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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홀릭스

토크 익명게시판
비오던 그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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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조회수 : 6210 좋아요 : 1 클리핑 : 2
> 에피소드1. 빗길
 
늦은 시간 너의 연락을 받고 나갔을때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남방을 벗어 우산대신 뒤집어 썼을때
운동을 마치고 온 너에게서 평소와 다른 땀냄새가 났지
그날 너와의 섹스도 좋았지만
모텔까지 가는 길
비오는 그 길 나란히 걷던게 더 생각이 나
 
 
> 에피소드2. 비가 부추기던 밤
 
너와 헤어지고 친구랑 술을 한잔 하고 있었어
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던 유일한 친구와...
그 친구랑 술마시다 용기를 내서 너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먼 도시로 떠나머린 니가 마침 XX시에 있다고 답이 왔지
 
같이 술마시던 친구를 버리고 너에게 갔어
택시보다 내 마음이 먼저 도착했을껄?
갑자기 내린 비라 우산도 없었고
택시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너무 많아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지...
 
어찌어찌 택시를 잡아타고 너를 만나러 가던 그 택시안에서 보던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들을 보면서
나는 진정으로 살아있다고 느꼈어
 
오랫만에 만난 너와 그냥 맥주한잔을 마셨을 뿐이지만
그래도 좋았어
밖에는 비가 내렸고 나는 너를 많이 보고 싶었으니까
 
 
> 에피소드3. 빗속에 숨고 싶던 밤
 
술이 술을 마시고 다들 신이난 그 속에서도
내 신경은 온통 너에게 가 있었어
그날의 너는 다른날과 조금 달랐거든
예상을 넘어서는 너의 갑작스런 키스
꾸밈도 없는 고백
"자고싶어"
 
갑자기 내린 비에 우산이 없었는데
비를 맞으며 취기에 흔들리며 걷는 그 길이 좋았어
너도 나도 빗줄기에 숨겨져 보이지 않을것 만 같던 그밤
빗줄기도 함께 키스하던 그밤
 
 
> 에피소드 4. 비오는 담장밑
 
담배사러 갈사람?
담배는 핑계
보이지도 않는 담배가게를 찾아 이리걷고 저리걷다가
담장밑에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깜박 졸기도 했어
너는 좋아한다는건 눈물이 나는 일이라고 말했어
나는 너의 서툴고 꾸밈없는 말들이 좋아
너랑 같이 있어서 좋았어
담배가 떨어져서 다행이야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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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2-01-19 19:31:20
어쩜 이렇게 세련된 문장을?

'너도 나도 빗줄기에 숨겨져 보이지 않을것 만 같던 그밤'
'빗줄기도 함께 키스하던 그밤'

이보다 더 세련된 싯귀는 존재하지 못할것 같아요
아부가 아니라 경이로움까지 느껴집니다
익명 / 어떻게 이런 옛글에 댓글을 주셨어요^^ 놀랐습니다
익명 / 심심해서 명예의 전당 첫글부터 쭈욱 읽어보고 있다가 발견했어요^^
익명 2016-05-25 11:22:30
좋다.....
익명 2016-05-25 09:52:14
이 글은 조회수,덧글수,좋아요수,완성도 등을 고려하여 '명예의 전당' 목록에 추가되었습니다. '명예의 전당'에 등록된 글은 편집되어 팩토리,SNS,e북 등에 공유될 수 있으며 수익이 발생할 경우 내부 규정에 따라서 정산됩니다. 이 글을 작성하신 레홀러님에게는 300포인트가 자동 지급됩니다. 축하합니다. ^^
익명 2016-05-24 18:11:31
리듬이 있네요. 노래를 따라 부르듯 읽었습니다. 익게인게 아쉽지만 익게일 수 밖에 없는 사연도 있겠다 싶어 더 와닿기만 합니다.
빗줄기도 함께 키스하던 그 밤을 저 역시 떠올리면서.
익명 2016-05-24 12:33:15
영화 장면처럼 그려지네요...아련하고 그리움이 묻어나는...
익명 2016-05-24 10:58:37
그사람과 비올때함께햇던 시간들이 떠오르네요. 비오는날 처음만났을때가 가장 기억이남네요.
익명 2016-05-24 10:45:11
be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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