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e into bloom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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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하지 않은 메일이 1건 있습니다.]
‘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 보낸이: 중고천국 제목: (광고)[블로그체험단]확실하게 잡자!... “에레이-” 기다리던 메일은 오지 않는다. 차라리 읽음확인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았으면 하고 원망을 하기도 했다. 상대는 내 글을 이틀이나 전에 읽었다는데, 아무런 회신이 없다는 것은 가히 고통스러운 일이다. 읽지도 않은 기분 나쁜 제목의 광고메일을 잔뜩 구겨 휴지통에 던져버렸다. 미간을 좁히며 담배 한 개비를 꼬나물었다. 일회용 라이터에는 기름이 반절 이상이나 남아있는데 화력이 금세 줄었다. 이거 원, 충전식 가스라이터를 장만하든 해야지. 은밀하다 [隱密--] 형용사 숨어 있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하다. 지원서를 아주 성심성의껏 작성하여 마감기한 바로 15분 전에 간신히 제출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경쟁이 치열할 거라고 예상은 했으나 나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큰 일일수록 운에 맡기는 타입이지만 금번의 거사는 운에 맡기고 싶지 않았다. 지금껏 내가 작성해왔던 칼럼을 본다면 왜 아니 매료되겠는가. 그 이전에 내가 보냈던 사진도 있고... 그 결실을, 대가를 이곳에서 치르고 싶었다. 지원자가 기대 이상으로 많아버려, 아직 나의 것을 꼼꼼하게 읽지 못 한 탓이겠거니. 아니 그렇다고 해도 이틀은 너무 긴 것 아닌가? 인사팀 구성원이 얼마 정도이기에... 일처리가 이리 늦은 곳이라면 발탁되나 마나 고생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 아닌가. 차라리 잘 된 일이다. . . . 라고 생각을 하려 해도 뇌리에 깊게 파고든 그곳은 정말이지 매혹적이었다. 단언하건대, 내가 지금껏 봐온 중 유토피아에 가장 근접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시연 날짜는 3주 남짓 남은 상황이다. 시연일 바로 전 날에 답장이 오면 어쩌지, 미리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나. 설마 그러진 않겠지. 어차피 잡념을 떨치려 하는 것들이 별 수 있겠는가. 퍼져서 잠에 들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이따금 붓을 집어드는 일 외에. 아, 물감도 다 떨어졌는데... 스케치북엔 이미 연필로 밑그림이 그려진 장이 빼곡해있다. 초입의 한두 장에만 유일하게 물을 섞은 물감이 덧칠되어 있었다. 끔찍하게 끈적한 여름이로다. 정확히 나흘하고도 두 시간 칠 분이 걸렸다. 답장을 받기까지. 보낸이: Xman 제목: re:안녕하세요 프리티돌입니다 내용: 보내주신 지원서와 사진 감사합니다 저희가 지향하는 바와 완벽히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프리티돌님께서 가진 분위기, 특유의 감성과 협업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고지되어있던 바와 같이 xx월 xx일 xx시에 ***에서 뵙겠습니다 -Xman드림 늦은 답변. 무성의한 제목. 선심쓴다는 듯한 말투. 난 족히 30줄 이상을 공들여 바친 메일인데, 단 3문장으로 퉁치겠다는 건가? 엑스맨의 성격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불쾌했다. 긍정의 답변을 받아놓고도 불쾌한 건 또 처음이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딱 맞았다. 이상하게 가슴이 쿵쾅거릴 줄로만 알았는데, 이미 어두침침하게 고요한 바다였다. 잠잠하고 평온해서 너무 이상했다. 폭풍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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