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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토크 익명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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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조회수 : 5395 좋아요 : 6 클리핑 : 0
지인의 부탁으로 서울에서 몇 개월을 숙직하다보니 벌써 winter is coming 이었다. 내 녹색머리는 진즉에 ‘위잉-’ 소리와 함께 깎여져 나가고 짙은 검은색 머리가 다시 길게 자라서 눈썹에 닿으니까 날짜에 대한 감각을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이제 좋아하는 반바지를 장롱 속에 넣어야 하나.......”같은 생각으로 서울에서 쓰던 작은 짐을 메고 버스에서 내려 추수를 끝낸 논밭이 보이는 아파트 입구로 걸어갔다.
 
“아저씨.”
익숙한 목소리가 너머에서 들려와 까마득히 잊고 있던 작은 소동 같은 추억이 번개처럼 날아와 새겨졌다.
 
나는 소녀에게 다가가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는 얇은 셔츠와 붉은색의 체크무늬 교복 치마, 옅은 색의 스타킹위로 발목까지 오는 흰 양발에 가벼워 보이는 운동화를 신고 아파트 계단에 앉아 나를 바라만 보았다.
 
“친구 없냐?”
나는 커다란 전자시계가 3시를 가리키는 것을 보며 물었다.
 
“친구 엄청 많아요. 지금까지도 카톡하면서 기다렸는데?”
“들어가서 기다리지. 추운데.”
“이렇게 왔잖아요.”
“나? 무슨.......아아, 수능 끝났어?”
“끝난지 일주일 됐어요.”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는 소녀에게 약속은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는 말을 하기 곤란한 표정을 숨기며 현관문을 열었다.
 
“미안하죠? 미안 할 텐데?”
“일단 집에 가. 추워.”
“지구온난화 때문에 버틸만 해요.”
“먼지도 많으니까. 일단 들어가자.”
소녀의 어깨를 감싸며 장난스럽게 동 안으로 밀쳐 넣었다. 그리고 우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간단한 안부를 나눴다.
 
“토마토 없어졌네요.”
“응. 익어서 누가 따갔어.”
“재미없다. 그래도 더 잘 어울려요 검은머리, 뭔가 착실해 보여.”
“솔직한 평가 고맙다.”
그런 실없는 대화를 하고 다시 정막이 흘렀다.
 
“일주일.......기다린 거야, 나를?”
-띵.
 
엘리베이터가 너무 빠르다.
 
“7시에 술 사러가요.”
“아 오늘 먹자고?”
“네.”
“그럼 옆동으로 와. 술은 있으니까. 안주 가져오고.”
“옆동, 오케이.”
그렇게 엘리베이터는 닫히고 소녀는 14층을 향해 올라갔다.
 
나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옷을 벗었다. 그리고 욕실 앞에서 멈칫 했다.
 
“땀나서 씻는 거야. 땀나서.”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씻은 뒤, 젖은 검은머리를 털어 말리며 마일드하게 붕 뜬 기분으로 찬장에 있는 술을 에코백에 넣었다. 그리고 냉장고를 열어 철지난 토마토를 꺼냈다.
 
몇 시간 후 흥얼거리며 집 문을 나서다 동생을 마주쳤다.
 
“오빠 몇 개월 만에 집에 와서 어디가?”
“잠깐.......밖에.”
“편의점 아저씨가 오빠 고등학생이랑 있는 거 봤대.”
“아 그냥 아는 애야.......”
“고영욱이라고 저장해도 돼?”
“하지마.......”
“걔 만나러 가?”
“응. 그냥 잠깐.......”
“강간범이라고 저장해도 돼?”
“그만해~좀~!”
여동생의 핸드폰을 뺏어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하얀 대리석 복도를 지나 나온 곳은 푸른 밤이었다. 몇 개 없는 계단으로 내려와 자전거를 타고 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편한 복장의 단발머리 소녀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왜 옆 동이에요?”
“이모 집인데 여행가서 빈집이거든.”
“어허, 아주 못된 사람이네-!”
“방금 누구도 그 말 하더라. 됐고, 안주 뭐 가져왔어.”
“짠-.”
소녀는 과자와 계란을 내밀었다.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 성공! 아저씨 웃는 거 처음봐요.”
“웃길려고 갖고 왔냐?”
“그런 셈이죠.”
“솔직하게 훅 들어오네. 가자.”
나는 소녀의 손을 잡고 아파트 계단을 올랐다.
 
“그럼 아저씨는 토마토 왜 가져왔는데요?”
“숙취에 좋아.”
“에이~아니면서.”
“뭐래.”
“근데 진짜 가도 되요?”
“불안해?”
“조금?”
“그럼 가.”
“그래도 술은 먹고 싶은데.”
“그럼 와.”
그녀는 내 외침에 또 놀리기 좋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못이기는 척 습관적 한숨을 쉬며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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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16-12-19 10: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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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16-12-18 19:26:50
이보시오 작가양반 이제 시작인 척 훼이크를 넣으며 끝이라니 이게 무슨 경우란 말이오!!
익명 / 샤워는 왜 한거란 말이오!!!
익명 / "땀나서 씻는거야,땀나서" 헤헿.
익명 2016-12-18 18:41:06
끝이라고요? 끝? 이렇게 재밌는데 벌써 끝?
익명 / 왜 그런거있잖아요. 현재진행중인 소설을 드라마나 아니메화 할때 좀 버겁고 디테일한 부분 살릴려면 분량이 넘어가니까 애매한 중간에서 오래오래행보카게 사라땁니다 로 끝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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