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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풋나기의 첫사랑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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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정문에서 교회까지는 5분도 채 안걸리는 거리. 그 짧은 시간안에 마음이 열두번도 더 바뀐다. 걍 되돌아서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그렇게 머릿속에서 갈팡질팡 하는 사이에도 내 두 다리는 묵묵히 걸음을 재촉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난 교회 뒷편에 도착해 있다. 처음본다. 웃고있는 지은이 얼굴... 그렇게 환하게 까지는 아니지만 분명 웃고 있다. 본인도 쑥스러운지 표정을 좀 눌러보려는듯 하지만 그 베시시 흘러나오는 미소를 완전히 숨길 수는 없었다. 뭐, 다행이다. 적어도 비웃는건 아닌 것 같네...

"왔네?^^" 역시 선빵은 지은이로 부터...

물론 끝까지 갈등은 했었지만 처음 이쪽으로 오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내 딴에는 마음속으로 굳은 결심을 했다. 이번에는 절대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

"내 비디오 안볼거다! 알겠제?" 쯧쯧... 먼저 인사라도 좀 받아주고 그러지...

"그래~" 쿨~하다. 이 시점부터 난 이미 져있다. 싸움은 시작도 안했는데...ㅜㅜ

오늘은 수요일, 지은이네 엄마가 없는 날. 비디오도 보지 않기로 한 날. 뭐하지 둘이서? 방학 시작한지 몇분 지났다고 설마 탐구생활이라도 풀어야 하나?; 집에 도착한 지은이는 먼저 나한테 마실 것을 한잔 내어준다. 커다란 유리병에 담긴 오렌지주스... 우리집에선 명절날 누가 사들고 오지 않고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희귀템. 역시...이집에는 무언가 있다. 주스를 받아든 나는 거실 소파에 자리를 잡는다. 몇번 와봤더니 이젠 막 이숙해 지려고 한다.

범죄자는 범행 장소를 꼭 다시 찾는다고 했던가?ㅋ 지난번 이자리에 앉아서 봤던 장면들이 꺼져있는 티비 화면 위로 아른거리기 시작한다. 안돼! 이러면 곤란하다. 쓸데없이 고개를 돌리며 두리번 거리기 시작한다. 뭔가 다른 시각정보를 입력해서 생각을 딴곳으로 돌려 보겠다는 헛된 노력이다. 자기 몫의 주스잔을 손에 든 지은이가 내쪽으로 걸어오더니 소파 옆 테이블에 주스잔만 놓고서는 티비 앞으로 다가가 주저앉는다. 이...이거...어디서 봤던 장면인데... 아니나 다를까, 지은이는 또 티비 아래 장을 열고 안에서 뭘 꺼내려고 한다.

안돼! 안돼? 안돼는데... 그게 그렇게 싫으면 좀 하지 말라고 말리든가? 성질이라도 내보던가? 내 진짜 속마음은...음...뭐랄까...안돼긴 뭐가 안돼? 돼! 그래 틀어버려! 보자! 봐! 보고싶어 미치는 줄 알았단말이야!!! (미친놈...미치는 줄 았았기는...이미 미쳐 있구만...ㅋ)

다음순간, 지은이 두손에 들려 있는 것은 패미컴이었다. ㅡㅡ; 익숙한 솜씨로 케이블을 주섬주섬 연결하고 팩을 꽂고 전원을 켜니깐 티비 화면이 알록달록하게 변한다. 우와~!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굳이 오락실에 가지 않고서도 집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부류가 있다고 카더라. 그걸 내가 실제로 경험해보게 될 줄이야...감격의 눈물이 앞을 가린다.ㅠㅠ 얘는 진짜 나 놀래키는 재주 하나는 타고났다. 아! 그리고, 이상하게 얘랑 있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다.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ㅋ 수퍼마리오 브라더스... 오락실에서는 한판에 오십원. 하지만 오늘은 공짜! 개이득! 진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다. 2인용으로... 아마 지은이가 끊지 않았더라면 밤도 샐수 있었을 것이다.

"엄마 올 시간 다 돼가는데..."

창밖을 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하고있다. 아쉽다. 그래도 일어나는 수 밖에...

지은이는 또 지난번 처럼 엘리베이터를 타는 복도까지 나를 배웅하러 따라나선다.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속으로 생각한다. 어쩌면 얘는 내가 생각하는 그런 애가 아닐지도 모른다. 돌이켜 보면 얘는 나랑 뭔가 공유할려고 하는데 괜히 나혼자 지례 겁먹은 꼴이다. 뭐, 좀 쪽팔리기도 했고...; 아... 수퍼마리오 또 하고 싶은데... 그렇다면 이쯤에서 내가 먼저 좀 대인배 스럽게 다가가는 모습을...

"오늘 재밌었다!^^"

X
오~ 깔끔했다! 때마침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는 지은이에게 내 넓은 등짝을 선사하며 멋있게 퇴장만 하면 된다.

"그럼 또 올거제?"

문이 닫힌다. 안돼! 열림버튼! 열림버튼! '덜커덩~' 문이 다시 열린다.

"어. 언제 올까? 내일?"  사내자식이 자존심도 없나?

"후훗~" 음...이건 비웃는거 맞다.

"아! 내일은 엄마 계시나? 그럼 언제?"

"응. 내일 울 엄마 있는데. 그래도 내일 온나."

"그래. 그럼 내일 보자. 간다~!"

"응~^^"

문이 닫힌다.



에이씨...또 졌다...ㅠㅠ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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