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집...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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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性을 논하는 커뮤니티에 지극히 개인적인 가정사를 말한다는 게 썩 내키진 않지만
생각해보면 가족이라는 또 하나의 城을 이루게 하는 것 역시 性이기에, 그리고 달리 나의 생각을 배설할 곳도, 사람도 없기에 넋두리를 해 본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조언이나 공감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곧 터질 것 같은 나의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없기에... 결혼 10년차! 처가집에서 자 본적이 단 하루도 없다.
신혼여행 직후 도착한 날도, 그 이후 명절이나 가족모임에도! 처음엔 크게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바로 그 처음...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게 이상한 일이 되어 버렸다. 나의 가족관계는 부모님, 누나, 그리고 나..
와이프의 가족관계는 장모님, 그리고 3녀 1남, 와이프는 그 중 둘째이고 1남은 막내 처남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와이프 포함 모두 결혼했고, 처제는 해외에서 살고 있다. 결혼을 하고 처음 맞이하는 명절 몇 일 전! 신혼집에 처가집 식구들이 모두 놀러왔다.
참고로, 나의 신혼집은 정확히 내 집이 아니라 아버지 집이다. 살고 있던 아파트가 재건축되어 기존 아파트보다 평수가 늘어나는 바람에 경제적으로 은퇴하신 아버지 대신 내가 대출을 받아 갚는 조건으로 입주한 것이다. 그래서, 신혼집치고는 아주 좋은 34평 새 아파트에 살수 있었다. 각설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 다가 올 명절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처형이 한 마디 한다. '집도 좋은데 이번 추석 때 제부네 집에서 모이면 되겠다!' 모두 좋아한다. 나 역시 결혼 후 처음 맞이하는 명절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 알지 못했기에 그러자고 했다. 사단은 그 이후... 추석에 처가집 식구들이 우리집에 온다는 소식을 들은 부모님 표정이 않좋다. 누나의 표정 역시 않좋다. 생각해 보면, 부모님은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의 집에서 결혼하고 처음 맞는 명절을 지내고 싶으셨지만 처가집의 선공에 아무말도 못하시고 속만 끓이셨던 것이다. 더군다나 아들은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은 듯 싶었고... 그래서 첫 명절은 처가집 식구들이 우리집에서, 우리는 부모님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래도 큰 충돌없이 잘 보냈다. 나도 와이프도, 부모님도...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부터 발생했다.
첫 명절을 서두로 막내 처남이 결혼한 작년까지 9년 동안 명절만 되면 처가집 식구들이 우리집에서 지낸다. 그래! 그럴 수 있다! 가족이니깐! 근데 상황이 이러다보니 부모님이 처가와 와이프 사이에서 눈치를 보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느 집이 먼저 우리집에 올지, 아니면 이번에는 내가 언제 부모님집을 가야할지!
하지만, 변치 않는 팩트 한 가지는 우리집에 오는 순서가 우리집이냐 처가집이냐가 아니라 어쨌든 처가집의 명절은 우리집에서 보낸다는 것이었다. 1년, 2년, 3년... 그렇게 명절은 우리집이라는 공식이 성립될 무렵
그 이후에는 해외에 사는 처제가 가끔씩 한국에 들어와도, 장모님의 생신이 되어도, 아니면 연휴 또는 휴가가 겹쳐도 처가집의 모임은 항상 우리집이 되었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처가집에 말뚝박으라는 친구들의 말을 들으면 들을 수록 더 짜증났다.
물론, 이렇게 된 것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긴 하다. 홀로 되신 장모님!
장모님은 언제나 본인이 속한 대외활동이 우선이셨다. 혹여 속한 커뮤니티 내 누군가 아프거나 입원이라도 하면 직접 가서 며칠이고 병간호를 하시는 분이다. 그리고 항상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해서 식사 대접을 하곤 하셨다. 하지만 가족에게는 그러지 않으셨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가족이 집에 오는 걸 내켜하지 않으셨다. 한 마디로 대외활동을 통해 본인이 주목받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다. 그렇기에, 명절에도, 해외에서 살던 딸이 한국에 와도 집에서 재우질 않으신다. 그리고 처형!
처형은 홀시어머니를 모시고 있어서 본인 집에 식구들이 오는 걸 부담스러워 했을 것이다. 그래..이해 할 수 있다.
그래서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나 역시 10년 동안 처가집에서 잔 적이 하루도 없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장모님이 싫거나 하진 않다. 오히려 이해하는 편이다.
평생을 그렇게 사셨는데 어차피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을 거, 그려려니 한다. 오히려 이해 못할 것은 와이프와 처형이다.
결혼 전에는 그렇게 앙숙이던 자매가 결혼 이후엔 둘도 없는 베프로 변해버렸다. 명절 문제로 와이프랑 몇 번을 크게 싸웠지만, 변한 건 없다. 가족인데 그것도 이해 못해 주냐는 와이프의 말에 딱히 맞설 논리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에 처형네 식구가 회사 문제로 해외 주재원으로 나가게 되었다. 원래는 짐 정리가 끝나면 바로 출국하기로 했는데, 비자 문제가 생겨서 바로 나가기도 그렇다고 한국에 머물기도 힘들게 되었다. 집까지 다 처분한 후에 문제가 발생하여 잘 곳이 없어진 것이다. 그렇다! 예상들은 하셨겠지만 한 달 반을 우리집에서 지냈다.
처형 부부+애들 3명, 우리 부부+애들 3명(두 집 모두 다둥이다), 거기에 가끔씩 주무시고 가시는 장모님과 처남까지! 비단, 한 달 반을 지내고 간 게 문제이랴! 우리집 등기부등본에는 처형네 식구 5명이 동거인으로 되어 있다. 와이프가 그렇게 해 버렸다. 그래서 지금도 처형네 카드 고지서, 애들 취학통지서 등이 우리집으로 온다. 아니, 주소지 등록 정도는 장모님, 아니면 처남, 그것도 아니면 동서 누나네 집으로 하는 게 상식 아닌가?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다음 달에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다시 우리집에 온단다.
약 3~4주 정도~~때를 맞춰 해외에 있는 처제도 온단다. 필시 장모님과 처남댁도 함께 옵션으로 올 것이다... 더 이상 참기가 힘들다.
이번 겨울에 처형네가 들어온다는 얘기를 들은 올 여름부터 단 하루도 머리가 편한 날이 없다. 얼마 전 누나가 말한다. 부모님이 계신데도 이 정도면, 부모님 돌아가시면 너가 장모님 모시고 살겠다고... 물론, 상황이 그래야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근데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지금 이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장모님을 바꿀 수 없다면, 와이프와 처형이 이 상황을 바꾸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이젠 다들 우리집에 그리고 나라는 사람에 익숙한 듯 너무도 당연시 여긴다. 그런데, 정말 짜증나는 건
처형이 나쁜 사람이 아니란 거다! 그래! 착한 사람인 거 나도 안다! 다만,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나를 통해 모면하려는 건지, 그걸 모르겠다는 게 더 나를 미치게 한다. 와이프랑 몇 번의 얘기를 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와이프는 결국, '그래서 우리 언니 오지 말라고 해?' 라는 논리로 귀결되니깐!!! 아~~정말..처가집이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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