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그녀는 구여친?? 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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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늦은 밤에 근처 웨스턴바에서 맥주 한잔씩 하는 걸 즐깁니다. 사장님이 인심이 원체 좋은 분인지라 저 포함 십년씩 다닌 단골들이 많죠.
거기 단골 중에는 C모군이 있었는데 자주 마주쳤죠. 전 첫눈에도 C군이 꽤 잘 생겼다고 생각했고 C군은 아예 직접적으로 한 번은 남들 앞에서 저를 '매우 근사한 여자'라고까지 지칭한 적이 있으므로 둘 사이에 어느 정도 이성적 호감은 있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러나 감정은 감정이고 그 쪽은 연인이 있었으니 서로 악수 이상의 무언가를 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저께 다시 마주쳤는데 C군이 말했습니다.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는데 싱글끼리 건배 합시다. 저는 C군의 친구들에게 헤어졌냐고 물었고 최근에 헤어졌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남녀관계는 참 불안정하다 싶더군요. 못되게 들리겠지만 전 왠지 기분이 약간 좋았어요. 그렇지만 내색하지 않고 위로해줬죠. 그러다 영화도 같이 한 편 보고(참 로맨틱하지 못하게도 제가 고른 건 무려 유주얼 서스펙트였다죠!) 스크렘블드 에그를 해주길래 먹고 침대 위에도 몇 번 갔다가 출근하러 헤어지면서 C군은 말했습니다. 너무 달려왔나봐. 이번 직장의 계약이 2월이면 만료되는데 당분간 일은 쉬고 외국으로 가고 싶다, 아마 인도 여행을 하게 될 지도. 저도 내년부터 직장 문제로 먼 곳으로 가게 되어서 나도 비슷하다고 얘기한 후 고개를 끄덕이며 인도 여행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했습니다. C군은 가까운 시일 내에 절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고 떠났죠. 근데 그 바에 제 물건을 하나 놓고 온 게 있어서 다시 가지러 저녁에 갔는데 웬 여자분이 있더라구요. 그녀는 사장님에게 가방을 하나 건네주면서 C에게 전해달라, 아마 주면 뭔지 알 거다. 라고 말하고 자리를 떴습니다. 직감적으로 느낌이 오더군요. 구여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물론 저는 싱글이고 C군도 싱글이 되었고 C군이 연애할 당시 연락처도 주고받은 적 없고 그 어떠한 것도 한 바가 없어요. 잘못한 건 전혀 없죠. 그래도 뭐랄까... 같이 자고 아침에 같이 일어난 남자의 구여친을 그날 저녁에 보는 상황 자체가 절 기분 묘하게 만들어버리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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