
음.. 비슷하긴 한데, 아냐.
사회과학쪽은 절대로 아닐 것 같고..
어라..? 왜?
넌 장난끼는 있어도 논리나 전략은 전혀 없어보이거든. 좀더 순수한 무언가를 하는 쪽이 아닐까? ㅎㅎ
우이씨... 맞는 말인긴 한데 왠지 아프다?

넌 아마 순수 미술쪽이 맞을꺼야.
내가 들어올 때쯤이면 빼곤하는 반지나 입는 옷스타일.
그런 스타일이 은근히 그리고 지나치지 않는 선에서 스타일 자체를 살리려는듯 보였거든.
그리고, 그 반지, 남자친구가 준 것처럼 보이지 않았거든.


그녀는 잠시 입을 닫았다가 열었다.

음... 오빠 좀 위험한 사람 같아 보인다. 히히
반지는 또 어느새 봤데...

하고 싶은건 컴퓨터 그래픽. 특히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싶어.
근데, 혹시 오빠도 건축이야? 유학도 다녀왔고?

 
뭐 전공은 맞는데, 유학은 사정 때문에......
그나저나, 영어는 좀 준비했어? 아이엘츠 점수 안나오면 한정 입학 허가일텐데?

그래서 좀 일찍 그만 두려고... 이달 말까지니까, 오빠 매일 매일 와라? 응? 내가 물어볼 것도 많고..
ㅎㅎ 내 지갑 거덜내면서, 너를 챙겨달라는 이야기네?
왜? 싫어?
싫다기 보다, 이젠 내가 왜 너를 찾고 있는지 정리가 좀 된 것 같거든.

오피스텔을 나와 둘이 함께 소주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이어갔다.
취기가 달아올랐는지, 묻어두었던 이야기도 하나 둘씩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예전에 함께 유학을 준비하던 여자애가 하나 있었어.
소진이라고. 전공이 미학(美學)이었는데...
 
어쨌거나, 너랑 느낌이 꽤나 비슷했던 녀석이었어.
너처럼 한 번 웃기 시작하면, 내 등과 어깨가 멍들때까지 샌드백처럼 쓰기도 했고,
숯검댕이 처럼 까만 눈썹에 쌍커풀도 없지만, 큰 눈망울에서 눈물 한 방울이 비출라치면 난 꼼짝도 못했지.
 
길을 걷다보면, 폴짝폴짝 뛰면서 업어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고,
가로등 불 빛이 밝건, 어둡건 관계 없이 뽀뽀를 안해주면 내 엉덩이를 거침 없이 걷어차기도 했지.
 
길을 걸을 때면, 항상 자기 옆구리에 내 손을 빼곡히 감싸도록 땡겨가던.
1박2일을 놀러가서 밥먹고, 자는 시간 빼고는 껴앉고 뒹굴고, 장난치던.. 밤이나 낮이나 항상 불같았지.
식탐도 많고, 장난 많고, 뭐. 장난꾸러기 악녀 같다고나 할까.
 
오... 오빠.. 솔직히 이야기 해봐. 그 언니 디게 좋아했지? 사랑했지?
 
후후..
널 보고 있으면 왠지 자꾸 그녀가 떠올라서 널 찾았던 것 같아.
이제 너나 나나 다시 제 갈 길을 찾아가야할 시간이 된 것 같다.
 
...
...
...
 
그 후로 그녀도 OP도 찾지 않았다. 손님의 전화번호는 절대로 저장하지 않는다던 거짓말쟁이 실장 녀석이, 전화로 왜 안오냐는 물음을 던질 때마다, 그 뒤에 혜빈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새로운 길을 준비 하는 그녀를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더 좋으리라 생각했다.
 
6개월 뒤, 출근 길에 그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그녀의 전화번호를 저장한 적이 없는데, 내 휴대폰에는 "혜빈-혜원" 이라는 이름이 뜬다.
그녀가 나 몰래 내 휴대폰에 예명과 본명을 함께 저장했던 모양이다.
혹시라도 모르는 번호라 받지 않을까 걱정해서였을까?
 
한참을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
 
덤덤오빠. 나 공항이야. 10시에 출발해.
................
얘기했던 대로 토론토로 가. 그리고, 시간 날 때, 오타와로 가서 오빠가 이야기 했던 그 언니 한 번 찾아보려고 해.
음................
아마 아직도 오타와에 살고 있다면 찾기 어렵지 않을꺼야. 거기 한국 사람들이 몇 안되더라고.
음.. 열심히 해서 가고 싶다던 영화사 꼭 들어가고, 괜찮은 놈팽이 만나서 행복하게 지내라.
 
그리곤, 매정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전화를 끊기 직전에 그녀가 무언가를 더 말하려는 듯 했지만, 여기까지였다.
 
잠시후, 그녀의 이메일 주소가 문자로 들어왔다.
 
...
...
...
 
6개월쯤 시간이 흘렀다.
 
술을 많이 마셨던듯 하다.
고주 망태가 되어서 비틀거리며 집에 돌아왔다.
거울을 바라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녀의 문자를 찾기 시작했고, 이메일을 썼다.
 
혹시... 그녀는 찾았니?
 
단 한 줄짜리 이메일.
 
아침 출근 길에 휴대폰에서 메일 알림음이 들려온다.
 
화사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
티셔츠 한장에 청바지가 더 잘 어울리는구나.
역시 젊으니까 그냥 그 모습 그대로 예쁘네.


중간에는 잘생긴 놈팽이 사진 한 장.
이녀석과 사귀나.
낯이 좀 많이 익네.

그 아래에는 20여년의 시간이 흘러 중후함이 풍기는 중년의 소진이 있었다.
 
그녀의 학교 이야기, 너무도 잘해준다는 백인 남자 친구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에 소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고, 대학을 다니는 아들이 하나 있더라구요.
근데, 왜 오빠가 이야기를 끝까지 하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어요.
그 아들.. 오빠랑 붕어빵이더라구요. 두 번째 사진이 그 아들이에요.
지금 남친만 아니면, 콱.. 내가 덮치고 싶더라니까요? ㅎㅎ
 
참, 그 언니 내년초에 한국 들어간다던데요?
 
끝.
완결입니다.
 
de Dumb square
P.S. : 사용된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http://redhol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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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15-12-29 17:02:21
굿
익명 2015-12-28 10: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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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15-12-26 16:57:51
마지맙에 소름 돋게 슬펏네요..ㅜㅡㅜ
익명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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