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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쎅설] 눈썹이 이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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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쥐스팥쥐 조회수 : 5161 좋아요 : 1 클리핑 : 0
눈썹이 이쁜 사람

 그것은 아마도 7월 23일인가 24일인가의 일이었다. 카페에서 한창 시험공부를 하는 상태였다. 나는 본디 도서관보다는 카페가 체질이기도 했고, 코로나 때문에 이미 도서관은 다 폐관인 상태였다. 원래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사람들조차 카페에 기어 나와서 공부하는 판국이었다. 하여튼 카페에서 공부하던 나는 갑작스러운 카톡에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카톡이 올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예상치 못한 사람에게서 온 것이 문제였다고나 할까.
 “안녕, 서류 잘 적고 있니?”
 그래, 이 카톡이 오게 된 이유는 대략 6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든 것의 시작이자 단지 모든 것의 끝. 그래, 내게 그런 일이 있었지. 이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영화로 치자면 이쯤에서 플래시백이 들어올 타이밍이다.
 6월 초였나. 아무래도 하나하나 날짜를 기억하는 건 평범하게 불가능한 일이다. 당연하지 않을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기념일조차 적어 놓지 않으면 잊어버리는 게 보통이다. 아무렴 사람이라면 응당 그런 것이다. 어찌 됐든 6월초의 어느 날이었다. 7월 20일 근처에서 6주 역산하면 어찌 됐든 6월 초의 언젠가겠지.
 역전 할머니 호프집에서 친구 3명이랑 같이 술을 마실 때의 일이었다. 나무 의자는 키가 너무 커서 허리가 아플 지경이었고 나무 식탁은 너무 낮아서 팔과 맥주잔의 높이가 안 맞았다. 다만, 그런 게 운치라고 생각할 따름이었다. 그 붉은 조명 아래에서, 영롱하게 붉게 물드는 맥주잔을 바라보며, 그 맛을 즐기고 있었다. 그래, 이게 인생이지 하면서.
 무심코 바라 본 옆자리에 나는 놀라고 말았다. 분명 아는 얼굴이었다. 아는 얼굴인데... 내가 중학교 때 이후로 보지 못했던 학창 시절의 급우가 1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옆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빨간 카디건에 청바지, 베이지색 구두를 신고 허리 위까지 오는 약간 주황빛의 긴 머리칼을 늘어놓으면서, 마치 그것은 이렇게 말한다면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그래, 거미줄처럼 늘어뜨린, 그렇게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느낌을 보여주면서, 옆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물론 그때는 그런 감흥 없이 어 예전과 다르게 못 알아볼 정도로 이뻐졌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가운 것은 당연하였으나, 나는 본디 낯을 가리는 종류의 인간이다. 군대에서도 그랬다. 심지어 후임으로 들어온 나보다 7살 많은 형인 허진혁 이병 앞에서조차도 제대로 찍어 누르지 못했으니까. 원체 그런 성격도 아니고, 그 형은 워낙 건들기 애매한 연령이기도 했으니까. 그땐 그런 느낌이었다. 비단 낯을 가릴 뿐 아니라 성격이 워낙 착하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 보여도 무척이나 좋은 사람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내 얘기 하는 중이다.
 2시간 정도 술과 담배에 천천히 녹아들어 갔을 때였다. 그래, 인생은 술, 담배, 그리고 섹스지. 섹스는 조금 미묘한 거리를 둔 상황이었지만 술, 담배만큼은 확실하게 끌어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녀를 떠나보냈다. 아니, 말할 거리가 있으면 무얼 하나. 예전 학창 시절의 친구라고는 해도 지금도 친구는 아니라고 할 수 있을지 몰랐다. 그런 것이다. 그렇게 덤덤하게 시간을 흘려보냈다. 
 물론 그렇지는 못하였다. 인간이란 간사한 생물이다. 이미 술은 들어갈 대로 들어갔고, 술을 먹은 인간은 만용의 생물이 된다. 물론 아쉬운 감정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 이 감정은 분명히 만용이고 허세이다. 그렇게 나는 페이스북에서 그녀의 이름을 검색한 뒤 메시지를 보냈다. 
 페이스북 정보란에서 그녀는 간호학과라고 표기가 되어 있었다. 익숙한 기호, 숨겨서 무엇하랴. 나도 간호학과였던 것이다. 갑작스레 밀려오는 친근한 감정. 공통을 나타내는 하나의 부호. 부등호와 비공식. 이런 제기랄 술을 너무 마셨나, 나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그녀의 메시지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30분 정도가 지났다. 30분은 술자리에서는 시간도 아니었지만, 나는 어째서인지 일억 오천만 년의 세월을 보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메시지를 보내는 데 30분, 기다리는 데 30분. 마치 영화 500일의 썸머처럼, 설레는 시간과 기다리는 시간의 등가교환.
 메시지가 왔다.
 일단 내가 보낸 메시지부터 한번 보도록 하자.
 -너 어디 부서에서 근무하냐? 나는 SICU 갈까 고민 중인데.
 답변은 매우 쿨한 태도로 나를 찾아왔다.
 -후회하지 말고 그냥. 편한 데로 가. 나도 원래 꿈은 에스였어 사람이라면 ICU 가야지 했거든.
 -지금 어디서 근무하는데?
 -나는 병동에 있어. 외과 병동.
 참으로 무미건조하고 심드렁한 대화였지만, 심장은 두근두근. 어째서였을까. 어째서 설레는 거지? 나는 학생이고 그녀는 직장인이라서? 신분 차이에 따른 계급적 헤게모니 아 뭔 소리 하는 거야.
 나는 그녀에게서 들을 만큼 들은 다음에 이르러, 다음과 같은 말로 대화를 마무리한 것이었다.
 “와, 되게 친절하네. 잘 알려주고. 다음에 만나면 밥 사줄게. 내 핸드폰 번호 알려줄 테니 저장해놔.”
 “그래그래 내 번호도 알려줄게.”
 그렇게 서로의 번호를 교환하고 나서,
 “네, 간호사님 고생하시고 꼭 연락하시구요.”
 연락은 오지 않았다.
 아까 이 이야기를 시작할 때 6주가 지난 후라고 했다. 응, 진짜 6주가 지난 7월 후반기의 어느 날.
 -안녕 서류 잘 적고 있니?
 이렇게 아무 맥락 없이 갑자기 카톡이 와도 되는 것인가? 그런 것인가? 나는 그 연락에 매우 당황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답변했다.
 -응, 서류 잘 작성하고 있지. 너는 잘 지내?
 그런 식으로 대화가 오가다가, 마침내 중요한 핵심으로 도달했다.
 -너 7월 듀티는 어떻게 돼?
 -나는 오프야.
 그녀는 나에게 듀티표를 보내주었다. 듀티라 함은 간호사 근무표를 말하는 것이다. 이걸 왜 설명해야 하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너랑 밥 한 번 먹을라고 했는데 듀티상으로는 도저히 시간이 안 나는데?
 -그럼 오늘은 어때?
 오늘. 오늘이라는 단어에 이다지도 설렐 줄 몰랐다. 나는 오늘이라는 단어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생각한 것일??.
 -그래, 오늘 한 번 보자.
 -몇시에 어디서?
 -6시든 7시든 나는 상관없어.
 -그럼 6시반에 보자.
 그렇게 시간을 정한 다음 나는 나갈 준비를 하였다. 본디 결정 장애가 있는 나였는데, 와, 내가 이다지도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거였던가.
 -근데 뭐 먹을 거야?
 -일반 식당, 곱창집, 파스타 집. 3자 택일하자.
 -곱창으로.
 화사가 나 혼자 산다에서 곱창 먹방을 한 이후로 대한곱창은 미어터지는 곳이 되었다. 나는 대한곱창에서 보기로 했다.
 -그럼 대한곱창에서 보자.
 -응 대한곱창 좋지 근데 넌 집이 어디야?
 집은 왜? 아니 진짜 왜.
 -나는 예전에 살던 그곳 근처에서 살아. 기억나니? 뭐 나는 누나네 집에서 자도 상관없고.
 약간의 딜레이. 카톡은 조금 뒤에 왔다.
 -그래, 그렇구나!
 어째서 이런 날 이다지도 비는 많이 오는 것인가. 카페에서 나오면서 급하게 근처 올리브영에서 샘플로 놓여있는 향수를 뿌리고 갔다.
 -어디야?
 묻는 너의 질문에.
 -횡단보도.
 그렇게 답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그때 봤던 그 모습 그대로, 옷만 다른 채로, 검정 치마에 검정 런닝, 검정 티에 아디다스 저지를 팔에 걸치고 온 너였다.
 “오랜만이야. 비 오는데 얼른 가자.”
 그렇게 들어간 대한곱창. 평소에는 미어터지는 곳인데 오늘따라 비 오는 날이라 그런지 손님은 드문드문 있었다.
 “진짜 오랜만이다. 나 우리 동창 있잖아? 걔들이랑도 요즘 연락하거든.”
 “그래? 그럼 걔네도 부르지 그랬어.”
 말이 나온 김에 친구한테 전화를 건다.
 “야 나 곱창집에서 곱창 구워 먹거든. 기억나니? 학창 시절에 걔 있잖아. 같이 먹고 있는데.”
 “나 원래 곱창 안 먹잖아. 2차 가면 불러라.”
 아, 물론 내 의도는 그게 아니지요. 너 절대 안 부르지.
 “응 2차 가면 부를게.”
 나는 그녀에게 말한다.
 “2차 가면 부르라는데?”
 “그래? 사장님 여기 곱창모듬 1인분 주세요.”
 “술은, 마실 거야?”
 “먹자, 먹자.”
 “소주 먹을래 맥주 먹을래?”
 “난 섞어서.”
 “뭐 평소에 먹는 브랜드 있어?” 
 “아무거나 괜찮아.”
 “네, 여기 참이슬이랑 테라 하나씩 주세요~.”
 계속 술을 마시면서, 나는 최근까지 보던 하트 시그널 시리즈를 상기했다. 군대 때부터 봤던 프로그램. 연애에 있어서 무척이나 도움이 됐던 그 방송.
 그래, 내 앞에서 보이는 너의 행동 하나하나. 손목 안쪽을 보여주며, 귀 뒤로 넘기는 머리칼, 발은 계속해서 내 발과 부딪치고.
 소주 한 병에 비례하여 들어간 맥주 2병. 친구한테 카톡이 온다. 이 자식 눈치 없이 배가 고프단다. 뭐, 2차 갈 타이밍이고 하니 가볼까 한다.
 “우리 자리 옮길까? 할맥으로 가자.”
 “그래.”
 서로 다른 우산 두 개를 쓰고 가다 춥다고 하면서 잠시 우산을 들어 달라는 그녀. 그렇게 나는 우산을 들고 그녀는 들고 있던 저지를 입고. 여자가 옷매무시를 고치는 모습은 남자를 설레게 한다고 했던가. 나는 그 모습에 두근거리고 말았던 것이다.
 나, 그렇게 가벼운 남자가 아닌데.
 그런 복잡 미묘한 감정을 상기하며 할맥에 들어선다.
 분명 다른 집인데 의자는 높고 상은 낮으며 조명은 은은했다. 이 정도의 일관성도 신기할 법도 한데. 나는 6주 전의 마주침을 생각하며 테이블에 앉았다.
 눈치 없는 친구를 어찌 됐든 그 자리에 부르면서, 나는 주문을 넣었다.
 “안주 뭐 먹을래?”
 “아무거나 너 먹고 싶은 거로 괜찮아.”
 “혹시 갑각류 알레르기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갑각류 알레르기에 어느 웃음 포인트가 있는 거지?
 뭐 없다니까 나는 가성비 좋은 안주인 새우마빡튀김을 시켰다. 시원하게 얼려진 잔, 그래, 이것이야말로 할머니 맥주 특유의 오리지날리티지. 안주도 이 타이밍에 같이 나왔다. 딱 좋아.
 친구가 왔다.
 “여기 맥주 500 하나 더 주세요.”
 그렇게 3명이서 강아지 이야기, 병원 이야기, 간호사로서의 고충, 아직 학부생으로서의 고충 등등 온갖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녀가 자리를 비운 적당한 타이밍에 나와 친구는 담배를 한 대 피웠고, 알아서 눈치껏 행동하라며 적당히 엄지를 척 내세웠다. 내 따봉 하나에 너의 행동이 달려있고, 너의 행동 하나에 내 오늘 밤이 달라진다.
 자리로 돌아온 그녀가 말했다.
 “맥주는 도저히 안 취하지 않아? 술은 취해야 흥이 나는 것인데.”
 나는 소주를 추가했다.
 “할맥은 차가우니까 여기에 소주만 타도 진짜 무지 맛있어.”
 한마디 했는데 나의 어휘력 부족에 감탄한다. 맥주에 소주 타면 꿀 맛이라고 했어야 했나. 어찌 됐건 나는 소맥을 말았다. 친구는 취했는지 맥주잔 입구를 손으로 막았다.
 “야, 뭐야 재미없게.”
 “미안 도저히 못 먹겠다.”
 그녀와 나는 단둘이 소맥을 통으로 한 잔을 비웠다. 친구와 담배를 한 대피고 돌아오려니 눈물을 글썽이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친구도 뭔가 애매해져서 입을 다물고 있으려니 나는 내 입으로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왜 울어 너.”
 “아니, 하품했어.”
 그렇게 무심하게 흐르는 시간. 소맥을 비우면서도 오가는 하트 시그널. 너와 나의 발은 술상 밑에서 서로 극한 방정식처럼 한 없이 가까이 닿을 뿐이고. 그녀는 취했다. 그렇게 보였다.
 “자리를 옮기자.”
 그녀는 어디 갈까 물었고, 내 친구는 노래방을 가야겠다고 답했다. 그렇게 자정이 지났다.

 우산 3개가 나란히 걸어간다. 우리는 노래방을 향했다. 노래를 몇 곡 부르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벌써 쓰러져 있다. 친구가 말했다.
 “야 쟤 좀 바래다줘라. 더 이상 안 될 거 같은데?”
 친구야 고맙다. 나는 따봉을 날리면서 그녀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가는 우산은 3개였지만 돌아가는 우산은 1개였다. 그녀의 집을 향하는 중이었다. 그녀가 내게 한마디 했다.
 “추워, 나 씻고 싶어.”
 그렇게 우리는 모텔로 향했다. 취한 와중인데 일순간 정신을 차렸는지 모텔비는 그녀가 냈다. 흐응, 이게 돈을 버는 사람의 품격인건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신분증은 내 것을 맡겼다.
 그렇게, 우리는 사랑을 나눴다. 아니, 나눈 것은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아침잠이 적은 나는 먼저 일어나서 그녀의 얼굴을 본다.
 정말, 눈썹이 예쁘구나. 그런 그녀와 앞으로도 계속 만나고 싶었다. 금사빠 체질이라서 그런가. 아, 금사빠란 금방 사랑에 빠진다는 의미인데, 이걸 누구한테 설명하는 거람? 사랑을 나눈 우리에 대해 잠시 생각하며, 마음은 싱숭생숭해졌다.
 그녀는 나의 팔을 배고 3시간은 더 잤고 나는 그녀의 눈썹을 계속해서 사랑하였다. 잠에서 깬 그녀는 씻고 나서 간단히 입고 내 옆으로 왔다. 물기가 축축한 머리칼. 속옷 없이 나시만 입은 그 모습. 한창인 나는 끓어오름을 느꼈지만, 그냥 참고 넘어갔다. 1시간 정도 그렇게 시간을 보냈을까. 나는 그녀에게 나는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말을 이었다.
 “다음에 카페 가지 않을래? 또 보자.”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그녀는 으응하고 떨떠름하게 대답할 따름이었다. 모텔을 나오니 비는 그친 지 오래였고 그녀의 손을 잡았지만, 그녀는 손을 놓았고 그렇게 나란히 걷기만 하였다. 택시를 잡고 그녀를 떠나보내는데 그녀는 핸드폰을 만지는 시늉을 하였다.
 나는 담배를 한 대 물었다. 내가 피우는 담배는 보헴 시가 리브레로, 원래 잘 안 피는 건데 괜히 진혁이 형한테 추천받아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그런 물건이었다. 시가는 예전에 한 번 추천 받아 피운 적 있었는데 보헴 시가 리브레도 정품 시가와 유사한 맛이 났다. 그러나 문제는 나는 시가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좋아도 나와 잘 안 맞는 게 있는 법이다.
 그녀 또한 그러했다.
 집에 와서 방전된 핸드폰을 충전한 후 그녀에게 카톡을 보냈다. 출근 잘 하라는 간략한 카톡이었다. 그리고 외박을 했으니 엄마한테도 연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같이 술 마셨던 친구를 팔았다.
 “친구네서 잤어. 지금은 자취방이야.”
 그렇게 해야 할 카톡을 마치고 나는 쓰러져서 잠을 잤다.
 오후 6시가 되도록 그녀는 카톡을 읽지 않았다. 야간 근무 중인 그녀가 여러모로 바빠서 답변을 보내지 않았으리라 위안 삼는다. 그러나 무언가 목에 걸린 가시 같은 그런 불안감이 떠나지 않았다.
 나는 자취방에서 나가 엄마네 집으로 갔다. 이렇게 집이 가까운 줄 알았다면 자취를 하지 않았을 텐데.
 밥을 먹을 때 목에 남은 자국이 신경 쓰여 조심히 먹었다. 엄마와 마트를 가서 이것저것 사는 도중인데 엄마가 말을 걸었다.
 “너 목에 그게 뭐니, 싸우기라도 했어?”
 나는 웃음이 터져 나와 그런 게 아니라고 했다.
 “아니 목에 자국이 심하게 남았잖아. 목을 졸리기라도 했니?”
 “아니 말도 안 되는 소리.”
 “너한테 해코지한 녀석 있으면 엄마한테 데려와 당장 혼내줄 테니.”
 엄마야 아들 걱정하느라 그렇게 말했다쳐도 나는 역으로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술 먹고 싸우고 다니는 미친놈 취급받은 기분이었다. 아니 그렇다고 여자랑 자서 자국이 남았다고 할 수 는 없지 않나?
 그렇게 아니라고 계속 얘기하면서 다시 자취방으로 향했다. 잠을 자야 하는데 이 늦은 시간 동안 그녀에게서 답변이 없다. 진혁이 형한테 연락을 돌려봤다. 형은 매우 쿨 하게도.
 “니가 좋으면 연락하는 거지 뭘 기다리냐?”
 라고 하였다.
 맞는 말이다.
 그렇게 나는 그녀에게 카톡했다.
 -엄마가 내 목에 난 상처 보고 술 먹고 싸운 줄 알았잖아. 목 누가 졸랐냐고 데려오라더라구.
 이 카톡이 마지막이었다. 1은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게 잠을 청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열고 카톡을 들여다본다.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진혁이 형이 술 먹자고 서울로 오라고 불렀다. 나는 텅 빈 마음을 끌어안고 서울로 향했다. 그렇게 형을 만나고 횟집을 가서 술을 마셨다. 요즘은 가는 곳마다 술을 먹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가 보다 생각을 하면서 형과 담배 한 개비 피우면서 시작했다.
 “아직도 연락이 안 와.”
 “내가 봤을 때 넌 낚인 거다. 내상 제대로네.”
 농담처럼 오간 대화지만 나는 곧 이어 낯빛이 어두워졌다. 형이 그런 나를 보고 한마디 하였다.
 “걔는 그걸 많이 해본 거고 너는 처음이라 그런거야. 너무 복잡하게 굴지 말고 그냥 쓰레기처럼 살면 모든 게 편해져. 알겠어?”
 그렇게 꼭지가 돌도록 술을 마셨다. 나와 형은 인생과 여자와 술과 담배에 대해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생은 곧 술, 담배, 섹스인 것이다. 그러나 정작 모든 것이 한 번에 찾아온 나에게 있어서는 그게 다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내게 좀 더 단순해 보라고 하는 형이었지만,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져만 갔다. 고민을 끌어안고 있을 때 그것을 남과 나눈다고 해서 바로 풀리지는 않는다는 것도 살면서 처음으로 배웠다.
 나 혼자 끌어안게 되는 그런 게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몇 차인지도 모를 정도로 술을 계속해서 마시고, 형네 집에서 계속 마시고, 그러다 몇 변 토하고, 기억을 잃었다.
 서울에서 자고 다시 대전에 돌아온 나는 담배를 하나 피고 집으로 돌아왔다. 씻고 드러누워 있으려니 공허한 마음이 들어 노래를 틀었다. HONNE – DAY1을 듣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가장 머리를 심하게 맴돌았던 건 오로지 질문 하나.
 ‘어떻게 사랑 없이 잠만 잘 수 있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그녀의 예쁜 눈썹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오늘 까짐나 이 공허한 마음을 가슴에 끌어안기로 한다.
 하, 눈썹이 예뻤는데.

내 슬픈 도우미의 추억

 모든 것의 시작은 그러니까 아주 단순하고 소소한 바보짓이었다. 얼마 전 소개팅을 했던 아이로부터 좋은 각이었는데 결국 내가 망치고 말았다. 흐름 좋고 참 마음에 들었었다. 상대방이 개를 키우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고, 우리는 서로의 저녁 메뉴까지 알고 있을 정도로 숨기는 것이 없었고, 그날 하필이면 엄마가 보신탕을 사 왔을 뿐이었다. 그리고 기어코 까이고야 말았다. 주변에서도 고작 식성 가지고 까일 소개팅이었으면 지금이나마 쫑난게 낫다고 말해주었지만, 그래도 난 꽤 괴로워했다고? 이후 일어난 일들의 연쇄 작용의 시작은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짚고 넘어가는 것이다. 
 이후, 난 까인 당일 날 친구들한테 연락을 돌려 술이나 한잔했다. 나를 위로를 해주는 자리였고 흥 좀 돋운답시고 노래방에 데려갔다. 친구 두 놈이었는데 한 명은 좀 화려하게 노는 놈이었고 또 하나는 모태솔로인 나보다 더 심한 진성 모태솔로였다. 술도 마셨겠다 기분도 다운되어 있겠다 친구들 몰래 노래방 도우미를 불렀고 노래방 도우미가 오자 진성 모태솔로 측 친구는 당황하며 가겠다고 했지만 나는 억지로 앉히고 놀았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나도 유흥은 처음인데 제대로 했을 리 만무했다. 재밌다는 감각은 있었다. 
 그렇게 나는 노래방에 미쳐버렸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갔다. 처음에는 20대랑 놀다가, 20대가 옆에서 쳐 자는 걸 보고 충격을 받은 다음부터는 30대만 골라 놀았다. 처음에는 일반으로 부르다가 나중엔 배팅도 했다. 물론 조금 쫄려서 아직 커피는 하지 않았다.
 …아마 모르는 용어가 많이 등장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천천히 설명해줄 터이니 양해를 바란다. 내가 처음 30대랑 놀았을 때 은경이라는 3살 누나 아가씨가 있었다. 똑똑하고 말 잘하고 똑 부러지고 이쁘고 몸매가 좋기까지 한(대체 도우미를 왜 하지?)이 누나에게 흥미가 있었다. 20대와 30대의 차이는 노는 수위가 다르다는 것이다. 20대는 진짜 엄청 비싸게 군다. 좀만 만져도 깨질 듯 터질 듯 오히려 스킨십하는 쪽이 스트레스다. 30대는 다르다. 어지간하면 다 만질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누나를 잘 만지지도 못한 채 그렇게 시간만 흘려보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인데, 누나는 배팅도 커피도 다 되는 쪽이었다. 여기서 배팅이란 옷 벗고 노는 것이고(둘 다) 커피는 섹스를 하는 것이다(노래방 안에서). 뭐가 문제였냐면 나처럼 벗기지도 먹지도 않는 일반 손님은 아가씨에게 큰 현금을 안겨 줄 수가 없는 것이고 그러면 실장 삼촌에게 돈이 안 되는 것이다. 그렇게 실장의 활약(?)으로 나는 누나를 부를 수 없었고 이전에 교환해 둔 연락처로 간간이 연락하다가 내가 폰이 몇 번 데이터가 망가지면서 완전히 연락이 두절되고 말았다.
 1년이 지났다. 1년이 지나는 동안 나는 미친 유흥의 신이 되어 있었다. 그 짧은 기간 동안 노래방을 넘어 건마, 안마, 여관바리, 오피, 휴게텔, 룸살롱, 풀살롱, 북창동식, 연희동식, 스웨디시 등등 안 해본 것이 없었다. 소년에서 한 마리 짐승이 되는 것은 금방이었다. 근데 난 또 립카페는 못 가봐서 키스는 참 못한다…. 어흠어흠. 어쨌든 어느 날 카톡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추천 친구에 은경이란 이름이 써있었다. 이미 잊혀졌던 이름이라 누구였더라 한 뒤 카톡으로 인사를 보내려니 생각보다 답이 빨리 왔다.
 -안녕하세요
 -왜 존댓말을 하구 구랭 ㅋㅋㅋㅋㅋ
 -아 죄송합니다. 연락처가 다 날아가서요. 혹시 어떻게 아는 사이신가요?
 -막창 골목에 있는 우리 노래방에서 뵀어요
 -아…! 누나!
 -잘 지냈어?
 -잘 지냈지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하면서 반가움을 해소하는 우리. 누나의 시간표가 워낙 바쁘다는 것을 아는 나는 기본적으로 손님으로 누나를 찾아가곤 했다. 물론, 1년 만에 보게 된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집 근처 3층에 있는 노래방에서 만난 나는 오랜만에 만난 소회를 풀다가 본론을 꺼냈다. 
 “아, 근데 누나는 수위가 얼마나 돼?”
 “?”
 “배팅이나 커피 다 해?”
 “아니, 뭐 나는 때에 따라 다 하긴 하지.”
 “오늘도 돼?”
 “아, 여기는 아는 언니네 노래방인데 여기는 안 되는 타입의 가게야”
 “흐응.”
 “아니 1년 사이 뭔 일이 있었던 거야.”
 웃음이 터진 누나.
 “1년이면 소년이 짐승이 되는 데엔 충분한 시간이니까. 이 몸은 대구의 미친 유흥왕이거든.”
 “그럼 내가 평소 일하는 곳 중에 수위 쎄게 노는 게 가능한 곳 알려줄게.”
 그렇게 두 번째 만남에서는 좀 더 지하에 있는 끈적한 분위기의 노래방에서 만났다. 인기가 엄청 많은 누나는 아무리 예약을 잡아도 만나기가 참 쉽지 않았다. 내가 오히려 누나의 선택을 받아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으니 이래저래 희귀한 케이스긴 했다.
 두 번째 만남의 경우에도 돈은 돈대로 뽑아놨는데 막상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은 2시간에 불과했다. 첫 한 시간은 평소대로 도란도란 수다나 떨었다. 대충 연애 이야기였는데, 나는 도저히 고백을 못 하는 부류의 성격이라 평생 모태솔로로 살아왔고 누나는 아무래도 이런 종류의 일을 하니까 자기가 그만두기 전까지는 연애를 하지 않겠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딱히 엄청 중요하지는 않은 시시한 신변잡기였다. 다음 한 시간이 시작됐을 때 나는 본론을 꺼냈다.
 “그러면 이제 슬슬 시작할까.”
 “벌써?”
 “으응 나는 꽤 오래 하거든.”
 “오 과연 자칭 유흥의 신”
 일단 누나가 벗었다. 유흥에 난다긴다했던 나도 뭐랄까 이 누나랑은 진짜 이런 건 좀 어색하다. 기껏 벗었는데 가슴도 제대로 못 만지고 있다가 본 게임에 바로 들어갔다. 키스를 하고 물고 빨다가 섹스를 하는데, 그것참 픽픽 죽어버리는 것이었다.
 “아니 유흥의 신이라며 왜 그렇게 쉽게 죽어?”
 “아니 나는 평소 노콘으로 하니까….”
 맞기야 맞는 말이지.
 누나는 잠시 쉬는 타임에 조금 고민하더니,
 “약속해.”
 “뭘?”
 “밖에 싸는 걸로.”
 “약속할게.”
 그렇게 우리는 노콘으로 섹스를 하였다. 한창 하는 중이었다. 가끔 어떤 종류의 마음은 내가 통제하지 못할 때도 있는 법이다. 정상위를 하면 정면으로 두 눈이 마주치게 되는데, 누나의 눈을 들여다보다가 나도 모르게 말했다.
 “은경 씨.
 좋아해요.
 처음 만날 때부터 사랑하고 있었어.” 
 이 말을 하고 나는 키스를 하면서 허리를 정신없이 움직였다. 자세를 바꾸고 나서 나는 그녀의 입에 사정하였다.
 아무래도 만난 지 1년 만에 섹스를 하게 된 우리는 묘하게 어색한 시간이 흐르게 되었다. 
 “아 근데 노콘은 왜 싫어해?”
 “아니 정확히는 사정의 꿀렁꿀렁함을 싫어하는 거야.”
 “그렇구나. 임신 걱정이 아닌가 보네”
 “피임약은 꾸준히 먹으니까.”
 그렇게 도란도란 잡담을 하다가 끝나기 5분 전에 내가 물었다.
 “누나, 내로는 안되는기가.”
 “...하루만 시간을 줘.”
 그렇게 후리는 헤어지고, 또한 다음날
 카톡이 왔다.
 -야 너 어제 웃기더라 ㅋㅋㅋㅋ
 -머가
 -아니 너 고백 못 한다며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떡 치면서 고백받아본 건 첨이넼ㅋㅋㅋㅋㅋ  
 -그래서 대답은…?
 -미안 역시 이 일을 하면서 연애는 좀 아닌 거 같애
 -응응 고민하게 해서 미안해
 -나 이 일 끝내고 나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 내 카톡 프사에 D-DAY 설정해놓은 게 내가 그만두는 날이거든
 하, 1년 넘게 남았네.
 뭐 이런 대화를 하고 우리는 조만간 또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손님과 도우미로써. 예약은 언제나처럼 카톡으로 했다. 
 -오늘도 예약 많아?
 -뭐 니가 예약한다면 다 해줘야지
 -한 다섯 시간 이렇게도 가능해?
 -그 비용이면 차라리 올티를 끊는 게 어때?
 -올티가 머야
 -사랑비 포함해서 50만 원 내고 하룻밤 같이 보내는 거
 -헐 그런 게 있었어?
 -몰랐구나 유흥왕이라며
 -여튼 그렇게 하자 50만 원 뽑아놓을게
 두근두근한 마음을 안고 콘돔을 사고 돈을 뽑고 모텔을 잡고 기다리고 있으려니 누나가 왔다. 
 “와 무슨 방이 이렇게 허름해.”
 “하룻밤에 3만 5천 원이더라 진짜 싸.”
 “배고프다.”
 “그럼 내가 살게 시켜 먹자.”
 그렇게 치킨을 먹고 섹스를 하고 섹스를 하고 섹스를 하고 야식으로 짱개를 시켜 먹고 섹스를 하고 섹스를 하고 섹스를 하고. 중간에 이런 말도 듣고,
 “너 진짜 키스는 못 하는데 섹스는 잘하네”
 “섹스만 했으니까.”
 섹스하다 말고 빵 터졌다. 그리고 계속되는 섹스. 콘돔을 누나가 5개 들고 왔는데 결국 내걸 새로 뜯었다. 사길 잘했지.
 “청소 아줌마가 놀라겠다 사용한 콘돔이 한가득이라.” 
 그 말을 듣고 나는 웃었다.
 이렇게 누나를 품 안에 안고 잠이 들 때는 비극이 시작될 줄은 정말 몰랐지. 

*

 1년이 지나서, 물론 중간중간에 우리들은 계속 관계를 이어왔기는 했지만 정말로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누나가 목표했던 돈을 다 벌고 이 직업을 그만둔 것이었다. 나는 한 번 더 고백을 했고, 우리는 연인 사이가 되었다. 나이도 꽉 차 있는 두 남녀라 바로 결혼 얘기가 나왔고, 양가 부모님을 만나는 자리까지 가지게 되었다. 정말이지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 집에 놀러 왔을 때 부모님과 형네 가족과 나랑 누나랑 이렇게 단체로 노래방을 잡고 들어가려 할 때였다. 복도에서 마주친 한 아저씨가 반가워하며 말을 걸었다.
 “오? 미연이 아냐? 여기서 뭐 하냐? 일하러 왔어?”
 누나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나도 얼어붙었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그 이름을 안다는 것부터가 너무 위험한 사람이었고 상황이었다.
 “도우미 관두고 애인 만들었나 봐? 몸 파는 년이 출세했네.”
 나는 황급히 남자의 안면을 후려치고 입을 닥치게 했지만, 너무 늦었다. 싸움이 벌어졌지만, 형이 어떻게든 막아줘서 상황을 넘길 수 있었다. 합의금 200만 원이 깨졌지만 모든 것의 파멸에 비하면 액수도 아니었다.
 집안의 격한 반대가 이어졌다. 
 진짜 아빠랑 형한테 죽을 만큼 맞았고 엄마는 펑펑 울었다. 하필이면 누나랑은 연락도 되다말다 했다. 모든 것이 끝났음을 느꼈다. 아무도 얻은 것이 없는 상처가 가득 돋아난 풀밭이었다. 
 누나네 집으로 가니 비번이 바뀌어 있었다. 나는 제발 열어달라며 초인종을 누르고 두드려보기도 했지만, 옆집이 신고하려 해서 그만두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매일 찾아가길 5일째였나 드디어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면서 한 차례 무언가 문에 부딪혔는데, 여행 가방 같은 거였다.
 방금 전에도 눈물 흘린 듯한 눈을 하며 누나는 나를 들여보내 주었다. 
 “행복을 꿈꾸면 안되었던 걸까.”
 “누구든 꿈을 꿀 권리가 있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노래방을 가는 게 아니었는데. 제일 위험한 곳이었는데.”
 “누나 잘못이 아니야. 누나 말랐네. 밥도 못 먹은 거야?”
 끄덕이는 누나. 나는 부엌으로 가서 못하는 요리를 하였다. 밥을 같이 먹고, 같이 누워 있었다. 그러다 누나가 옷을 벗고 올라탔다.
 “...안에 해줘.”
 “괜찮아 싫어하잖아.” 
 “부탁이야.”
 그렇게 우리는 섹스를 하고 나는 안에 사정을 하였다. 머릿속에 피임약에 대한 대화가 스쳐 지나갔지만, 그렇게 괘념치 아니하였다.
 그렇게 체력이 떨어져 피곤에 빠진 우리는 잠을 잤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누나가 없었다. 가방과 함께.

*

 그 후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누나의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사는 곳도 연락처도 그대로인데 어째 연락 한 통이 없나 싶었다. 누나의 연락처는 바뀌었는지 전화도 카톡도 닿지를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카톡이 하나 왔다. 내가 모르는 상대에게 뜨는 새로운 친구 추가하기가 떴다. 이름은 은경이라 써있었다.
 사진이 한 장 보내졌다.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아름다운 누나였다. 그 옆에는 10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같이 있었다. 그 여자아이의 눈은 나의 눈을 닮아 있었다.

 추억과 기억은 잔혹한 것이다.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흐른다. 눈물을 닦고 나는 이렇게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아아, 그래…. 그런 일이 있었지….
콩쥐스팥쥐
슬림탄탄근육질 style 후회 안하고 싶으면 드루와요!
https://youtu.be/3UhUYqJkWGw?si=Rk-jMSDj1WGo4v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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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홀릭스 2021-05-24 18: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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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A 2021-03-09 22:09:11
두번째 이야기는 소설 같아요~^^
콩쥐스팥쥐/ ㅎ감사합니다
ELLA 2021-03-09 16:47:10
아~~~너무 길다
지금은 할일이 많아 맘이급해서 깊은밤엥조용할때
읽을께요
콩쥐스팥쥐/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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