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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나는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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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를 하는 것만으로도 해소되는 아주 사소한 일들이 있다. 배설하는 듯이 개운하다. 더 나아가 상대방이 해주는 그랬구나- 하는 위로와 경청이 잘 듣는 약처럼 작용하기도 한다.

언제부터인가 내 얘기를 하는 것이 무서워졌다. 밝고 긍정적인 얘기를 하는 것은 하나도 두렵지가 않은데, 우중충하고 어두컴컴한 이야기들. 그런 것들을 쏟아내는 것이 무서워졌다.

나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감정을 인간관계에서 얻곤 한다. 행복 즐거움 기쁨 환희 뿌듯함 반가움 설렘 그리움 그리고 좌절 안타까움 분노 실망 상실 슬픔 ...
나만의 개인사가 아니기 때문에 좀체 얘기하기 어렵다.

내가 한 단발성 푸념에 누군가의 이미지가 검게 물드는 것이 싫어서
사람들이 얼마나 쉬이 동정과 연민을 품는지 알기 때문에
(듣는 이의 입장이 제 3자라면 차라리 다행이지만 혹여라도 언젠가 얽힐 일이 생긴다면)내가 한 얘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가 껄끄러워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사람이 항상 밝게만 살아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이 아니다.
이런 나를 떠나면 어쩌지- 하는 걱정 때문도 아니다. (차라리 떠날 사람이라면 이렇게 떠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사실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러한 나의 걱정을 이해하고 또 내가 우려하는 대로 상황이 흐르지 않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반대로, 누군가가 나에게 이러한 푸념을 하는 것에 대해 흠이나 흉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언젠가부터 누군가에게 나를 내비치는 것에 대해 무서워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내가 나를 무서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머리가 복잡하다.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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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0-07-16 20:27:26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용기와 그런 이야기를 받아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익명 / 소중하고 고맙고 그렇죠 ㅎㅎ
익명 2020-07-16 18:13:39
내 안의 우중충하고 컴컴한 것들은 그 것 그 자체로 충분히 두려운 것들이고, 그 와중에 타인들을 한번 생각해 보는 선량함은, 분명 많은 것을 함에 있어서 힘듦을 느낄 것 같아요.
익명 / ㅎㅎㅎ 나 같은 사람 나만 있는 건 아니겠지요 아 얼마나 나이를 더 먹어야 고독을 즐길 수 있게 될까요? 헤헤
익명 /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가에 따라 다르겠지요. 고독을 온전히 안아줄 수 있음은 곧 나를 안아줄 수 있는 마음과도 맞닿은 것 같기도 하고, 단지 너무나 애쓰고 있음이 느껴졌네요. 그 애씀을 힘들어하고 보듬어주고 싶어요. 충분히 노력하고 있음 그 자체를요.
익명 / 댓글만 읽어도 든든하고 따뜻하네요 ㅎㅎ 죽처럼요 뭐 저만 이러는 건 아닐거예요 그래도 고맙습니다 죽 잘먹었습니다^^
익명 / 아주 옛날 책이긴 한데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라는 감동적인 이야기 모음집이 있었어요. 미국인들은 몸살이 나면 약으로 닭고기 스프를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제 몇 마디가 제가 읽었던 그 책처럼 익명님의 속을 조금이나 따듯하게 풀어주고 보듬어줄 수 있었다면 전 그걸로 기쁩니다. 또 따듯한 죽으로 속을 채우고 싶을 때면. 언제든, 기다리지요 오늘 하루도 잘 마무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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