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익명게시판
Come into bloom 3/4  
1
익명 조회수 : 5402 좋아요 : 1 클리핑 : 1
가터벨트와 밴드스타킹, 각종 코스튬 의상, 초커와 리드줄, 본디지용 로프, 저온초와 선크림, 애널플러그와 니플클립, 딜도와 흡입식 자위기구. 모두 내 예상을 빗나가고 말았다. 하다 못해 그 흔한 아로마캔들도 없었다. 엑스맨이 양 손 가득히 들고 온 쇼핑백 안에는 단지 경추베개 두 개와 플라스틱용기 안에 담긴 오일이 전부였다. 경추베개라니... 이메일로 보낸 사진에 다크서클이 짙었나, 아니면 피곤한 인상이었을까. 조금은 달아오를 뻔 했던 분위기가 다시 짜게 식는 중이었다.
전라의 상태가 되었지만 긴장감 때문인지 좀체 흥분이 되지 않았다. 엑스맨은 날 눕히고 내 몸 구석구석을 훑고 있었다. 팔을 이리저리 들었다 놨다 했다가, 허벅지를 쿡 눌러도 봤다가. 흥분보다는 두려움이 더 컸으리라. 제 멋대로 굴어대는 엑스맨의 태도에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불쾌감이 들 것 같았다.

“예뻐요.”

갑자기 그가 말했다. 정적을 깨는 그의 말에 흠칫 놀랐다.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빙 둘러 표현한 게 아니라 직접적인 호의 표시였다. 예쁘단 말이 귀에 설었다. 예뻐요, 예뻐요, 예뻐요... 그의 말을 곱씹다가,

“너무 마르지도, 살 찌지도 않은 균형잡힌 몸이 예쁜데, 특히 피부가 예쁘네요. 너무 밝아서 핏줄이 비치지도 않고 어두워서 혈색을 관찰하기 어렵지도 않고.”

거의 창백하리만치 흰 피부에 대한 동경이 있던 나였는데, 엑스맨의 말을 듣노라니 내 피부가 썩 마음에 들었다. 생각해보니 사춘기 때에도 여드름 하나 난 적 없는 피부였다. 몇몇의 급우들이 부럽다며 한 번씩 쓰다듬어보기도 했는데, 당시에는 그저 입에 발린 얼음깨기 정도라고 생각했다. 팔 안쪽의 야들야들한 살결을 보며 조금은 흐뭇해졌다.

“생각이 모조리 드러나는 이 얼굴도 맘에 들어.”

엑스맨은 자신의 관자놀이를 괴고 내 옆에 누워, 내 뺨을 쓰다듬었다. 그는 정말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하는 듯, 환희에 찬 미소를 보였다. 그러다가 내 하악(下顎, 아래턱)을 쥐고 내 눈동자를 바로 쳐다보기도 했다. 짐짓 부끄러워진 나는 고개를 살짝 틀며 발치에 놓인 이불을 끌어당겨, 가슴깨까지 덮어버렸다. 급격하게 빨라진 맥박음이 설마 안 들리지는 않겠지. 숨소리마저도 천둥처럼 들리는 이 공간에 벌거벗은 여자와 전혀 벗지 않은 남자가 있다.

척추를 타고 전해오는 찌르르한 감각에 나도 모르게 신음을 내었다. 차가운 오일이 기립근과 기립근 사이에 고인다. 고인 오일은 내 체온정도로 데워지며 척추 아래의 커다란 언덕 새로 흘러내려간다. 귀마개로 단단하게 틀어막힌 귓구멍으로 바깥의 소리가 들릴 리 없다. 오직 내가 내는 숨소리와 신음만이 증폭될 뿐이다. 눈을 가린 채로 섹스를 해 본 적은 있어도, 귀를 막고 한 적은 없었다. 과연 이게 섹스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엑스맨은 손끝인지 국자의 손잡이 끝인지 모를 가느다랗지만 끝이 뭉툭한 것으로 내 목덜미를 쓸고있다. 자꾸만 몸이 가늘게 떨린다. 파르르. 그것은 내 목덜미를 가볍게 터치하다가, 이내 경추로, 요추로, 척추로 내려온다. 아아. 하으. 여지껏 내 신음을 이렇게까지 큰 소리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사실 지금까지 내 신음을 들을 새가 없었다. 거의 반 혼절하다시피 섹스에 임해왔기 때문에 그저 포르노에서 본 여느 여인들과 비슷한 소리일 것이라고 ‘짐작’만을 해왔을 뿐이다. 눈을 가린 것보다 훨씬 수치스러웠고, 그 어떤 자극보다 자극적이었다.
의자에 앉아 무릎을 타진기로 두드리면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발차기가 되는 경험을 누구든 해봤을 것이다. 그렇다. 나는 지금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몸부림을 하는 중이다. 알루미늄인지 스뎅인지 알 건 없다. 스틸 특유의 차가운 성질이 나를 덥히고 있다는 사실만이 내 몸 곳곳에 아로새겨지고 있었다. 매끄럽지만 끈적이지 않는 오일과 아찔하게 차가운 국자, 온전하게 들리는 내가 내는 모든 소리들이 엄청났다. 내 몸에 있는 모든 수용체가 열리는 기분이었다. 열린다기보다 진공상태의 몸 안에다 무언갈 자꾸 꾸역꾸역 들이붓는 느낌이었다. 평소에는 내가 담을 수 있는 자극만을 담다가 오르가즘을 통해 폭발시키는데, 이미 나의 한계치를 충분히 넘었다. 정신이 점점 아득해져왔다. 엑스맨은 국자의 뭉툭하고 둥그런 머리부분으로 내 몸 이곳저곳에 그림을 그려나갔다. 그가 그리는 그림 아래에 나는, 순백의 커다란 도화지였다.
그러다 뻥. 진공상태가 해제되며 담겨져 있던 것들이 분출하듯 빨려나갔다. 제 정신의 10%나 남았을까 싶을 정도로 온전치 못한 컨디션이었다. 아니, 컨디션은 외려 좋았다. 평소의 11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해일과도 같은 오르가즘이 나를 뒤덮었고, 그 해일이 지나간 자리마다 흔적이 스며있었다.

“네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면, 모두가 놀라겠군.”

대단했다고?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엑스맨은 삽입도 없이 스펀지로 된 귀마개와 오일, 국자만으로 나를 고무시켰다. 아마 한동안, 아니 오래도록 찌개를 끓이기 힘들 것 같다. 계란 후라이를 할 때에도 기름을 두르지 못 할 것 같다. 대단한 선물은 받은 그날 밤, 단체톡방에 초대가 되었다. 그 곳엔 3명의 크루와 엑스맨, 그리고 내가 있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http://redholics.com
    
- 글쓴이에게 뱃지 1개당 70캐쉬가 적립됩니다.
  클리핑하기      
· 추천 콘텐츠
 
익명 2019-07-12 15:55:58
이 글은 조회수,덧글수,좋아요수,완성도 등을 고려하여 '명예의 전당' 목록에 추가되었습니다. '명예의 전당'에 등록된 글은 편집되어 팩토리,SNS,e북 등에 공유될 수 있으며 수익이 발생할 경우 내부 규정에 따라서 정산됩니다. 이 글을 작성하신 레홀러님에게는 300포인트가 자동 지급됩니다. 축하합니다. ^^
익명 2019-06-24 12:49:25
정말 경험해보고싶은 글이네요 아우
익명 / 그춍? 제 섹스판타지 중 하나랍니다 흐흐
익명 2019-06-24 11:05:51
우와우와~~~~~~~~~~~!
익명 / 우와우와~
1


Total : 30363 (1/2025)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0363 Deep, deep, deep (f) [2] new 익명 2024-04-20 155
30362 레홀의 미남미녀 [1] new 익명 2024-04-20 546
30361 고마운 사람 [11] new 익명 2024-04-19 1165
30360 Deep, deep, deep (1) [4] new 익명 2024-04-19 912
30359 (자랑질)40대이상 기혼중 최근섹스는 언제? [33] new 익명 2024-04-19 1734
30358 손,발이 좋다.. new 익명 2024-04-19 563
30357 발 패티쉬가 있는 건 아닌데 [1] new 익명 2024-04-19 630
30356 뻔더멘탈 [8] new 익명 2024-04-18 951
30355 후방) 남자~ 가끔은 [2] new 익명 2024-04-18 1012
30354 가끔은 [4] new 익명 2024-04-18 734
30353 가끔 [15] new 익명 2024-04-18 958
30352 커피한잔해요 [1] new 익명 2024-04-18 656
30351 매일 [1] new 익명 2024-04-18 645
30350 가끔2 [4] new 익명 2024-04-18 945
30349 가끔 [18] new 익명 2024-04-18 1942
1 2 3 4 5 6 7 8 9 10 > [마지막]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