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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풋나기의 첫사랑썰...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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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네 친구 민규라고 있다. 성격이 완전 오지라퍼 아줌마다. 넉살이 얼마나 좋은지 옆반 가서도 잘 놀다 오고, 처음 만난 사람 이랑도 두 세시간 정도 거뜬하게 떠들어 제낄 수 있는 그런 놈이다. 학교에서 여자애들하고 하루 종일 붙어서 수다 떨어도 절대 스캔들이 나지 않는 유일한 놈이었다. 그냥 아줌마 그 자체였으니깐… 썩을 놈… 이 자식만 아니었어도 난 그냥 평범하게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강산이 두 번 변한 지는 모르겠고, 나는 조금 변했나…? 말수가 적고, 잘 웃지를 않는다. 어쩌다 한번 웃어도 웃는 모양이 영 어색하다. 사진관만 갔다 하면 항상 듣는 레파토리가 있다.
“어디 화났어요?”
어쩌라고? 이렇게 생겨먹었는데… 그래도 어렸을 땐 곧잘 웃기도 하고 그랬는데…
 
때는 4월, 21살의 나는 1학년을 마치고 휴학계를 낸 뒤 입영 날짜만 기다리고 있다. 이제 한달 남았나? 방학을 감안해서 타이트하게 맞추면 2년 만에 복학할 수 있는 지금과는 달리, 복무기간이 26개월이었던 당시에는 3년만에 복학하는 대신 여유 있게 놀다가 가고, 갔다 와서 또 놀고 그랬다. 뭐, 알바 하는 애들도 있었지만 나는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집에서 만화책을 쌓아놓고 보고 있는데 민규녀석한테서 전화가 왔다. 휴대폰이 아니라 집전화다 집전화. 당시에는 열에 아홉이 삐삐를 가지고 다녔는데 그 나머지 하나가 바로 나였다. 삐삐도 귀찮아서 안 키웠다. 거의 뭐 세상과 담을 쌓고 살고 있었다.
 
“여보세요.”
 
“어이~ 변태!”  (민규 이색기…)
 
“뭐 임마?”
 
“또 집구석에 처박혀 있네?ㅋ”
 
“그래서 우짜라고?”
 
“아니  뭐, 그냥, 오랜만에 얼굴이나 한번 볼까 하고...ㅋ”
 
“쓸데없이 뭐 할라고?”
 
“새끼… 형님이 오랜만에 얼굴 한번 보자 그라면 ‘네~’ 하고 튀어나오면 되지…말하는 꼬라지 하고는…ㅋ”
 
“됐다. 귀찮다. 끊는다?”
 
“야야야~ 잠깐만! 형님이 오랜만에 우리 동생한테 줄게 있어서 그러자나…ㅋ”
 
“뭔데?”
 
“받아적어봐라…012.XXX.XXXX”  적으라 그런다고 또 그걸 적고있다…;
 
“누군데?”
 
“니 지은이라고 기억 나나? 민지은? 왜 우리 국민학교4학년때 생활부장 이었는데 전학 갔던…”
 
“……”
 
“여보세요?”
 
“……”
 
“여보세요?”
 
“……”
 
“뭐고? 왜 갑자기 말을 안하노? 하여튼 이 또라이새끼…ㅋ 뚜…뚜…뚜…뚜…”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손에 든 쪽지를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뚝 하고 떨어진다. 시장 보러 갔다가 이제 막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엄마가 돌처럼 굳은 채로 눈물만 흘리고 있는 나를 보고는 뭔가 애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채고서는 내 뒤로 살금살금 다가와 손에 든 쪽지를 어깨너머로 쓱 한번 훔쳐본다.
 
난 참 무난한 아들이었다. 좀 무뚝뚝해서 그렇지 사고 한번 안치고 제법 잘 컸다. 초등학교 4학년때 그 일만 제외하고 말이다. 그 일 있고 나서 한달 동안은 진짜 이러다 얘 죽는 거 아닌가 걱정들 하셨겠지만…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엄마는 지금도 가끔 내가 이상한 모습을 보이면 잔뜩 긴장을 하신다.
 
“혹시 걔 번호가?”  어떻게 아셨을까?
 
“걔 누구요?”  불만 가득한 어투로 받아친다. 어무이한테… 이런 싸가지 없는 넘…
 
“아이다. 내가 괜히 쓸데 없이 참견은…… 근데… 인제는 한번쯤 봐도 괜찮을 것 같은데? 너거 둘다 인제 다 크기도 컷고… 뭐, 니가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만...”
 
“근데 엄마. 도대체 그때 지은이 엄마가 뭐라 그랬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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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 그건 나도 인제 하도 오래돼서 기억도 잘 안 난다. 근데, 그라고 또 한참 지나서 전화 와서는 그때 자기가 좀 오해한 게 있었다면서 미안하다 그라기는 했는데… 엄마는 진짜 오래돼서 한 개도 기억 안 난다.”
 
엄마는 분명 알고있다. 그런데 왜 나한테 가르쳐 주지를 않는 걸까? 뭐 켕기는거 있나?
 
 
그날 저녁, 부산대 앞의 한 커피숍, 나는 지금 지은이를 기다리고 있다. 민규한테 받은 번호로 삐삐를 쳤더니 1분도 안돼서 전화가 온다. 좀 전까지 나는 연락을 할까 말까 고민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얘는 참... 나는 끝까지 그냥 내일 보자고 우겼는데 씨알도 안 먹힌다. 무조건 오늘 보잔다. 하루 종일 씻지도 않았는데…; 솔직히 나는 겁이 났다. 변한 내 모습, 변했을 지은이 모습, 그리고 혹시라도 꼬맨 자리 터지듯이 또 마음이 터져 버리기라도 하면 어떻게 감당해야할지 엄두가 안 났다.
 
“야! 권정현!”
 
날 어떻게 알아봤을까? 그나저나, 참 많이도 컸다. 족히 170은 돼 보인다. 힐을 안 신고 나와준 게 천만 다행이다. 나? 176. 그래도 이젠 내가 얘보다 좀 더 크기는 하다. 내가 얘기 했었나? 지은이가 객관적으로 그렇게 예쁜 얼굴은 아니었다고. 좀 미안한 얘기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혹시 그래서 몰입에 방해라도 되나?ㅋ 내 눈에만 이뻐 보이면 그만이다. 흥~! 그나저나 많이 어색할 줄 알았는데 막상 만나보니 진짜 어색하다; 어쨌든 일단 한마디 던져 보자.
 
“잘 지냈나?”
 
“응. 니는?”
 
내가 잘 지냈을리가… “뭐, 그럭저럭…”
 
“얼굴 많이 삭았네?ㅋ”
 
좀 당황스럽다. 뭐라고 해야하나? ‘덕분에?’ 아무튼, 뭔가 익숙하다. 지은이는 약간 짓궂고, 나는 여전히 어리버리하고… 어색함을 조금 달래고 나니 지은이는 세월의 공백만큼이나 긴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뭐, 대부분 소소하고 신변잡기적인 얘기들 뿐이지만 이렇게 오랜만에 마주 앉아서 지은이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했다. 물론, 사귄 지 1년된 남자친구가 있다거나, 2학년 마치고 유학 갈 준비를 하고 있다거나 하는 내용들은 조금 신경쓰이기는 하지만… 하긴 뭐, 나도 곧 군대 가는데… 가끔 지은이가 말이 끊기면 내가 조금씩 거들기도 하지만, 사실 나는 딱히 풀어 낼만한 이야기가 없었다. 그 후로 진짜 밋밋하게 살아왔으니깐… 그런데 말입니다, 지은이가 하는 얘기를 가만히 듣다 보니 그냥 순전히 다 자기 얘기만 하고있다. 보통 오랜만에 만난 친구끼리 대화를 하다 보면 옛날 추억도 좀 꺼내 가며 분위기도 돋우고 그러는데… 우리 추억은 무슨 볼드모트임? JYJ?
 
“지은아, 그런데 나 어떻게 찾았는데?”
 
지은이는 부산대 다닌단다. (참고로 난 학교가 부산이 아니다.) 2학년 올라와서 엠티를 가는데 같은 조에 재수해서 1학년으로 들어온 동갑내기 여자애가 있더란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사는 곳을 물었더니 옛날 우리 동네 출신이다. 혹시나 싶어 출신 초등학교를 물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제일 먼저 물어본 게 ‘혹시 권정현이랑 같은 반 된 적 있나?’ 였는데 아니란다. 누군지도 모른단다. 사실 나랑 같은 반이었어도 내 이름을 기억못할 애들이 수두룩 하지만… 암튼, 막 둘이 같이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싶어서 이름을 대다가 민규 이름이 나왔고, 그 1학년 재수생 본인은 연락처를 몰랐지만 한 다리 건너 건너서 민규 삐삐번호를 따다 줬드랜다.
 
“지은아, 그런데 나 왜 찾았는데?”
 
난 사실 약간 원망스러운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돌직구를 한번 꽂아봤다. 지은이는 분명 조금 전까지 신나게 떠들면서 눈이 반달모양 이었는데, 어느새 얼굴에 웃음기가 가시더니 눈시울이 빨갛게 부어 오른다. 울고 싶지 않다고 때라도 쓰는 것처럼 억지로 억지로 웃어 보이며 겨우 내뱉은 대답은…
 
“그냥~”  이었다…
 
뜸을 조금 들이다가 이젠 진정이 좀 됐는지 지은이는 계속 얘기를 이어나간다.
 
“사실은 너한테 꼭 해줘야 될 것 같은 얘기가 있어서… 혹시 그날… 나 처음으로 학교 안 나가기 시작한 날… 집에서 많이 혼나지 않았나?”
 
“어. 죽도록 맞았지…ㅋ”  괜히 분위기 심각해 지는게 싫어서인지 혼자 쿨한척 하고있다.
 
이내 지은이는 아무 말 없이 한참을 뜸을 들이다가 자기도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 이야기를 시작한다. 참고로 지은이도 불과 1년 전에 자기 엄마한테 애걸복걸 해서 겨우 알아냈다고 한다.
 
10년전, 나랑 처음으로 관계를 가졌을 때 지은이는 출혈이 있었다. 우리도 어디서 주워 들은 건 있어서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첫날밤엔 피가 난다. 물론 우린 밤이 아니었지만…; 나름대로는 대비를 했었고, 뒤처리 또한 깔끔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지은이도 모르는 사이 속옷에 혈흔이 살짝 묻어 있었다고 한다. 지은이는 무심코 속옷을 갈아입으면서 입던 속옷을 확인도 않고 빨래통에 던져두었고, 세탁기에 넣기 전 항산 빨랫감을 꼼꼼히 살피는 버릇이 있던 지은이네 엄마는 그걸 또 발견했다고 한다. 천만 다행이도, 지은이네 엄마는 좀 이르기는 하지만 딸이 초경을 시작했다 생각했고, 그날 저녁 지은이를 불러 앉혀 놓고는 이제 여자가 되었다는 둥, 여자는 한달에 한번 마법에 걸린다는 둥 두리뭉실한 표현으로 장님 코끼리 만지는 듯한 소릴 했다고 한다. 그땐 진짜 대부분 그랬다. 처음에는 나랑 있었던 일을 들킨 줄 알고 혼날 까봐 잔뜩 긴장해 있던 지은이는 솔직히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도 못한 채로 넘어 갔고, 끝나고 나서는 들킨 것도 혼난 것도 아니라는 안도감에 방심한 나머지 그게 한달에 한번씩 반복된다는 부분을 놓쳤다고 한다. 사실 지은이가 우연한 계기로 음란물을 일찍 접하게 되었다 뿐이지 제대로 된 성교육 한번 받은 적이 없었고, 당시에는 그런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별 다른 루트도 없었다. 우리 때만 해도 초등학교 성교육이 5학년부터 였다. 물론 그것도 하는 둥 마는 둥… AC8 진짜 대한민국 학교 ㅈ까라 그래!
 
아무튼, 초경은 했는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나와야 할게 나오지 않자 걱정이 되었던 지은이네 엄마는 결국 석 달째 즈음에 종합병원 산부인과를 예약해 놓고, 담임에게 양해를 구한 후, 지은이를 데리고 갔던 것이다.
 
“따님은 아직 월경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네?”
 
사실 이런 얘기를 해야만 했던 의사도 꾀나 조심스러웠을 거라고 믿고 싶다.
 
“그런데, 진찰을 해보니, 처녀막이 손상되어 있습니다. 물론 외부 충격이나 자전거를 타다가 그렇게 되는 경우 있지만, 아무래도 제 소견 상으로는 따님이 자위를 시작했거나 성관계 경험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
 
“도대체 지금 무슨 소리는 하는 거에요?”
 
“물론 많이 당황스러우시겠지만 진정을 좀 하시고… 이런 경우 아이를 너무 지나치게 나무라시면 죄책감 때문에 자라면서 성에대한 잘못된 인식을…”
 
아주머니는 아마 이쯤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 않았을까? 정작 의사는 마지막에 제일 중요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 어차피 계속 앉아 있었다고 해도 아마 아무것도 안 들렸을 것이다.
 
영문도 모른 채 얼떨결에 끌려온 병원에, 뭔가 상당히 찝찝했던 검사에, 안 그래도 바짝 긴장하고 있던 지은이는 갑자기 날라온 엄마의 따귀에도 울음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일단 집에 가서 얘기하자.”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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