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간의 단점 지적,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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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막 활동적이고 적극적이고 리더십 있는 타입은 아니에요. 내성적이고 예민한 편이라 주변사람 기분에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반면에 아내는 적극적이고 새로운 도전도 좋아하고 그러죠. 그런데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 단점에 대해 지적한다는 겁니다. 제가 자세가 좀 구부정합니다. 똑바로 서야지 해도 좀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오고 그래요. 그런데 최근 몇년간 일하는 곳에서 일들이 있어서 좀 더 위축되어서 그런지 아내말로는 더 구부정해졌다는군요. 어깨펴라. 그래서 사람들이 무시하는거다. 아기가 닮으면 어쩔래. 이런식으로요. 그리고 일터에서 좀 속상한 일이 있어서 그런 일이 있었어서 속상했다 하면, 오빠는 원래 그런거 못하잖아. 생각해봐 이런 사람이 좋겠어 저럼 사람이 좋겠어. 당연히 이런 사람이 좋겠지? 그런데 오빠는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 오빠는 그거 고쳐야 해. 이런 식이죠. 지난 며칠간은 제 눈빛이 탁해졌다고 하더군요. 며칠 전 어떤 분을 새로 만나게 되었는데 눈빛이 정말 맑더군요. 아 눈빛이 맑구나 하고 집에 와서 아기랑 노는데 눈빛이 반짝여서 우리 아기 눈빛이 정말 맑다 그지? 그 분도 눈빛이 맑더라 하니, 오빠는 눈빛이 너무 탁해. 젊을 땐 그정도 까지는 아니었는데 눈도 더 자주 깜박이고 더 탁해졌어. 그 분 옆에 있으니 더 확실하게 차이가 났어. 오빠가 자꾸 자신감이 없어하니 더 그런거야. 그리고 어깨 좀 펴. 오빠는 이런거 이런거 고쳐야 해. 또 그러더군요. 그러다 어제는 아기 유모차를 밀고 가다가. 또 어깨 구부러졌네 어깨 좀 펴. 하길래 폈습니다. 그 후로로 계속 자신감이 어쩌고 어깨가 어쩌고 하더군요. 알겠어 그만해 하고 말했죠.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기분이 나쁜건 아니었어요. 그랬더니, 굽어서 굽었다고 하는데 왜 그래. 하더군요. 항상 그런식입니다. 제 단점과 그걸 고치기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을 계속 계속 말해서 네 말을 듣고 있으면 내가 보잘것 없는 사람같다고 하면 항상 돌아오는 대답은 사실이잖아. 내가 없는 말 했어? 이런식입니다. 네 사실입니다. 단점이 있죠. 칭찬도 계속 들으면 싫다는데 아무리 장난이라도 제 단점을 계속해서 들으면 기분이 좋을리 있겠습니까? 그래서 말해봤자 또 그럴거고 답답하고 해서 유모차를 밀고 가다 한숨한번 쉬고 유모차를 살짝 밀고 유모차를 놔두고 그냥 걸어갓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기분이 나쁜게 아니었고 그냥 장난이었습니다. 위험한 곳도 아니고 그냥 사람이 걸어가는 길이니 아내가 끌고 가겠거니 했습니다. 유모차를 받아서 밀면서 아내는 왜그래? 할말있으면 해. 그런걸 그렇다고 말하는데 왜? 그냥 계속 인상을 좀 찡그린 채로 말을 안하고 걸어갔죠. 그랬더니 계속 왜? 말해봐 뭔데? 그러더니 자기가 화가 났는지 유모차 핑계를 대더군요. 그런다고 유모차를 밀면 어떡해? 하더니 자기가 화가 나서 유모차를 가지고 빨리 걸어서 그냥 가버리더군요. 자신의 말에 상처를 받은 건 난데 그런걸 이해 못하더군요. 나는 사실을 말했고 해결책을 제시했는데 왜 그러냐? 그런 말 듣기 싫으면 고치면 되지 그런식이죠. 사람이 단점 없는 사람이 어딨고 고치기 싫어서 그럴까요? 아무튼 그길로 앞으로 사라지길래 저도 그냥 제 갈 길 갔습니다. 그 이후로 혼자 화나서 말도 없고 그러네요. 이제 저도 지칩니다. 평생 그런 생각 한 적이 한번도 없는데, 요즘 들어 그냥 죽어버리면 다 끝날까?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드네요. 두서 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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